현대미술의 거장 이우환 화백의 그림을 위조한 뒤 일본으로 도주했다가 국내로 송환된 용의자가 구속됐다.
서울중앙지법 조의연 영장전담부장판사는 이 화백의 그림을 위조한 혐의(사서명위조)로 구속영장이 신청된 현모(66)씨에 대해 “범죄사실이 소명되고 도망의 우려가 있다”며 12일 영장을 발부했다.
서울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일본 경찰과 공조해 지난 달 18일 현씨를 검거했다. 경찰에 따르면 현씨는 수사를 피해 지난해 7월 일본으로 도주했다가 수배된 뒤 지난달 18일 일본 경찰에 검거돼 지난 10일 국내로 송환됐다. 현씨는 1991년에도 천경자 화백의 ‘미인도’를 위조한 혐의로 구속됐고, 95년에는 단원 김홍도 등 조선시대 작품을 위조해 유통한 것이 적발되기도 했다.
경찰은 이 화백의 작품인 ‘점으로부터’ ‘선으로부터’ 등의 위작들이 2012~2013년에 인사동 일부 화랑을 통해 수십억원에 유통됐다는 첩보를 받고 지난해부터 수사를 시작했다. 지난해 10월에는 위작을 유통한 화랑들을 상대로 압수수색을 벌여 총 12점의 위작을 압수했다.
경찰은 또한 지난해 12월 K옥션 경매에 출품돼 5억여원에 거래된 이 화백의 작품 ‘점으로부터’에 위조 감정서가 첨부된 것을 확인해 압수했다. 압수된 작품들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감정을 맡긴 상태다. 이 과정에서 경찰은 현씨의 혐의를 확인하고 검거에 주력해왔다. 경찰 관계자는 “서명을 위조한 현씨를 도와 실제 위작을 그린 공범이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 중”이라며 “추가 위작이 있는지도 확인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경찰 수사를 참여해 위작을 감정했던 한 미술계 관계자는 “위작 조직이 하나가 아닌 것같다. 12개 작품에 세 종류의 위작이 보인다”며 위작이 광범위하게 만들어지고 있음을 시사했다. 또 다른 미술계 인사는 “이 화백이 활발하게 작품활동을 하던 1970년대에 여러 명의 제자를 시켜서 그림을 그렸다는 얘기가 있다. 위작 제작자들 중에는 이들이 포함돼 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신혜정 기자 arete@hankookilbo.com
손현성 기자 hsh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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