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잉원(蔡英文) 대만 총통이 내우외환 속에 7일부터 중남미 4개국 순방길에 올랐다. 양안(兩岸ㆍ중국과 대만)관계 냉각과 경기침체 지속 등으로 입지가 좁아진 가운데 일부 순방 대상국과는 단교 가능성까지 거론되는 상황이다. 게다가 미중 갈등의 와중이라 미국을 경유하면서도 트럼프 당선인 측과는 회동조차 추진하지 않았다.
8일 대만 언론과 AP통신 등에 따르면 차이 총통은 중남미 4개국 순방을 위해 전날 경유지인 미국 남부 텍사스주 휴스턴에 도착했다. 미국의 대만 대사관격인 미국재대협회(AIT) 제임스 모리아티 회장이 기내에서 차이 총통을 영접했으며, 차이 총통은 이날 온두라스 방문길에 올랐다. 차이 총통은 이어 니카라과와 과테말라, 엘살바도르를 차례로 순방한 뒤 오는 13일 미국 샌프란시스코를 경유해 15일 대만으로 돌아올 예정이다.
차이 총통은 출국에 앞서 기자회견을 갖고 “동맹과의 연대를 강화하고 대만의 존재감을 높이겠다”고 했지만 국내외적인 어려움 때문에 전반적으로 큰 성과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란 분석이 많다. 무엇보다 최근까지도 순방 대상국인 온두라스와 니카라과 등 2개국과의 단교 가능성이 거론돼 왔고, 실제 니카라과와는 정상회담 일정도 확정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양국 모두 ‘하나의 중국’ 원칙을 강조하는 중국을 의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차이 총통과 트럼프 당선인 간 전격통화 이후 미중 갈등이 심화하면서 차이 총통과 트럼프 당선인 측 사이의 회동도 추진되지 않았다.
국내적으로도 양안관계 악화로 관광ㆍ운수업 등의 상황이 더욱 나빠지는 등 기왕의 경기침체가 가속화하면서 지난해 5월 취임 당시 70%에 육박했던 지지율은 지난해 말 30% 초반대까지 밀려났다. 연금 개혁에 대한 찬반 논란과 일본 수산물 수입 허가 추진에 대한 반발 등이 겹치면서 최근에는 탄핵 가능성에 대한 얘기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베이징=양정대 특파원 torc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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