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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고용형태 공시제와 한국의 노동시장

입력
2014.07.10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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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일 상시근로자 300인 이상을 고용하고 있는 사업체의 고용형태가 공개됐다. 고용형태 공시제도는 고용정책기본법 제15조 2항에 근거한 것으로 대통령령이 정한 기준(현재 300인) 이상의 근로자를 고용하고 있는 모든 기업들이 대상이다. 해당 기업들은 매년 3월 1일을 기준으로 사업장에서 근로하는 정규직과 기간제근로자, 기타근로자(계약기간을 정한 단시간근로자, 일일근로자, 재택·가내근로자), 소속 외 근로자(사내하도급, 용역, 파견)의 수를 공개해야 한다.

고용정보의 공개가 법률규정이긴 하나 자율공시를 근본으로 하고 있고 공시거부나 허위공시 등에 대해 제재조치를 두고 있지 않다는 점에서 제도 이행에 한계가 있음은 분명하다. 그러나 최초년도 공개율이 99.8%에 달한다는 점에서 제도의 자발적 수용도는 매우 큰 것으로 평가된다. 공개된 정보의 진실성과 질적 상태도 기대 이상이어서 크게 우려할 만한 수준은 아니다. 이번에 고용형태를 공개한 곳은 총 2,942개 사업체로 공시대상 2,947곳 중 5개 업체를 제외한 모든 곳이 요구된 정보를 공개했다.

기업 단위의 고용정보는 그 동안 노동시장뿐만 아니라 자본시장에서도 큰 관심의 대상이었다. 기업의 고용규모, 고용형태 등은 경영 전략과 연계된다. 경쟁기업 및 노동시장 내 일자리 수요자들뿐만 아니라 투자자들에게도 매우 중요한 정보이기 때문이다. 이번에 공개된 정보는 우리나라 기업들의 고용구조와 내부 노동시장의 실태를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공시 결과 가장 주목받는 부분은 역시 ‘간접고용’이라 불리는 소속 외 근로자로서 공시대상 사업체 근로자 5인 중 1명이 해당 범주인 것으로 조사됐다. 아울러 기업 규모가 클수록 직접고용 비율이 낮고 간접고용 비율이 높았다. 간접고용 근로자의 비율은 500인 미만 사업장이 13.4%, 500인 이상~1,000인 미만 사업장이 13.5% 수준으로 전체 평균(20.1%)보다 낮았다. 이는 상대적 다수의 간접고용 근로자들이 1,000인 이상 대기업에 집중돼 있음을 보여준다. 즉, 1,000인 이상 대기업의 간접고용 근로자 비중은 23.0%로 평균보다 높았고, 5,000인 이상 대기업에서 일하는 근로자 중 26.5%가 간접고용 노동자였다. 산업별로 보면 간접고용 근로자(878,000명)의 64%가 제조업(40만명)과 건설업(16만명)에 집중됐으며, 제조업 내에서도 조선업(64.5%)과 철강금속업(37.8%) 분야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고용 유형이 공시된 5,000인 이상 사업체의 최근 3년 매출액 및 단기순이익 증감과 정규직 고용 수준을 비교한 결과 매출액과 순이익이 증가함에도 불구하고 정규직 일자리는 거의 늘어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일부 기업의 경우 오히려 정규직 비중이 줄고 간접고용 비중이 확대됐다.

고용공시 결과를 두고 논란이 일자 경영계는 자율경영을 훼손하는 경영권 개입 조치라고 반발했다. 노동계와 시민사회 단체들은 매출액과 이익규모가 큰 대기업일수록 정규직 고용을 회피하고 간접고용을 확대해 기업이 감당해야 할 위험을 외부화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물론 고용의 규모와 유형, 방식 등은 기업의 경영권에 속하는 영역으로 전략적 판단의 대상이어서 배타적 권한을 주장할 수 있다. 그러나 기업이 경제적 부가가치의 창출만을 위해 존재하는 ‘경제조직’이 아니라 다양한 사회 영역에서 여러 이해관계자들과 상호작용하는 ‘사회조직’이라는 점에서 양질의 일자리 창출과 노동기준의 준수 등은 전략적 선택의 대상이라기보다는 사회경제적 의무의 영역으로 간주돼야 한다. 또 재무적 성과에 배타적으로 의존하던 기업가치의 평가 방식과 기준이 점차 사회적 책임성과와 균형성과 등으로 이행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기업경영의 지속가능성 확대 차원에서도 인적자원에 대한 중장기적 투자는 무엇보다 중요하다.

올해 제도 시행의 첫해로서 고용공시 기준, 대상 및 관리방법 등과 관련해 여러 논란들이 있었지만 고용형태 공시제가 갖는 의의는 자못 크다. 이 제도가 우리나라 노동시장의 지속가능성 확대에 중요한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

권순원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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