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닫기

“증세는 없다냥!” 20세에 눈 감은 알래스카 고양이 시장

알림

“증세는 없다냥!” 20세에 눈 감은 알래스카 고양이 시장

입력
2017.07.27 15:58
0 0
지난 1997년부터 알래스카 탈키트나의 명예 시장을 지내 온 고양이 스텁스가 최근 20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메이어스텁스 페이스북
지난 1997년부터 알래스카 탈키트나의 명예 시장을 지내 온 고양이 스텁스가 최근 20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메이어스텁스 페이스북

지난 20년간 미국 알래스카 주 탈키트나 마을의 명예 시장을 지냈던 고양이 ‘스텁스’가 최근 생을 마감했습니다. 최근 CNN의 보도에 따르면, 스텁스는 인구가 900명 남짓인 탈키트나에서 주민들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으며 명예 시장을 역임해왔습니다. 탈키트나엔 ‘인간 시장’은 없다고 하는데요.

스텁스는 지난 1997년 마을 주차장에서 상자 안에 꼬리가 잘린 채 발견됐습니다. 근처에서 잡화점을 운영하는 라우리 스텍 씨가 이 고양이를 거두고 '몽당(stub)'이라는 뜻의 이름도 붙여줬습니다. 스텁스는 곧 마을 주민들에게 사랑 받는 고양이가 됐지요.

재미있게도 같은 해 스텁스는 탈키트나의 명예 시장으로 선출됐습니다. 당시 시장 선거 때 “적합한 후보자가 없다”며 한탄하던 주민들이 고양이인 스텁스를 명예 시장으로 내세운 겁니다. 스텁스는 라우리 씨의 잡화점을 청사 삼아 시장 역할을 톡톡히 해냈습니다. 주민들은 성실하면서도 세금을 매기지 않는 스텁스 시장에게 매우 만족했다고 합니다.

고양이 시장 스텁스는 주인이 운영하는 잡화점(왼쪽)을 청사로 삼고 업무(?)를 해왔다. 주업무는 주민들과 관광객들의 무릎에 앉아 애교를 부리는 것이었다. 메이어스텁스 페이스북
고양이 시장 스텁스는 주인이 운영하는 잡화점(왼쪽)을 청사로 삼고 업무(?)를 해왔다. 주업무는 주민들과 관광객들의 무릎에 앉아 애교를 부리는 것이었다. 메이어스텁스 페이스북

안기기를 좋아하고 매력도 넘치는 스텁스는 오랜 세월 동안 마을에 많은 관광객을 유치하는 공을 세웠습니다. 고양이 시장인 스텁스를 보기 위해 하루 40명 안팎의 관광객이 몰리다 보니 지역경제에도 조금씩 활기가 돌았습니다. 그래서인지 주민들은 스텁스를 특히나 아끼고 좋아했습니다.

다정다감한 성격의 스텁스는 관광객들의 무릎에 앉아 ‘갸르릉’거리며 행복하고 따스한 분위기를 전파했고, 원한다면 기꺼이 사진도 함께 찍어줬습니다. 청사에는 각지에서 온 팬레터도 넘쳐났습니다.

스텁스는 시장으로 일하며 작은 사치(?)도 누렸는데요. 매일 오후 와인잔에 개박하(캣닙)을 넣은 물을 달여 마셨고, 유권자인 마을 주민들이 자신의 배를 쓰다듬는 것을 즐기며 긴 낮잠을 잤습니다.

20년이라는 세월 동안 스텁스는 새로운 가족을 주인으로 맞기도 했습니다. 지난 2015년 라우리 씨가 잡화점을 마을 주민인 스폰 씨에게 매각하면서 스텁스도 함께 입양을 보냈는데요. 스폰 씨 가족이 최근까지 스텁스를 돌봤으며, 가족의 반려묘인 새끼 고양이 데날리도 스텁스의 새 친구가 됐지요.

주민은 물론 관광객에게도 스텁스의 인기는 대단했다. "스텁스 시장을 대통령으로 선출해야 한다"는 포스터가 만들어지기도 했다. 메이어스텁스 페이스북
주민은 물론 관광객에게도 스텁스의 인기는 대단했다. "스텁스 시장을 대통령으로 선출해야 한다"는 포스터가 만들어지기도 했다. 메이어스텁스 페이스북

사랑 받는 고양이 시장이지만, 작년부터 스텁스는 고령으로 눈에 띄게 쇠약해져 외부에 거의 모습을 보이지 않은 채 대부분의 시간을 자택에서만 보냈고, 지난 20일 20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밤새 침대에서 곤히 자다가 다음날 아침 숨이 멎은 채로 가족들에게 발견됐다고 합니다. 스폰 씨는 이틀 후 스텁스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위터 계정에 부고를 발표했습니다.

스폰 씨는 "스텁스는 생의 마지막 날까지 반려묘로서 사랑을 주고 갔다"며 "식구들에게 쓰다듬어 달라거나 침대 옆을 지켜달라며 애교를 부렸고, 몇 시간이고 무릎 위에서 기분 좋은 소리를 냈다"고 했습니다.

그는 “새끼 고양이 데날리가 시장 직을 승계할 수도 있다”며 “데날리는 놀라울 만큼 스텁스를 닮은 성격으로 사람과 함께 있는 것을 좋아해서 차기 시장 적임자”라고도 적었습니다.

한편 스텁스의 트위터 계정에는 “지난 20년 동안 몇 번의 선거와 수천 번의 낮잠이 있었다.

(훌륭한 시장 덕분에) 우리는 이제껏 잘 달려왔다”는 추모의 글이 올라왔습니다.

한희숙 번역가 pullkkot@naver.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