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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새누리당 비대위, ‘혁신’이름에 부끄럽지 않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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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새누리당 비대위, ‘혁신’이름에 부끄럽지 않아야

입력
2016.06.12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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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참패를 딛고 당 쇄신을 이루기 위해 이달 초 출범한 새누리당 혁신비상대책위원회가 제구실을 못하고 겉돈다는 비판이 무성하다. 새누리당 문제의 본질이 뚜렷한데도 출범 열흘이 지나도록 갖가지 폐단을 일소할 쇄신 방안을 찾아내기는커녕 논의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는 무기력한 모습이기 때문이다. 여당의 존재감을 회복하고, 건강한 정당으로 거듭나길 바라는 민심과 동떨어진 일이 아닐 수 없다.

지난 10일 20대 국회의원과 비대위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처음으로 열린 정책워크숍에서도 혁신 논의는 아예 이뤄지지 않고, 상임위원장 배분을 둘러싼 물밑 대화만 무성했다고 한다. 최대 화두인 계파 청산과 탈당한 무소속 의원의 복당 문제에는 한마디도 나오지 않았다니 워크숍을 왜 열었는지가 의심스럽다. 새누리당은 이날 “지금 이순간부터 계파라는 용어를 쓰지 않겠다”고 선언했다지만 최대 계파인 친박계 입김이 지금도 눈에 띄게 작용하는 마당에 ‘눈 가리고 아옹’일 뿐이다.

김희옥 비대위원장은 취임 일성으로 “인적, 제도적, 모든 면에서 쇄신 방안을 마련하고 퇴행적 관행은 과감히 깨뜨리겠다”고 했지만 지난 열흘 동안 혁신의 미동조차 감지되지 않는다. “정치적 셈법에 개의치 않고 일을 하겠다”는 말과 달리 계파 문제나 복당 등 민감한 현안을 정면으로 다루지 못해 시간만 보낸다고 비치기 십상이다. 비대위가 주도하는 총선 참패 백서 발간조차 “긁어 부스럼을 만들 필요가 뭐 있느냐”는 특정 세력의 반대에 부닥쳐 불확실한 상황이라고 한다.

혁신비대위가 국민 눈높이에서 문제를 보지 않고, 계파적 이해관계에 묶여 위상과 입지를 스스로 좁히고 있는 게 아닌지 묻고 싶다. 친박계 중진은 “당 지도부가 완전한 상태가 아니니 새 지도부가 출범하면 권한을 갖고 당원 의견을 들어 판단해야 한다”며 복당 논의조차 공공연히 거부하고 나선 마당이다. 유승민 의원을 비롯한 이들이 복당 의지를 접고 다른 길을 가길 바라는 친박계의 뜻에 비대위가 끌려 다니는 꼴이다.

이대로라면 혁신비대위는 쇄신의 방향도, 초석도 다지지 못한 채 7월말 새로운 당 대표를 선출하는 전당대회까지 당내 갈등만 봉합하는 잠정 관리기구로 전락할 게 뻔하다. 혁신은 불가피하게 갈등과 파열음을 동반하기 때문에 저항세력의 반발을 부르게 마련이다. 이를 두려워하거나 폐단을 혁파할 전략이나 자신감이 없다면 차라리 혁신이라는 이름표를 떼어야 한다. 혁신비대위가 이름값을 못하면 새누리당의 앞날은 지금보다 더 암울할 수밖에 없다. 시간도 얼마 남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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