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훈현 9단 "검토 중"… 김연아 선수는 "거절"
새누리당 ‘투톱’의 기류가 심상찮다. 김무성 대표와 원유철 원내대표가 최근 당 현안을 두고 잇따라 다른 견해를 내놓고 있어서다. 당 회의에선 설전을 벌이는 모습까지 보였다.
파열음은 원 원내대표가 “바둑기사 조훈현 9단과 김규한 쌍용차 기업노조 위원장의 영입을 검토 중”이라고 밝히면서 시작됐다. 현재 국회 기우회장이자 바둑 아마 5단인 원 원내대표는 조 9단과 오랜 친분을 맺어왔다. 김 위원장도 원 원내대표의 지역구인 평택에 쌍용차 공장이 있어 쌍용차 사태로 여러 번 만난 적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원 원내대표는 27일 “조 국수(國手)는 바둑으로 세계를 제패해 국민의 큰 사랑을 받은 분이고, 김 위원장은 쌍용차의 노사갈등 해결에 리더십을 발휘한 분”이라며 “이런 성공스토리가 있는 분들이 새누리당에 오면 좋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 같은 원 원내대표의 구상이 언론을 통해 알려졌지만, 김 대표는 사전에 조율이 안 됐던 듯 금시초문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김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이와 관련한 기자들의 질문에 “무슨 외부 인사를 말하는 건가, 뭘로(무슨 역할로) 영입한다는 얘기이냐”고 되물었다. 김 대표는 이어 “좋은 분인지, (공식) 추천하면 (당이) 검토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 대표는 외부에서 인재가 들어오더라도 경선을 치러야 한다는 생각이 확고하다. 반면 원 원내대표는 전략공천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쪽이다. 앞서 두 사람은 20일 열린 최고위원ㆍ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도 갑론을박했다. 김 대표가 “우리는 과거 방식의 인재영입이 아닌 ‘인재등용’ 시스템을 택한 건데 장점을 잘 홍보하지 못하고 있다”고 당직자들을 질책하자, 원 원내대표가 “용어나 표현이 문제가 아니라 일단 국민들 눈에 새 인재가 당에 들어오는 모습을 보여야 할 것 아니냐”고 맞받았다.
원 원내대표 측은 “조 국수나 김 위원장과 관련한 언급은 인재영입을 위한 물밑 노력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원 원내대표는 ‘피겨 여왕’이자 밴쿠버 동계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김연아 선수의 영입도 타진했으나 김 선수가 거부 의사를 밝혀 뜻을 접은 것으로 알려졌다.
전날인 26일 김 대표가 박근혜 대통령을 작심 비판한 듯 비쳐진 ‘권력자 발언’의 여진도 이어졌다. 원 원내대표는 “대표의 발언 중 (의원들이) 전부 다 찬성했다는 것이나, 국회선진화법 표결 시점은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김 대표는 “(그에 관해선) 더 이상 얘기하지 않겠다”며 언급을 삼갔다. 김 대표의 측근들도 “청와대를 겨냥하거나 의도된 발언이 아니다”라며 확전을 피하는 모습을 보였다.
원 원내대표는 지난해 2월 유승민 전 원내대표와 러닝메이트로 정책위의장에 당선되면서 김 대표, 유 전 원내대표와 함께 비박계 지도부를 구성했다. 하지만 같은 해 6월 ‘유승민 낙마사태’ 이후 친박계의 지원을 받아 후임 원내대표로 추대된 이후 이들과 한 목소리를 내고 있어 ‘신(新) 친박’으로 불리고 있다.
새누리, 영입 대상 거론 조훈현 “검토 중”
한편, 조 9단은 원 원내대표의 영입 추진 계획과 관련해 본보와 통화에서 “검토 중”이라며 “개인적으로 결정할 일이 아니기에 바둑계 등 주위의 의견도 듣고 있다”고 밝혔다. 조 9단은 그러면서 “정책적으로 바둑을 뒷받침하기 위해 한 사람쯤은 (국회의원이) 필요하다는 생각은 해본 적이 있지만 그게 내 일이 되니 당황스럽고 (정치권으로 가는 게) 옳은지 여부도 판단을 해봐야할 것 같다”며 “수일 내 결정을 하겠다”고 덧붙였다.
김지은기자 lun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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