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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귀족노조’ 비판 자초한 기아차 노조의 비정규직 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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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귀족노조’ 비판 자초한 기아차 노조의 비정규직 분리

입력
2017.04.28 2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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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자동차 노조가 결국 사내하청 분회를 분리했다. 같은 노조에서 함께 활동하던 정규직 조합원들이 비정규직 조합원을 노조 밖으로 내몬 것이어서 어떤 이유를 대든 ‘정규직 이기주의’ 내지는 ‘귀족노조의 민낯’이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전체 노동조합과 노동운동에 대한 국민 불신 또한 커질 수밖에 없게 됐다.

금속노조 기아차 지부는 27ㆍ28일 이틀 간 노조규약의 조합원 자격을 ‘기아차 내에서 근무하는 노동자’에서 ‘기아차 주식회사에서 근무하는 노동자’로 바꿀지 여부를 묻는 조합원 투표를 실시해 가결시켰다. 이에 따라 사내하청 비정규직 직원은 조합원 자격을 잃게 됐다. 상급 금속노조가 즉각 “전국의 노동자들에게 절망감을 안겨드려 책임감을 갖고 머리 숙여 깊이 사과한다”는 성명을 발표할 정도로 노동계는 이번 결과에 충격과 실망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기아차 지부는 완성차 업체 중 ‘1사 1노조’ 원칙을 따라 정규직 노조가 사내하청 노조를 품은 유일한 사례였다. 그에 따라 노동계가 정규직ㆍ비정규직 연대의 모범으로 여겨왔다. 그러나 실제로는 외부의 이런 시각과 달리 기아차 내부에서는 정규직과 사내하청 비정규직의 갈등이 끊이지 않았던 모양이다. 특히 법원이 사내하청 전체 공정을 불법파견으로 판단한 뒤 사내하청 노동자 중 몇 명을 정규직으로 할지를 놓고 대립했다고 한다. 지부와 사용자 측이 사내하청 노동자 일부만 정규직화하기로 하자 사내하청 분회가 반발해 독자 파업에 나선 게 결정적이었다고 한다.

이해관계가 다른 만큼 억지로 함께 하는 것보다 따로 활동하는 게 도움이 되리라는 기아차 지부의 주장을 조금도 이해하지 못할 바는 아니다. 그러나 그런 막연한 이유로 정규직이 비정규직을 떼어내는 것은 단결과 연대라는 노동운동의 기본 정신을 부정하는 것밖에 되지 않는다. 더욱이 비정규직이 임금과 고용조건, 교섭력에서 정규직과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열악하다는 게 주지의 사실이다. 이런 사정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기아차 지부가 비정규직을 내쫓았으니 기아차 비정규직의 처우는 더욱 악화할 가능성까지 있다.

안 그래도 현대차와 기아차 노조가 대리점 특수고용 비정규직 영업사원의 노조 가입을 반대한 것을 두고 비판이 일던 참이었다. 정규직 노조가 이익을 앞세워 비정규직을 외면하면 결국 ‘귀족노조’ 비난만 키울 뿐이다. 사회적 부러움을 사온 커다란 혜택을, 비정규직과는 조금이라도 나눌 수 없다는 인식을 그대로 드러낸 마당에, 어떤 명분으로 ‘귀족노조’ 비난에 맞설 것인지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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