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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관계증명서 떼오라” 한밤중 돌려보내는 정신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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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관계증명서 떼오라” 한밤중 돌려보내는 정신병원

입력
2017.01.30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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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원 1주일 內 서류 제출 관행

병원 무더기 기소된 후 “법대로”

본인이나 주변사람 피해 우려

입원 결정 뒤 서류구비 허용해야

게티이미지
게티이미지

지난해 말, 새벽 1시쯤 A(42)씨는 119의 도움을 받아 경기도 한 정신병원을 급히 찾았다. 5년 전 회사에서 권고사직을 당한 뒤 술병에 빠진 남편(50)이 만취한 상태에서 자고 있는 두 딸(중3, 초6)에 마구 주먹을 휘둘렀기 때문이다. 그대로 방치했다간 더 큰 사고가 날 수 있다는 생각에 급히 병원에 입원시킬 요량이었다.

하지만 병원 측은 A씨 남편의 입원을 거부했다. A씨가 보호의무자임을 입증할 수 있는 가족관계증명서를 사전에 준비하지 않았다는 이유였다. A씨는 “이 새벽에 어떻게 준비할 수 있느냐”고 호소했지만, 병원 관계자는 “그렇지 않으면 병원이 법적 처벌을 당한다”는 답만 되풀이했다. 결국 A씨는 두려움을 안은 채 남편과 함께 집으로 되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보호의무자 동의로 정신의료기관에 입원(강제입원)해 치료를 받아야 할 정신질환자들이 입원 당일 가족관계증명서가 없다는 이유로 입원을 거부당하는 사례가 잦아지고 있다. 질환이 악화돼 자해나 가족 등 타인을 해할 수 있는 정신질환자가 방치될 수 있다는 점에서 해법이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30일 의료계에 따르면 정신의료기관들이 강제입원 전에 엄격하게 가족관계증명서를 요구하고 있는 건 최근 병원들이 무더기로 기소를 당한 탓이다. 이전에는 관례적으로 입원 후 1주일 내 서류 제출을 용인해왔는데, 작년 9월 의정부지방검찰청이 경기북부 일대 16개 정신의료기관 운영자와 정신과 전문의 53명을 무더기로 정신보건법 위반죄로 기소했다. 보호자 편의를 봐 주다 병원이 범법기관으로 내몰리자, ‘법’대로 엄격한 잣대를 적용하고 있는 것이다.

경제적 문제, 이혼 등으로 가족관계를 증명할 수 없는 이들의 사정은 더 딱하다. 최근 조현병(정신분열증)을 앓고 있는 아내와 이혼한 K(48)씨는 “아내상태가 좋지 않다고 연락이 와서 정신병원에 입원시키려 했지만 가족관계를 증명할 수 없어서 입원을 거부당했다”며 “장인, 장모도 돌아가시고, 형제도 없어 아내를 어떻게 해야 할지 앞이 깜깜하다”고 말했다.

의료계에선 환자의 인권 보호도 중요하지만, 정신질환자의 특수성을 감안해 절충 해법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권준수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정신질환자의 경우 입원 상황이 예측 불가능한 경우가 많다”며 “자해는 물론 타인을 해할 수 있는 환자의 치료를 위해서라도 애매한 법 규정을 손질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서정석 건국대충주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입원이 결정된 후 1, 2일 내에 관련서류를 구비해 제출하는 것을 허용하는 등 현실적인 절충점 마련이 바람직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김치중 의학전문기자 cj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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