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오바마의 ‘비살상무기 지원’ 정책 뒤집어
미국 최근 러시아를 ‘전략적 경쟁자’로 간주키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친러시아 분리주의 반군과 전쟁을 벌이고 있는 우크라이나 정부군에 ‘재블린’ 대전차 미사일을 비롯한 방어용 살상 무기를 직접 공급하기로 결정했다. 그간 비살상 무기 지원에 그쳤던 미국이 직접 우크라이나 지원에 나서면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정부가 즉각 반발하는 등 동부 유럽에서 긴장이 고조되는 분위기다. 한때 ‘트럼푸틴(트럼프+푸틴)’이라 불렸던 세계 양대 군사강국 수장의 관계 개선에 대한 기대도 점점 낮아지고 있다.
22일(현지시간) 미국 국무부는 2014년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한 이래 최초로 미국 정부가 우크라이나에 방어용 살상 무기를 직접 공급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특히 그동안 러시아산 장갑차의 공세에 맞서기 위해 우크라이나 정부가 요구해 온 ‘재블린’ 대전차 미사일이 우크라이나군의 손에 들어가게 된다.
러시아는 격렬하게 반발했다. 세르게이 랴브코프 외교부 차관은 23일 “미국이 선을 넘었다”라며 “미국의 무기가 우리의 이웃 국가에 더 많은 인명피해를 입힌다면 우리로서는 방관할 순 없다”고 주장, 개입을 위한 명분 쌓기에 나섰다. 러시아는 2014년 크림반도 병합 이후 우크라이나 내전 개입설을 부정하고 있지만 미국은 러시아가 친러시아 반군을 사실상 지원한다고 보고 있다.
지난 버락 오바마 행정부 때부터 미국은 정부 차원 우크라이나 지원을 미군 수송차량 ‘험비’나 박격포 탐지 레이더 등 비살상무기와 물자ㆍ훈련 지원 등에 한정했다. 이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직접 개입할 명분을 줄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트럼프 정부 들어서는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 등이 우크라이나에 무기 지원을 지지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러시아와의 관계 개선 가능성을 고려해 적극적이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 우크라이나 정부군과 반군 간 충돌이 잦아지자 트럼프 정부는 결국 무기 투입이라는 결정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우크라이나에서는 19일 러시아가 휴전 모니터링 기구인 공동통제및조정위원회(JCCC)에서 대표단을 철수시키는 등 분위기가 험악해지고 있다.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정부군과 반군은 23일 크리스마스와 새해에 걸친 기념일 기간 휴전에 합의했으나, 곧바로 서로가 휴전을 깼다며 비난전을 펴고 있다.
여기에 트럼프 정부가 지난 18일 발표한 국가안보전략(NSS)문서에서 중국과 더불어 러시아를 미국의 지역 패권에 맞서는 ‘전략적 경쟁자’로 규정하면서 러시아와도 협력 대신 경쟁을 우선시할 것임을 확실시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 문서는 러시아의 2014년 크림반도 병합과 민주주의에 대한 공격 등을 문제 삼았고, 오바마와 조지 W. 부시, 빌 클린턴 등 과거 행정부들이 경쟁국에 적극 관여해 이들을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로 만들 것이라는 잘못된 가정에 기초해 외교에 실패했다고 주장했다.
이는 푸틴과 협력을 추구했던 트럼프의 발언 기조와는 반대되는 흐름이다. 미 싱크탱크 우드로윌슨센터의 매슈 로잔스키 케넌연구소장은 CNN방송에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이 완전히 바뀌었는지는 확언할 수 없으나 러시아와의 협력이 현 정부의 핵심 외교정책이 아님은 분명하다”라고 말했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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