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회복돼도 취업 증가폭 되레 둔화
저출산∙고령화로 일손 점점 부족해지지만
양질 일자리 부족해 취업난은 여전할 듯
저출산과 고령화로 인한 ‘인구절벽’으로 내년 취업자 수 증가 폭이 다시 30만명 밑으로 주저앉을 거란 전망이 나왔다. 한국도 일본처럼 경기 회복에도 불구하고 인구 구조의 변화 탓에 취업자 수 증가가 둔화하는 현상이 나타나는 원년이 바로 내년이 될 거라는 예측이다.
5일 한국노동연구원이 발표한 ‘2017년 노동시장 평가와 2018년 고용 전망’에 따르면 내년 취업자는 2,685만5,000명으로 올해보다 29만6,000명 증가하는 데 그칠 것으로 분석됐다. 올해 취업자 증가폭이 32만4,000명으로 예상되는 것과 비교하면 3만명 가까이 줄어드는 수치다.
정부가 최근의 수출ㆍ생산 증가세가 이어지면서 경기 회복 흐름이 지속될 거라는 진단을 내놓았는데도 취업자 증가폭이 줄어드는 배경에는 구조적인 인구 문제가 있다는 설명이다. 성재민 한국노동연구원 동향분석실장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엔 보통 경기의 흐름이 좋으면 전년 대비 내년 취업자 수 증가 폭을 30만명 이상으로 잡아왔다”면서 “그러나 저출산과 더불어 고령화가 상당히 진행되면서 이제 취업자 수가 이전만큼 대폭 늘어나긴 어려운 상황이 됐고, 조만간 취업자 수 10만명대 증가 시대가 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실제 내년 실업률은 3.7%로 올해와 같은 수준이고, 고용률은 올해보다 0.3%p 높아진 61.0%로 전망됐다.
생산가능인구(15~64세) 중에서 취업자 비중(고용률)은 높아지는데 취업자 증가폭이 감소하는 건 생산가능인구 증가세가 확연히 둔화세로 접어들었다는 얘기다. 생산가능인구 증가율은 2012~2016년 1.1%에서 2017~2019년 큰 폭(0.6%)으로 꺾인 뒤 2020년부터는 감소세가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금융위기 이후 전체 취업자 수의 증가를 이끌었던 50대 베이비붐 세대가 60대에 점차 진입함에 따라 취업자 수 둔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성 실장은 “노동력 부족시대가 본격적으로 찾아온 만큼 여성이나 노인 등의 노동시장 진입을 유인하기 위한 적극적인 고용대책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출산율 저하로 인한 ‘일손 부족’ 현상이 청년 취업난의 해결을 가져온 일본처럼 청년층의 고용여건이 개선되는 흐름도 당장 가시화되진 않을 것으로 전망됐다. 국내 청년실업은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근로조건 격차로 좋은 일자리가 부족한 것이 주된 원인이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실제로 올해 1~10월 20대 취업 준비자는 작년 같은 기간보다 5만3,000명이 늘었는데, 대기업이나 공기업, 공무원 등 좋은 일자리를 위해 각종 시험을 준비하는 이들이 대부분이다.
다만 지금의 저출산 기조가 계속 이어진다면 5~10년 이후에는 인구부족으로 인해 일자리가 넘쳐나는 일본의 전철을 밟을 가능성은 있다. 그렇다 해도 우리 경제에 득보단 독이 될 소지가 크다는 진단이다. 성 실장은 "구직자가 줄어들면서 취업난이 해소되는 현상은 경제 전반적으로 볼 때 노동시장에 활력을 가져다 주지 못한다“며 “게다가 아무리 인구가 줄어도 청년 구직자는 좋은 일자리보다 많기 때문에 이런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지적했다.
전혼잎 기자 hoiho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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