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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신교환 등 비대면 상봉 늘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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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신교환 등 비대면 상봉 늘려야"

입력
2015.10.26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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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시간 만남… 그나마 징검다리 상봉

"이산가족 한 풀기엔 역부족" 중론

1972년 오대양호 사건 당시 납북된 정건목(64)씨가 26일 금강산호텔에서 작별상봉을 마친 뒤 남측으로 향하는 버스에 탄 어머니 이복순(83)씨를 떠나 보내며 눈물을 닦고 있다. 금강산=뉴시스
1972년 오대양호 사건 당시 납북된 정건목(64)씨가 26일 금강산호텔에서 작별상봉을 마친 뒤 남측으로 향하는 버스에 탄 어머니 이복순(83)씨를 떠나 보내며 눈물을 닦고 있다. 금강산=뉴시스

1년 8개월 만의 남북이산가족 상봉이 무사히 마무리됐지만 60여 년을 손꼽아 기다려온 이산가족의 한을 풀어주기엔 역부족이라는 평가다. 천편일률적인 상봉 방식을 다양화하고, 상봉 외 서신교환 등 비대면 상봉 방식도 늘려 나가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산가족 1세대의 초고령화 문제를 감안해 80~90세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한 특별 긴급 상봉도 긴요하다.

이번에도 상봉 행사에 나선 가족들은 2박 3일 상봉 기간 내내 각각 다른 숙소에 머물다가 정해진 시간과 장소에서 만났다가 헤어지는 ‘징검다리 상봉’에 대한 아쉬움을 강하게 토로했다. 남북 이산가족들이 대면한 시간은 첫날 단체상봉, 환영만찬에 이어 이튿날 개별상봉, 공동중식, 단체상봉, 마지막 날 작별상봉까지 12시간이 고작이었다.

이산가족들은 “숙소에서 하룻밤만이라도 같이 잤으면 좋겠다”거나 “상봉장이 아닌 주변 산책도 같이 하며 자유롭게 만나면 훨씬 자연스러울 것 같다”며 판에 박힌 상봉일정에 분통을 터뜨렸다. 대한적십자사(한적)가 지난해 2월 이산가족 전체 상봉 대상자(439명) 중 230명에게 상봉 방식의 개선 방안에 대해 설문조사를 한 결과, ‘상봉시간을 늘려야 한다’는 의견(45%)과 ‘시간 구분 없이 같이 있게 해줘야 한다’(39%)는 등 상봉 가족 개별 사정에 맞춘 자유로운 만남을 요구하는 의견이 압도적이었다.

대면 상봉은 일정 규모로 이뤄지는 한계가 있는 만큼 서신교환 등 비대면 상봉을 활성화시켜 갈증을 해소시켜줘야 한다는 요구도 높다. 이번에 1차 상봉단에 포함돼 65년 만에 북측의 아버지를 만나고 돌아온 온 채희양(65)씨는 26일 “지금 상태로는 아버지가 돌아가셔도 생사조차 알 수 없는 거 아니냐”며 “만나는 것도 중요하지만, 서로 연락을 주고 받을 수 있는 게 가장 시급해 보인다”고 울먹였다. 지난해 한적 설문조사에서도 이산가족들은 편지 교환 제도화(52%)를 상봉정례화(49%) 보다 가장 필요한 조치라고 꼽기도 했다.

이산가족 2차 상봉 남측 최고령자인 구상연(98) 할아버지가 26일 금강산호텔에서 작별상봉을 마친 뒤 아들 형서(42)씨가 미는 휠체어에 앉아 발길을 돌리려 하자 북측의 큰 딸 송옥(71ㆍ오른쪽)씨와 작은 딸 선옥(68)씨가 애끓는 표정으로 손을 내밀며 이별을 아쉬워하고 있다. 금강산=사진공동취재단
이산가족 2차 상봉 남측 최고령자인 구상연(98) 할아버지가 26일 금강산호텔에서 작별상봉을 마친 뒤 아들 형서(42)씨가 미는 휠체어에 앉아 발길을 돌리려 하자 북측의 큰 딸 송옥(71ㆍ오른쪽)씨와 작은 딸 선옥(68)씨가 애끓는 표정으로 손을 내밀며 이별을 아쉬워하고 있다. 금강산=사진공동취재단

상봉 행사의 순조로운 진행을 가로막는 북측의 방해공작에 대해서도 당국 차원의 강력이 대응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북한은 지난 20일 1차 상봉단 취재진 29명의 노트북을 일일이 검열한 끝에 최고존엄을 모독하는 내용이 있다고 주장하며 3대의 노트북을 일방적으로 압수하는 한편 노트북을 돌려받는 과정에서는 문제가 된 노트북을 소지한 기자들에게 개별적인 벌금까지 요구했다. 이에 우리 정부는 북측에 유감 표명과 재발방지 약속을 구두로 표명하는 선에서 사태를 마무리 지었지만, 북한의 무리한 요구사항에 원칙 없이 굴복했다는 비판도 비등하다. 정부 관계자는 “과거 당국간 회담이 이뤄질 때도 취재 내용과 활동에 대해 일종의 불가침 조약을 합의문에 넣을 정도였다”며 “7,8년 동안 남북관계가 공백상태이다 보니 벌어진 일로, 확실한 원칙을 세울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강윤주기자 kk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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