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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대표 이정미의 '무한도전'

입력
2017.07.13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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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은 대선후보 경선이 한창이던 3월 말 뜬금없이 MBC 간판 예능 프로그램 '무한도전' 방송을 금지해 달라고 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냈다. 당 소속 김현아 의원의 방송 출연도 금지해 달라고 했다. 이 방송은 무한도전 제작진이 4개월에 걸쳐 기획한 '국민의원' 특집으로, 주거ㆍ청년ㆍ육아 등 서민의 관심이 큰 주제를 놓고 국민대표 200인과 5개 정당에서 1명씩 선정한 의원 5명이 출연해 토론하는 프로그램이었다. 한국당은 바른정당에 합류하려다 당원권 3년 정지의 중징계를 먹은 김 의원이 자당 간판으로 나서는 것을 문제삼았다.

▦ 하지만 법원은 가처분 신청을 모두 기각했다. 방송 출연한 의원들은 당의 대표라기보다 노동환경ㆍ여성가족ㆍ주거복지 분야의 전문가로 초청된 것으로 봐야 한다는 취지였다. 어쨌든 한국당의 소란 덕분에 4월 초 방영된 '무한도전-국민의원' 편은 어느 때보다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다. 정의당 이정미 의원이 대중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 것도 이 프로그램이었다. 노동 전문가인 그는 여기서 개그맨 유재석이 부장으로 나오는 콩트 '무한상사'의 노동법 위반사례를 유쾌하게 지적했고 특히 장시간 청년노동의 실태와 문제도 설득력 있게 고발했다.

▦ '집권을 꿈꾸는 유력 정당' 슬로건을 내건, 진보 정당 18년 경력의 이 의원이 정의당 대표로 선출됐다. 노동 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50대 초반의 초선 비례대표지만 포부는 누구보다 당차다. "한국 정치가 근본적 재편기에 들어선 지금 우리에게 상황을 주도하겠다는 용기와 ‘아래’로 향하겠다는 비전만 있으면 정치판을 뒤흔들 수 있다”는 것이다. 청년 여성 비정규직 농민 성소수자 등 사회적 약자와 소외된 다수를 한국 정치의 주역으로 세우는 '얼굴 있는 민주주의' 역시 그의 야심적 공약이다. 청년 전태일의 삶은 그에게 현재진행형이다.

▦ 3세대 진보 정당의 키를 잡은 그가 맞딱뜨릴 정치 환경은 결코 녹록지 않다. 당면한 과제는 20대 총선 정당 득표율 7.23%와 19대 대선 득표율 6.2%를 발판으로 외연을 넓혀 내년 지방선거 때 전략지역에서 승리하고 지지율을 10%대로 끌어올리는 것이다. 그래야 2020년 총선을 기약할 수 있고 진보적 대중 정당의 집권이란 말도 입에 올릴 수 있다.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한다"고 결정한 헌법재판관 이정미의 기억이 가시기 전에, "진짜 야당의 무한도전을 시작한다"고 선언한 정의당 대표 이정미를 만난 것은 시대의 즐거움이다.

이유식 논설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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