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미 의원· ‘카라’ 개농장 관리실태 간담회
관리기준은 분뇨처리 상황이 전부 ‘규제 구멍’
발가락과 다리가 빠지는 뜬장(동물들의 배설물을 쉽게 처리하기 위해 밑면에 구멍을 뚫은 장) 속 개들은 30도가 넘는 무더운 날씨에도 마실 물도 없는 상태에 방치되어 있다. 일부 개농장에선 개들의 몸집보다 뜬장 공간이 좁아 개들이 한쪽 방향으로만 서 있어야 하는 등 몸을 움직일 수 조차 없이 사육되고 있었다. 개농장 옆에서는 바로 개를 도살한 뒤 사체를 해체하고 있다. 동물보호단체 카라가 지난 해 8월부터 10개월간 경기 김포와 여주, 강원 원주, 경북 김천 등 개농장의 사육실태를 조사한 결과다.
이정미 정의당 의원과 카라는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국내 식용 개농장 3,000여곳에서 연간 100마리 이상의 개들이 식용으로 도살되고 있다”며 “개식용 농장의 단계적 폐쇄를 위한 공론화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정미 의원과 카라는 식용 개농장 실태를 파악하기 위해 환경부로부터 가축분뇨처리시설 신고 의무가 있는 개농장의 자료를 받아 분석한 결과, 59.5㎡(18평) 이상 가축분뇨처리시설 신고 의무가 있는 개농장은 최소 2,862개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 개농장에서 사육되는 개는 78만1,740마리, 한 곳당 평균 사육두수는 273마리였다. 산속이나 외진 곳에서 사육되거나, 신고 되지 않은 중소규모 개농장까지 포함하면 개농장의 규모는 더 클 것으로 보인다.
이 의원과 카라는 “통계로 잡히지 않은 개농장을 고려하면 연간 100만 마리 이상의 개들이 식용으로 유통되고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하루에만 2,740마리의 개가 도축되는 셈이다.
특히 전국적으로 1,000 마리 이상을 사육하는 공장식 기업형 개농장만도 77개(2.7%), 500마리 이상은 422개(14.7%)에 달했다.
문제는 개식용은 법적으로는 ‘유령 먹거리’라는 데 있다. 현행법상 식용개는 허용하지만 도축 근거는 없기 때문이다. 즉 개를 식용으로 키우는 것은 합법이지만 도축하는 것부터는 불법이라는 얘기다. 축산법에는 개가 포함되어 있지만 축산물 위생관리법에는 개가 포함되어 있지 않다. 축산물 위생관리법에 따르면 가축의 도살은 허가 받은 작업장에서 하도록 되어 있는데, 이 법에 개가 포함되어 있지 않으므로 허가 받은 작업장은 있을 수가 없다.
때문에 식용개 농장의 관리기준은 개농장에서 배출되는 분뇨처리 상황 점검이 전부다. 식용 개농장의 가축분뇨처리 신고 유형은 퇴비화 2,518곳, 공공처리 133곳, 영농조합을 이용하는 경우가 28곳이며, 처리 방법이 기재되지 않은 곳도 183건에 달했다. 카라 측은 “여주의 한 개농장은 퇴비화한다고 신고했지만 실제 조사 결과 분뇨가 썩어 그대로 땅에 스며들고 있었다”며 “개농장의 분뇨처리가 신고방법에 따라 처리되고 있는지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한편 16개 광역시도 가운데 개농장은 경기도에 744개가 분포해 26%를 차지하고 있으며, 경북(396개, 13.8%), 충북(379개, 13.2%), 충남(372개, 13%), 전남(197개, 6.9%) 순으로 조사됐다.
이정미 의원은 “최근 대만이 아시아 국가 중에서는 처음으로 개, 고양이 고기를 전면금지 하는 등 이제 개식용을 금지하고 동물의 복지에 대해 고민하는 건 세계적 추세”라며 “이제라도 동물학대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개식용 농장의 단계적 폐쇄를 위해 고민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고은경기자 scoopk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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