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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철순 칼럼] 프란치스코와 메르켈

입력
2014.07.25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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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겸손과 포용’을 갖춘 두 지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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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운 한국사회에 교황이 불 켠

배려의 메시지 ‘일어나 비추어라’

메르켈은 손가락 두 개로 총을 쏘는 것처럼 겨누고, 교황은 손가락 세 개를 치켜 올리고 있다. 마주 보고 웃는 두 사람의 표정이 짓궂고 재미있다. 지난해 5월 18일 바티칸을 방문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프란치스코 교황의 즐거운 만남을 보여주는 사진이다.

프란치스코 교황과 메르켈이 지난 3월 미국 경제전문지 포춘에 의해 ‘세계의 위대한 지도자 50인’ 중 1, 2위에 선정된 것은 당연한 일이다. 선정 기준은 ‘리더십이 부족한 시대에 사람들에게 힘을 주고 더 좋은 세상을 만드는 데 영적 영향력을 행사한 사람’이다. 거대한 조직의 우두머리이거나 정치적 지도자라는 이유만으로는 위대한 지도자가 될 수 없다는 뜻이다.

이들의 가장 큰 특징이자 덕목은 겸손과 포용이다. 특히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해 3월 취임 이후 ‘가난한 사람들을 섬긴 성인이자 개혁가’였던 아시시의 성인 프란치스코처럼 교회 쇄신을 추진하고 검소한 삶을 실천함으로써 가톨릭 밖에서도 존경을 받고 있다. 파격적이고 소탈한 ‘프란치스코 스타일’은 전 세계에 ‘프란치스코 효과’를 내고 있다. 인간존엄과 공동선을 위해 노력할 것을 촉구하는 그의 언행은 많은 사람들을 변화시키고 있다. 그는 트위터 팔로어가 1,500만 명에 육박하는 ‘민중의 교황’이다.

젊은 시절의 가난과 고통은 두 사람이 같다. 그들은 원래 사회 중심부의 인물이 아니었다.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가 올해 5월 ‘2014년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 100명’ 가운데 메르켈을 1위로 선정한 것은 이제 뉴스도 되지 않을 정도다. 그는 지난 10년 간 8번이나 1위에 꼽혔다.

동독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2005년에 총리로 취임할 때 “전 정권이 용기 있고 단호하게 개혁을 추진했다”고 평가했던 메르켈은 반대당의 정책을 승계했다. 2011년 후쿠시마 사고 이후에는 원자력 발전을 포기하는 용기를 보였다. 2013년 선거 승리로 3연임을 하게 되자 장관 자리 16개 중 6개를 야당에 넘겨주고, 국민의 25.7%가 지지한 제1야당의 공약을 자기 정책으로 수용했다.

주장을 굽히고 양보할수록 지지율이 높아지는 이유는 무엇인가. 모든 이해집단을 배려하고 국민과 소통하는 데 기여하는 편안하고 부드러운 미소, 가식이 없고 겸손한 진정성 덕분이다. 세 번째 임기를 마치면 그는 영국의 대처 전 총리보다 더 장수한 총리가 된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한(8월 14~18일)을 앞두고 이 두 사람의 겸손과 포용을 다시 생각한다. ‘그리스도의 대리자’ 교황의 방한 로고에 선정된 문구는 ‘일어나 비추어라’(이사야 60장 1절)다. 오랫동안 어둠 속에 묻혀 있던 예루살렘을 깨우는 이 말은 이제 깨어서 활동하라, 스스로 빛을 발하라는 명령이자 권유였다.

교황이 우리나라를 찾는 것은 벌써 세 번째로 25년 만이며 프란치스코 교황으로서는 첫 아시아 방문이라는 영광만을 기릴 때가 아니다. 무분별한 교황마케팅이나 들뜬 종교적 열광을 지양하고, 소탈하고 검소한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한에서 받아야 할 메시지를 생각해야 한다. 한국은행은 이번에 기념주화를 발행한다는데, 은행으로서야 당연한 발상이겠지만 가난한 사람들에 대한 교황의 관심과는 동떨어지고 어울리지 않는다. 그런 판에 박힌 것 말고 나라 전체적으로 좀 더 의미 있고 문화적인 걸 생각할 수는 없을까.

메르켈 총리는 지난해 바티칸 방문 당시, 예수회 사제일 때 독일에 잠시 머물렀던 교황에게 독일 시인 프리드리히 횔더린의 시집 세 권과 독일 작곡가 겸 지휘자 빌헬름 푸르트벵글러의 CD 107장을 선물했다. “교황께서 이 많은 CD를 다 들을 시간이 있을지 모르겠다”는 농담도 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언제나 자신의 이름으로 나가는 선물을 여성 특유의 섬세함으로 직접 고르고 각별한 정성을 쏟는다고 한다. 이번에 교황을 맞아 무슨 선물을 할 것인지, 이 만남을 통해 무엇을 얻게 될 것인지 궁금하다.

논설고문 yc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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