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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가루 주성분 글루텐 정말 건강에 해로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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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가루 주성분 글루텐 정말 건강에 해로울까

입력
2014.07.28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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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가루 가공ㆍ조리에 필요한 성분, 장내 염증ㆍ소화장애 주범 찍혀

미국인 1%가 셀리악병 앓지만 국내선 발병 사례 전혀 없어

밀가루보다 식품첨가물이 문제, 무조건 기피 말고 균형 식사를

의료계에서는 "국내에선 글루텐이 원인이 돼 발생하는 셀리악병 자체가 드물다"며 최근 불거진 글루텐 논란에 문제를 제기했다. 사진은 빵을 만들기 위해 밀가루를 반죽하는 모습. CJ푸드빌 제공
의료계에서는 "국내에선 글루텐이 원인이 돼 발생하는 셀리악병 자체가 드물다"며 최근 불거진 글루텐 논란에 문제를 제기했다. 사진은 빵을 만들기 위해 밀가루를 반죽하는 모습. CJ푸드빌 제공

강력반 형사로 분한 여성 3명이 “밀가루 NO! 글루텐 NO!"를 외치며 밀가루 음식을 먹는 이들을 소탕한다. 이들은 검거된 사람들에게 밀가루 제로, 글루텐 프리를 외치며 쌀비빔면, 쌀막국수 등을 권유한다. ‘글루텐 프리’제품을 선보인 모 식품업체의 광고내용이다. 이 업체의 주장대로 정말 글루텐은 인체에 해가 되는 성분일까.

글루텐, 밀가루 차지고 쫄깃하게

글루텐은 밀가루 속 단백질 성분으로 밀가루를 차지고 쫄깃하게 만든다. 이승주 동국대 식품생명공학과 교수는 “글루텐은 글리아딘과 글루테닌이 물과 결합했을 때 만들어진 수화복합체로 탄성이 풍부하다”며 “글루텐을 건조해 만든 활성글루텐은 식물성 단백질 식품원료와 함께 식육가공품, 수산연제품 부원료로 쓰인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밀가루가 다른 곡물 분말에 비해 물을 균등하게 흡수하고 면이 잘 늘어나는 것은 글루텐 성분때문”이라며 “글루텐은 밀가루를 가공하고 조리하는 데 꼭 필요한 성분”이라고 했다.

이처럼 밀가루 음식을 만드는데 감초와 같은 역할을 하는 글루텐이 최근 장내 염증을 일으키고 소화장애, 피부장애, 천식과 비염, 두통까지 일으키는 주범으로 지탄 받고 있다. ‘글루텐 프리’ 제품이 속속 출시되고, 인터넷에선 ‘글루텐 안 쓰고 요리하는 법’이 화제가 될 만큼 글루텐 기피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글루텐이 문제가 돼 발생하는 대표적인 질환이 바로 ‘셀리악병’이다. 셀리악은 ‘복강의’ 또는 ‘배의’라는 뜻으로, 이 질환은 밀가루를 먹으면 배가 아프고 설사 등의 증상이 생긴다. 밀가루가 주식인 미국인의 1% 정도가 셀리악병을 앓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미국에서 ‘글루텐 프리’ 식품이 판매되고, 스탠퍼드대와 네덜란드 라이덴의대 연구진은 글루텐을 소화할 수 있는 효소(EP-B2, PEP)를 발견하는 등 셀리악병으로 인해 관련 연구가 활발해지고 있다.

글루텐 원인 ‘셀리악병’…국내 발병 드물어

하지만 셀리악병 등 글루텐이 문제돼 발병한 사례가 전혀 없는 국내에서 급속도로 번지고 있는 글루텐 기피현상에 대해 의료계에서는 다소 의아한 눈길을 보내고 있다. 한종수 분당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셀리악병은 국내에서 거의 진단사례가 없다”며 “미국이면 몰라도 국내에서 글루텐 섭취에 대해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것 자체가 모순”이라고 말했다. 한 교수는 “정밀 혈액검사 후 소장까지 관찰할 수 있는 위내시경으로 조직검사를 해도 확진이 어려운 것이 셀리악병”이라며 “글루텐보다 탄수화물 중독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김성은 한림대성심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평소 밀가루 음식 섭취에 문제가 없다면 글루텐 섭취를 피할 필요가 없다”며 “소화장애 때문에 병원을 찾은 이들 대부분은 탄수화물, 당류 섭취가 문제가 된 사람이 많다”고 했다.

탄수화물 과다 섭취 문제…균형 식단 유지 필요

업계의 과도한 마케팅이 문제라는 지적도 제기됐다. 김석중 국립중앙의료원 가정의학과 전문의는 “최근 출시되고 있는 ‘글루텐 프리’제품이 비만까지 해결할 수 있다는 광고를 하고 있는데 어불성설”이라며 “이런 제품에 의존하지 말고 짜고, 맵게 먹는 식습관을 개선하는 것이 건강에 이롭다”고 했다. 그는 또 “밀가루 음식에 과민증상이 있는 사람에게는 도움될 수 있지만 일반인에게 글루텐 프리제품은 건강에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미국에서 글루텐 프리제품이 인기를 끌자 맹목적으로 국내에서 ‘글루텐 프리’ 마케팅을 전개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한동하 한동하한의원 원장은 “밀가루의 글루텐을 없앴다고 능사가 아니다”라며 “밀가루에 글루텐이 제거되면서 상대적으로 높아진 탄수화물 함량과 다량의 당분, 나트륨이 오히려 비만과 대사증후군 발병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글루텐은 건강한 사람에게는 단지 식물성 단백질에 불과하다”며 “칼국수, 짜장면, 피자, 햄버거, 파스타 등 밀가루식품들은 밀가루 자체 문제보다 나트륨 등 다양한 식품첨가물이 문제라는 것을 간과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조수현 중앙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글루텐 문제를 떠나 비만, 성인병 환자에게 밀가루 음식을 삼가라고 한다”며 “무조건 밀가루를 기피하는 것보다 균형 있는 식단을 유지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셀리악병이란?

소장에서 일어나는 알레르기 질환으로 장내 영양분 흡수를 저해하는 글루텐이 원인이다. 의료계에서는 가족 중 셀리악병에 걸린 사람이 있거나 임신 및 기타 알레르기 질환 등에 의해 발생하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글루텐이 함유된 음식을 섭취하지 않으면 정상 생활이 가능하며 2~2주 정도면 증세가 호전된다. 우리나라에서는 거의 발생하지 않는 질환으로 밀가루음식소화에 문제가 없다면 글루텐 섭취에 부담을 갖지 않아도 된다.

김치중 의학전문기자 cj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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