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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처럼 단비, 해갈엔 턱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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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처럼 단비, 해갈엔 턱없었다

입력
2015.11.09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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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5300여만톤 부족 보령댐, 이틀간 강수량 20여만톤 불과

충남 7곳 제한급수 계속… 기상청 “봄·여름 이어 겨울도 가뭄”

충남보령시 미산면 보령댐 수몰지역이 극심한 가뭄으로 바닥을 드러낸 채 갈라져 있다.고영권기자youngkoh@hankookilbo.com
충남보령시 미산면 보령댐 수몰지역이 극심한 가뭄으로 바닥을 드러낸 채 갈라져 있다.고영권기자youngkoh@hankookilbo.com

“고맙게도 단비가 내려줬지만 아직 멀었어. 이렇게 서너 번 더 비 내렸으면 좋으련만…”

지난 8일 충남 태안군 태안읍 상옥리에서 논농사를 짓는 김모(74)할아버지는 추수가 끝난 논에 나와 논두렁을 손질하며 한숨을 내쉬었다. 모처럼 대지를 촉촉히 적신 비였지만 여전히 성에 차지 않는다는 말투였다. “여기는 천수답이라 물을 가두어 놓아야 해. 내년에도 금년처럼 가뭄이 들것이라 미리 대비해야 하지만 이 정도로는 모자라도 한참 모자라.”

7,8일 주말에 충남을 비롯한 중부지역에 모처럼 내린 단비는 거북이 등처럼 갈라진 보령댐 바닥을 촉촉하게 적셨다. 특히 저수율이 10%대로 떨어져 제한급수에 돌입한 보령댐의 수위는 57.26m로, 사흘 만에 12㎝나 올랐다. 오랜 가뭄으로 초원으로 변해버린 댐 상류지역이 개천으로 흘러 들어오는 물의 양이 점점 많아지면서 잠기는 면적도 넓어지고 있었다.

그 동안 말라 있던 옥마산 등 보령댐을 감싸고 있는 크고 작은 계곡에도 물길이 만들어졌다. 이 물이 한동안 댐으로 흘러내리면 수위는 좀 더 올라갈 전망이다.

3개월 만에 제법‘비다운 비’가 내렸지만, 타들어가는 충남 서부지역의 해갈에는 턱없이 부족했다. 지난 주말 충남지역에 내린 강우량은 홍성 70㎜, 태안 63.5㎜, 청양 55.5㎜, 보령 45.4㎜, 세종 42㎜, 대전 33.5㎜. 가을비로는 적지 않은 양을 기록했지만 이 정도로는 충남 서부지역 7개 시군의 실시중인 제한급수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상황이다.

실제로 보령댐이 충남지역 내 각종 용수를 정상적으로 공급하기 위해선 5,300여만톤의 물이 추가로 필요하지만 이번에 보령댐에 내린 비의 양은 20여만톤에 불과했다. 이 지역 가뭄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물부족 사태가 극도에 달하면서 충남도는 주로 다목적댐에서 상수원을 공급받던 것과는 달리 각 마을에서 직접 상수원 개발에 나서는 쪽으로 정책 전환에 나섰다. 지천댐 건설과 관정개발 등 새로운 수자원 발굴에 나서기로 한 것이 대표적 사례다. 또한 보령댐 광역상수도를 사용하고 있는 시ㆍ군에 24억5,200만원을 투입해 8.8㎞의 노후불량 상수관로를 개량할 계획이다. 올 연말까지 저수지 145곳의 준설을 마치고, 269지구 중 207지구의 용수 개발도 완료하는 등 다양한 대안이 나오고 있지만 가뭄을 해소할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라는 점에서 고민은 깊다.

수자원공사 보령권관리단 관계자는 “이번 단비로 수위가 5㎝정도 상승했지만 물 공급량으로 따진다면 고작 5일 분 밖에 되지 않는다”며 “충남 서부지역의 정상적인 물 공급을 위해서는 최소한 저수율이 50%이상 넘어야 하는데 갈수기로 접어들어 물 걱정은 계속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고윤화 기상청장은 “최근 엘리뇨 현상으로 겨울 비가 많이 오더라도 200mm 이상은 힘들어 봄ㆍ여름 가뭄에 이어 ‘겨울 가뭄’에 접어 들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보령=이준호기자 jinhol@hankookilbo.com, 장재진기자 blan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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