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7월 '현대사 광장' 창간, 임정 정통성 부인하고
건국절 주장하는 우익 인사 글 다수 실어 국내외 기관 배포 논란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이 현대사를 다루는 정기간행물을 창간해 임시정부의 정통성을 부정하며 건국절을 주장하거나 독재정권을 미화하는 극우인사들의 주장을 실어온 것으로 드러났다. 예산 6,800만원이 투입된 이 간행물은 국ㆍ공립 대학 도서관, 해외 한국문화원 등 국내외 1,100여 기관에 배포됐다. 앞서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은 ‘박물관에서 읽는 우리 현대사 총서’ 시리즈 집필진 11명 중 5명을 뉴라이트 학자가 주축이 된 한국현대사학회 소속으로 구성해 물의를 빚었다.
지난해 7월 발간된 ‘현대사 광장’ 창간호에는 대표적인 뉴라이트 학자인 안병직 서울대 명예교수의 글이 실렸다. ‘대한민국역사박물관에 바란다’ 코너의 ‘건국ㆍ산업화ㆍ민주화의 역사를 담아야’라는 글에서 안 교수는 뉴라이트의 핵심 주장인 건국절 제정 논란에 불을 지폈다. 안 교수는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이 광화문에 들어서게 된 이유를 설명하면서 “1948년에 건국된 대한민국이 아직도 건국일이 국경일로 지정되지 못함으로써 그 정당성과 정통성이 도전을 받고 있기 때문일 것”이라고 적었다. 1948년 8월 15일을 건국절로 기려야 한다는 주장이다.
안 교수는 같은 글에서 5ㆍ16 쿠데타를 미화하기도 했다. 그는 “5ㆍ16 군사정변은 쿠데타이기도 했지만, 당시 가장 선진적이고 강력한 세력인 군부로 정권이 이양되는 계기이기도 했다”며 “권위주의 정권은 개발독재라고도 불리는데, 그 뜻은 권위주의 정권이 단순한 독재가 아니라 경제개발이라는 뚜렷한 국가목표를 가지고 있는 독재정권이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지난해 12월 나온 2호에서는 극우 성향의 양동안 한국학중앙연구원 명예교수가 건국절 주장을 반복했다. 양 교수는 ‘대한민국의 기원’이란 글에서 “건국일에 관한 이설들이 경합하고 있는 대한민국은 인간으로 치면 생일이 없거나 생일이 여러 개인 이상한 인간인 셈”이라며 “건국은 국가 구성의 필수 요소를 완전히 갖춘 1948년 8월 15일에 이뤄진 것이라는 점에 논란의 여지가 있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양 교수는 “(1919년) 4월 11일에 구성된 상해임시정부나 여타 임시정부 및 9월 11일에 구성된 통합 상해임시 정부 등은 어느 것을 막론하고 국가가 아니다”라며 대한민국임시정부의 정통성을 부정했다.
이승만 전 대통령을 긍정적으로 묘사하기도 했다. 그는 “해외에서 활동하던 독립운동 세력들 가운데 자유민주주의 사상을 가장 확고하게 포지한 세력은 이승만과 그의 추종자들”이라며 “이승만은 미국에서 자유민주주의 사상을 몸으로 학습한 지도자”라고 추어올렸다.
유기홍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실에 따르면, 이 같은 주장이 담긴 ‘현대사 광장’은 국내외 1,175개 기관에 배포됐다. 배포처는 국내는 국ㆍ공립대 도서관 689곳, 박물관 132곳, 정부기관 14곳, 국회 25곳, 연구소 72곳, 학회 21곳 등이고 해외는 16개국 한국문화원 등 33곳이다. 올해 7월까지 총 3권을 발간하는 데 들어간 예산은 6,850만원이다. 유기홍 의원은 “대한민국의 건립을 대한민국임시정부라고 규정한 헌법 정신을 부정하고 소수의 편향된 역사관이 담긴 글을 정부기관이 간행물에 실은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신철 성균관대 동아시아역사연구소 교수는 “현대사 재해석이라는 명목으로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정통성을 부인하고 이승만의 건국을 부각시키는 편향된 집단의 주장을 실어 논란으로 만들려는 의도가 짙다”고 말했다.
김지은기자 lun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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