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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의 여왕' 쓴잔… 조기 레임덕 몰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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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의 여왕' 쓴잔… 조기 레임덕 몰리나

입력
2016.04.14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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朴대통령 공천 개입 논란에

일방적 국정운영으로 유권자 실망

'진박 마케팅'은 오히려 역효과

與 장악력ㆍ국정과제 동력 약화 불가피

박근혜 대통령이 제20대 국회의원 선거일인 1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운동 서울농학교 강당에 마련된 투표소를 찾아 투표를 하고 있다. 홍인기기자 hongik@hankookilbo.com
박근혜 대통령이 제20대 국회의원 선거일인 1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운동 서울농학교 강당에 마련된 투표소를 찾아 투표를 하고 있다. 홍인기기자 hongik@hankookilbo.com

선거의 여왕이 참패했다. 13일 총선 결과는 박근혜 대통령의 일방적 국정 운영과 오만한 정치 스타일에 대한 혹독한 심판이었다. 박 대통령은 17, 18, 19대 총선에서 매번 승자였지만, 이번엔 웃지 못했다. 레임덕(대통령 임기말 권력 누수)의 시계가 빠르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새누리당은 이번 총선을 ‘박근혜의 선거’로 치렀다. 박 대통령은 남은 임기 2년여 동안의 국정 장악력과 퇴임 후 정치적 영향력이 총선 결과에 달려 있다고 보고, 공천 단계에서부터 여당을 흔들었다. 청와대의 ‘지령’에 따라 새누리당이 유승민ㆍ이재오ㆍ진영 의원 등 비박계를 명분 없이 대거 낙천시키면서 시작된 진흙탕 공천 싸움은 민심이 여권에 등 돌린 결정적 이유가 됐다. 여권 관계자는 “50대를 비롯한 중도ㆍ보수층이 박 대통령의 독선에 실망해 투표장에 적극적으로 나오지 않은 것이 수도권에서 완패하고, 텃밭인 대구와 부산ㆍ경남을 지키지 못한 이유”라며 “보수층이 박 대통령과 여당에 경고를 보내고, 정권 재창출을 위해 미래 권력이 등장할 공간을 만들어 준 것”이라고 풀이했다.

앞서 선거 판세가 심상치 않다고 본 박 대통령은 전국 여야 격전지의 창조경제혁신센터를 다닌 데 이어 선거 전날에는 “국민들이 투표로 새로운 국회를 만들어 달라”고 야당 심판을 촉구했다. 선거 개입 논란을 무릅쓰고 보수층 막판 결집을 시도한 것이지만, 전혀 먹히지 않았다. 정부의 북풍(北風) 조장 논란 역시 친박계의 진박 마케팅과 맞물려 오히려 역풍을 불렀다.

그 결과 청와대는 레임덕을 막을 수 없게 됐다. ‘총선에서 압승해 임기 말, 최소한 다음 대선 레이스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전까지 힘 센 청와대로 남겠다’는 계획이 허물어진 것이다. 20대 국회가 여소야대(與小野大) 구도로 출범하게 되면서 청와대는 법안 한 건도 마음대로 통과시킬 수 없게 됐고, 노동개혁ㆍ경제활성화ㆍ창조경제 등 핵심 국정과제 추진 동력을 상당 부분 놓쳤다. 선명한 정권 심판의 민심이 확인된 이상, 박 대통령을 겨냥한 야당의 공격은 날로 거칠어지고 박 대통령의 말과 행동은 위력을 잃어갈 것이다.

청와대 우위의 당청 관계도 이어가지 못할 가능성이 커졌다. 친박계의 공천 갈등ㆍ선거 패배 책임론이 거세져 차기 당권을 친박계가 잡지 못할 경우, 당청은 사사건건 부딪힐 것이다. 또 차기 대선주자를 비롯한 당내 인사들이 총선 결과를 ‘박 대통령에 대한 본격적 민심 이반의 신호’로 읽어 청와대와 각 세우기 경쟁을 벌이는 것도 시간 문제다.

그러나 호락호락 물러설 박 대통령이 아니다. 우선 청와대 개편과 중폭 이상의 개각 등 파격적 인적 쇄신 방안이 벌써 거론된다. 청와대는 총선 결과에 따른 여러 시나리오를 검토하면서 일부 장수 장관들의 후임을 물색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여권 관계자는 “박 대통령이 정국 주도권을 회복하기 위해 특유의 승부수를 낼 것”이라며 “그것이 여권의 미래 권력 구도와 관련한 것이 될지, 개헌 등 깜짝 카드가 될지는 지켜 봐야 하지만 국면을 반전시키는 데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문선 기자 moons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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