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보기ㆍ완결작 중심으로 유료화에 일부 독자들 반감
간접광고 등 수익모델 도입도
학교폭력 원인으로 지목 등 문화 가치 제대로 인정 못 받아
정부 장기적 관점서 지원 늘려야
한류를 이끌어 갈 새로운 문화코드로 떠오른 웹툰의 앞길에는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작가들에 대한 서비스 업체의 열악한 처우, 부정적 시선 등이 여전히 개선을 필요로 하는 과제들이다.
해묵은 쟁점 ‘보수’
가장 큰 문제는 작가들의 원고료다. 내놓는 작품마다 히트작 반열에 오르는 소위 A급 웹툰 작가들은 한 해 수입이 억대에 이른다. 그러나 여기에는 포털사이트에 작품을 게재해 받는 원고료보다 영화 판권, 캐릭터사업, 광고, 서적 출판 등 2차 수입이 더 큰 비중을 차지한다. 하지만 명성을 얻기 전까지 전적으로 원고료에만 의존할 수밖에 없어서 적정 원고료 산정 문제는 늘 뜨거운 감자다.
현재 주요 웹툰을 제공하는 네이버와 다음은 자체적으로 마련한 기준에 따라 원고료를 지급한다. 업계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다음은 원고료 산출에 작품 조회수를 주로 활용하고 네이버는 조회수와 연재 분량, 작가의 지명도, 직전 작품의 원고료 등 6~7가지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한다. 일정한 기준에 따라 산출되지만, 지급 액수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많은 작가들은 기본적으로 웹툰을 무료 제공하는 것 자체가 문제라고 지적한다. 처음부터 포털에서 무료 배포한 탓에 웹툰은 ‘공짜’라는 인식이 사람들 사이에 확산됐다. 웹툰이 공짜로 풀리다 보니 작가들은 포털에서 지급하는 원고료에 더욱 의존할 수 밖에 없다. 뿐만 아니라 영화나 드라마로 제작할 때도 ‘웹툰은 공짜’라는 인식 때문에 판권료가 유료인 소설보다 저렴하게 책정되는 부수적 문제를 낳는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다음은 2011년, 네이버는 2012년부터 미리보기나 완결작을 중심으로유료화를 시작했다. 하지만 2, 3년이 흐른 지금도 무료 콘텐츠를 유료로 변환되는 데 반감을 갖는 사람들은 여전히 많다. 이에 대해 최종훈 작가는 “웹툰의 유료화는 철저히 작가의 생존률을 높이기 위한 것”이라며 “다시 찾을 만큼 웹툰에서 얻는 즐거움이 컸다면 창작자에게 최소한의 성의 표시를 해 달라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포털들은 웹툰의 유료화 외에도 다양한 노력을 통해 작가들의 수익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다음은 웹툰 페이지에 간접광고를 허용하고 여기서 발생하는 수익 전체를 작가가 가져갈 수 있게 했다. 네이버는 지난해 3월 작가들이 직접 수익 창출 방식을 선택할 수 있는 수익 모델(PPS, Page Profit Share)을 도입했다. 네이버 관계자는 “PPS는 웹툰에 광고를 넣거나 파생 상품을 판매하는 등 다양한 수익 방법을 작가가 고를 수 있다”며 “그 결과 네이버에서 지급받은 비용만으로 한 달에 7,800만원을 번 작가도 나왔다”고 말했다.
웹툰 작가 단체의 부재
웹툰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지만 작가들을 대표하는 협회나 단체가 아직 형성되지 못한 점도 웹툰 발전에 걸림돌이다. 웹툰 작가들이 권익 신장을 위해 계속해서 목소리를 냈지만 조직적으로 움직이지 못하다 보니 눈에 띄는 결과를 만들어 내지 못하고 있다.
단체를 만들려는 움직임은 있었다. 2012년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잔혹한 살상, 폭행 등의 장면을 자극적으로 묘사해 폭력을 조장하거나 미화할 수 있다”는 이유를 들어 24편의 웹툰을 청소년 유해매체물로 지정하는 방안을 검토했다. 이에 작가들은 “억측에 근거한 규제”라며 집단 반발했고 결국 방심위가 작가들의 자율 판단에 맡기기로 결정하면서 논란은 일단락 됐다. 이때 웹툰 작가들은 대표성을 띤 집단의 필요성에 공감했고, 실제로 모임을 만들기 위한 시도도 했다. 하지만 뚜렷한 구심점이 없어 결실을 맺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산업 영역에서 웹툰 작가들의 저작권 관리와 각종 사업화 계획 수립 등을 전담하는 권리 대행 업체가 등장해 활동하고 있으나 웹툰 작가들의 영향력이나 협상력을 키우는 데 한계가 있다.
부정적 시선에 정부 지원도 열악
웹툰이 대중화하면서 웹툰 작가들에 대한 인식도 긍정적 방향으로 바뀌고 있다. 그러나 일부 스타 작가들의 작품을 제외하면, 웹툰을 가치 있는 문화 콘텐츠로 인정하는 분위기는 아직 뿌리내리지 못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작가는 “2년 전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학교 폭력의 원인을 엉뚱하게 웹툰으로 지목했던 것도 웹툰에 긍정적 영향보다 부정적 영향이 크다고 여기는 이들이 많다는 증거”라며 “특히 중장년층을 중심으로 웹툰 보는 것을 시간 낭비로 여기거나, 만화 그리는 것을 현실과 동떨어진 일처럼 보는 부정적 시선이 여전히 강하다”고 말했다.
그만큼 작가들은 정부 역할에 대해 아쉬움을 토로한다. 사실 지금까지 웹툰의 성장은 온전히 포털과 작가들의 노력으로 이뤄냈는데 앞으로 웹툰이 한류 콘텐츠로 뻗어나가려면 정부의 적극 지원이 뒷받침돼야 하기 때문이다. 다행히 얼마 전 발표된 내년도 예산안에 따르면 한국콘텐츠진흥원은 향후 총 10억원을 투입해 웹툰 창작에 필요한 컴퓨터 관련 장비와 소프트웨어 등을 만화관련 학과와 만화 작업 시설이 있는 공공기관 등에 비치할 예정이다.
한 웹툰작가는 “여태까지 정부 지원사업은 얼마를 투자하면 어느 정도 결과를 뽑아낼 수 있을지 먼저 계산기를 두드리며 접근하는 경향이 컸다”며 “당장의 결과물보다 장기적 관점에서 순수하게 창작을 지원하는 정책이 늘어나야 한다”고 희망했다.
이서희기자 s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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