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닫기

알림

[특파원 24시] 유리천장 깨뜨리는 미군 여전사들

입력
2017.10.02 09:14
0 0

작년부터 여군에 모든 직무 개방

해병대 첫 보병 소대장 탄생

포병ㆍ기갑 등서도 여성장교 등장

네이비 실ㆍ그린베레엔 아직 없어

미국 해병들이 지난 달 29일 캘리포니아에서 시행된 훈련에 참여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미국 해병들이 지난 달 29일 캘리포니아에서 시행된 훈련에 참여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거의 모든 직종에서 남녀의 성 역할이 사라지고 있지만 그래도 굳건히 남아 있는 곳을 꼽으라면 군대다. 특히 혹독한 훈련을 지탱할 육체 능력을 동반해야 하는 전투 부대는 여성의 진입 장벽이 가장 높은 곳으로 꼽히지만 최근 이곳마저 차츰 무너지고 있다.

미국 해병대는 지난달 25일 여성 해병 장교가 13주간의 해병대 보병 장교 과정(IOC)을 이수해 캘리포니아 팬틀턴 기지의 미 해병 1사단에 보병 장교로 배속됐다고 밝혔다. 본인의 의사에 따라 신원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창설 242년의 미 해병대 역사상 처음으로 40명 정도 규모의 해병대 소대를 이끄는 여성 보병 장교가 탄생한 것이다.

IOC는 미군 부대 통틀어 가장 혹독한 훈련 중 하나로 꼽히는데, 68㎏에 달하는 군장을 짊어지고 각종 산악 훈련과 장애물 통과, 무기 조립 등을 테스트 받는다. 통상 훈련 첫날에만 교육생의 10%가 탈락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해병대는 시범 조사 차원에서 2012년부터 2015년까지 여성들에게 이 훈련을 개방했으나 32명 전원이 탈락했다. 버락 오바마 전 정부가 2015년 말 군대 내 모든 직무에 대해 성차별 없이 개방하라는 조치를 취한 후에도 그간 이 훈련을 통과한 여성은 없었다.

군사전문사이트 밀리터리닷컴은 이 여성 장교가 한 걸음 더 나아가 펜틀턴 기지에서 수륙강습 부대 장교 과정에 등록해 조만간 이수할 예정이어서 또 다른 이정표를 세우게 됐다고 전했다. 이 훈련 역시 2016년 전까지 여성들에겐 문호가 닫혀 있었던 과정으로 수륙양용전차를 운용하는 첫 여성 소대장이 탄생하게 되는 것이다.

2016년부터 군대 내 모든 직무가 여성들에게 개방된 후, 포병ㆍ기갑ㆍ보병 등 그간 여성들이 접근하기 어려웠던 영역을 뚫는 미국 여성들의 발걸음이 조금씩 가시화하는 모습이다. 해병대는 이번에 여성 보병 장교에 앞서 올해 3월 2명의 첫 여성 포병 장교를 탄생시켰고, 4월에는 해병대 탱크 부대를 이끄는 첫 여성 기갑 장교도 배출했다. 릴리안 폴라체크 소위는 19주간의 기갑 장교 훈련 과정을 최우수 성적으로 이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에는 미 육군에서 크리스틴 그리스트 대위가 레인저 스쿨을 이수한 후 첫 여성 보병 장교로 부임했다. 2015년 처음 여성들에게 개방된 레인저 스쿨은 미 육군의 특수훈련 교육과정으로서 이 역시 혹독한 트레이닝으로 유명하다.

다만 최정예 특수부대로 꼽히는 미 해군의 네이비 실, 미 육군의 그린베레 등의 자격 요건을 충족한 여성은 아직 배출되지 않았다. 지난 7월 네이비 실 교육 과정을 등록한 여성이 처음 등장했으나 험난한 훈련 과정이 남아 있는 상태다.

여성들의 전투 부대 진출이 조금씩 늘고 있지만, 도전 과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 키리안느헌터 미 국방부 여군 자문위원회 위원은 워싱턴포스트와 인터뷰에서 “해병 부대를 맡게 될 여성 장교는 두 가지 큰 과제를 다뤄야 한다”며 “하나는 부하 대원들을 통솔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여성의 실패를 바라는 외부의 시선을 극복해야 하는 것이다”고 말했다.

워싱턴=송용창 특파원 hermeet@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