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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죄 입증 의지 없는 검찰에... 김용판 항소심서도 무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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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죄 입증 의지 없는 검찰에... 김용판 항소심서도 무죄

입력
2014.06.05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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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법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 대선 직전 중간 수사 발표 선거운동으로 볼 수 없어”

검찰, 새 증거 제시 않고 1심 출석한 3명 증인신문만

“과녁 놔두고 허공에 화살”시민단체들, 검찰 비판

국가정보원 대선 개입 의혹사건과 관련해 경찰 수사를 축소·은폐한 혐의로 기소된 김용판(오른쪽)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이 5일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고 서울 서초동 서울고등법원을 나서고 있다. 뉴시스
국가정보원 대선 개입 의혹사건과 관련해 경찰 수사를 축소·은폐한 혐의로 기소된 김용판(오른쪽)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이 5일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고 서울 서초동 서울고등법원을 나서고 있다. 뉴시스

2012년 대선 직전 국가정보원 대선개입 의혹에 대한 경찰 수사를 축소ㆍ은폐하고 허위 중간수사결과를 발표한 혐의로 기소된 김용판(56) 전 서울경찰청장이 항소심에서도 무죄를 선고 받았다. 지난 2월 1심에서 무죄가 선고된 뒤 법조계에서는 “검찰이 못 뒤집을 판결이 아니다”라는 평가가 나왔지만, 검찰은 직무유기에 가까울 정도로 유죄를 입증할 의지가 없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서울고법 형사2부(부장 김용빈)는 5일 공직선거법ㆍ경찰공무원법 위반 혐의와 형법상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 등으로 불구속 기소된 김 전 청장에게 원심과 같이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경찰의 (대선 직전) 중간수사결과 발표 당시 박근혜 후보에게 이로울 수 있었다는 점에 대해선 이견이 없지만 (선거에 개입하기 위한) 목적성, 계획성, 능동성이 인정되지 않아 선거운동으로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선거에 영향을 미쳤지만, 선거운동은 아니라는 것이다. 재판부는 김 전 청장이 직접 수사결과를 은폐ㆍ지시한 증거가 있어야 하는데 그런 증거가 부족하다고 덧붙였다.

항소심은 단 4차례 공판으로 끝났다. 재판부는 지난 4월 첫 공판에서 “(1심에서 많은 것들이 조사된 만큼) 추가 증거 신청이 아니면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분명히 선을 그었다. 하지만 검찰은 1심에서 미진하게 다뤄진 증인에 대해 신문을 요청하거나, 새로운 증거 혹은 의견서를 제출해 유죄 입증 노력을 하지 않고, 1심 법정에 출석했던 권 전 과장을 포함한 3명의 증인신문만 진행했다. 특히 검찰은 ‘김 전 청장의 공모 여부, 분석결과보고서의 어떤 부분이 은폐, 축소됐는지에 대한 공소사실을 특정해달라’는 재판부의 사실상의 공소장 변경 요청마저 이행하지 않았다. 검찰은 단지 선고 직전인 지난달 27일 의견서만 하나 재판부에 제출했을 뿐이었다.

재판부는 이에 대해 “검찰은 원심이 김 전 청장의 공모여부에 대해 판단을 누락했다고 주장하면서도, 이 부분에 대해 공소장도 변경하지 않았다”며 “보고서 은폐 축소를 주장하지만 이 역시도 (검찰이) 내용을 특정하지 않아 직권으로 판단했다”고 지적했다.

검찰의 소홀한 공소유지 정황은 다른 곳에서도 드러났다. 검찰은 항소심에서 “원심 판결이 CCTV 영상 및 녹취록 부분을 왜곡해 해석했다”고 주장했지만, 어떤 부분을 왜곡해 해석했는지조차 재판부에 제시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이 부분 입증 책임은 검사에게 있는데, (입증을 하지 않고) 왜곡해 해석했다고 주장하는 것은 형사소송의 입증책임의 법리에 반하는 것”이라고 일침을 놓기도 했다.

검찰의 의욕 없는 공소유지는 증거조작으로 무죄가 선고된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과 극명하게 대비된다. 검찰은 신뢰성에 타격을 받고도 피고인 유우성(34)씨의 간첩혐의를 입증하겠다고 공소사실과 크게 관련이 없는 내용들을 들고 나와 재판을 지연시켰다. 국정원 수사를 이끌었던 채동욱 전 검찰총장이 사퇴한 이후 사실상 검찰은 유죄를 받기 위한 노력을 포기했다는 비난까지 나오고 있다.

법원 역시 국가정보원 여직원 댓글 사건에 대한 수사발표 때 박근혜 후보를 언급하지 않았으니 직접 선거운동이 아니라는 논리로 무죄를 선고해 논란의 여지를 남겼다. 재판부는 “특정 후보자에 대한 (당선 또는 낙선을 위한) 목적의사가 객관적으로 인정될 수 있는 행위(선거운동)는 그 행위의 대상이 후보자나 후보자와 동일시될 수 있는 자에 관한 것으로 한정돼야 한다”며 “당시에는 국가정보원이 여당 후보였던 박근혜를 위하여 조직적으로 선거에 개입하고 있었다는 의혹이 비로소 제기돼, 박 후보가 국가정보원과 공모해 선거에 개입하였다는 것은 혐의사실 및 수사발표 대상도 아니었으므로 국가정보원 직원에 대한 수사 발표를 박근혜 후보에 대한 것과 같게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들이 참여한 국정원 시국회의는 “검찰이 과녁을 뻔히 두고도 허공에 화살을 쏘았다”며 “검찰의 직무유기와 법원의 짜맞추기식 판결이 항소심 무죄를 이끌어냈다”고 비판했다.

정재호기자 next88@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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