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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이제는 민생을 이야기하자

입력
2017.03.28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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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10월 국정농단사태가 발생해 최근의 탄핵사태로 이르기까지 지난 5개월 동안 촛불시위를 비롯한 정치사회적 격동에도 불구하고 경제는 겉으로는 별 다른 충격의 흔적을 보이지 않고 있다.

그러면 이 와중에 민생은 어떻게 흘러가고 있는가? 작년 4분기 가계소득은 1년 전 수준과 거의 같은 수준에 머문 반면에 가계소비는 큰 폭으로 감소하였다. 물가도 가계를 어렵게 하고 있다. 지난 2월 통계청이 발표하는 생활물가는 1년 전과 비교하여 2.3%가 상승하였으며, 특히 신선식품은 거의 5% 가까이 올랐다. 그 결과 생활의 질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더 심각한 문제는 고용 부진이다. 지난 2월 취업자가 작년 2월에 대비 37만명이 증가하였다. 뿐만 아니라 실업자도 3만 명이 증가하였다. 취업자와 실업자가 함께 증가한 이유는 주로 경제활동인구에서 제외되어 있던 여성들이 대거 취업시장에 나왔기 때문이다. 2월은 계절적으로 경제활동인구가 감소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지난 2월에는 4만5,000명이 증가하였다. 이 중 95%가 여성이라는 점이 주목된다. 즉 가정에 머물고 있던 여성들이 생활비 부담으로 인하여 대거 노동시장에 진출한 것이며, 그 결과 여성이 실업자 증가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연령대별로는 50대 미만 취업자는 5만5,000명이 감소한 반면에 50대 취업자는 17만 명, 60대 이상 취업자는 무려 26만 명이 늘어났다. 산업별로는 건설업·보건복지·숙박음식업 등 주로 저임금 일자리들이 크게 늘어난 반면에 제조업 취업자 수는 지속적으로 줄어들어 고용의 질이 악화했다.

특히 2월 취업자 증가의 57%를 자영업자가 차지했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 동안 지속적으로 증가 추세를 보여 왔던 임금근로자가 작년 9월부터 크게 낮아진 반면에 계속 감소해 왔던 자영업자가 크게 늘어나고 있다. 즉 임시직 취업이 크게 줄어들어 임금근로자 고용이 격감함에 따라 취업을 못한 인력들이 참다 못해 자영업 창업으로 자신의 일자리를 만들고 있는 셈이다. 그런 흐름을 보여주는 통계는 숱하다. 우선 하루 3,000개가 창업하는 반면 2,000개가 폐업한다. 흔히 손대기 쉬운 음식업의 경우 개업한 지 1년 안에 40%, 3년 안에 70%가 문을 닫는다. 그만큼 버티기 어렵다는 인식이 널리 퍼져있는데도 자영업 창업이 늘고 있는 현실은, 벼랑 끝으로 내몰린 민생의 어려운 상황을 그대로 드러낸다.

정리해 보면 소득은 늘지 않았는데 생활물가는 대폭 상승한 결과 사는 형편이 어려워졌고, 사업이 어렵고 취업난이 장기화함에 따라 민생의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한마디로 민생은 총체적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

계절로는 봄이 왔지만, 민생은 아직도 겨울이 계속 되고 있다. 국정농단 사태는 민생의 겨울을 더 길고 혹독하게 만들었다. 더구나 가계부채를 비롯한 제반 경제 상황은 호전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고, 전통적 돌파구인 수출 호조도 얼마나 지속될지 우려된다. 과연 민생의 겨울은 얼마나 더 오래 갈 것이며, 따뜻한 봄은 언제 올 것인가?

민생에 봄이 오게 하는 필요조건은 경제활동의 불확실성을 최소화하는 것이며, 충분조건은 정책이 신뢰를 얻어 기업과 가계가 경제가 나아지리란 희망을 갖게 하는 것이다. 지금 5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각 당의 후보 경선이 한창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대선 후보들은 민생과 무관한 상대 헐뜯기에 열중할 뿐이다. 누가 민생의 고통을 줄이고 희망을 가져올 수 있는 더 나은 대안을 가지고 있는지 국민의 눈길을 사로잡을 만큼 토론하는 것을 아직까지 들은 바 없다.

민생에 희망을 주지 못하는 정치는 의미가 없다. 누가 어떻게 민생의 봄을 오게 할 것인가? 국민들은 그것이 알고 싶다. 이제는 민생을 이야기하자.

김동원 고려대 경제학과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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