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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속 팽창하는 우주… 결국 아무 것도 남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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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속 팽창하는 우주… 결국 아무 것도 남지 않는다"

입력
2015.03.08 1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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끌어당기는 암흑물질과 밀어내는 암흑에너지

우주의 역사는 두 힘의 줄다리기

5일 저녁 정동 프란치스코교육회관에서 열린 ‘우주의 끝을 찾아서’ 북콘서트에서 청중들이 저자 이강환(마이크 든 사람)씨의 강연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고영권기자 youngkoh@hk.co.kr
5일 저녁 정동 프란치스코교육회관에서 열린 ‘우주의 끝을 찾아서’ 북콘서트에서 청중들이 저자 이강환(마이크 든 사람)씨의 강연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고영권기자 youngkoh@hk.co.kr

우주는 무한히 작은 점에서 태어나 팽창하고 있다. 그것도 점점 더 빠른 속도로!

우주가 팽창하고 있다는 것은 이미 1920년대에 알려진 사실이지만, 가속 팽창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기존 표준 우주 모형에 따르면 중력 때문에 우주는 반드시 팽창 속도가 점점 느려져야 한다. 그런데 정반대의 관측 결과가 나왔다. 우주 팽창의 감속 비율을 알아내려고 초신성을 관측하다가 나온 당혹스런 결과다. 천동설이 지동설로 바뀐 것만큼이나 혁명적이고 교과서를 새로 쓰게 만든 역사적 사건이다. 2011년 노벨물리학상은 모든 과학자의 예측을 뒤엎은 이 놀라운 발견에 돌아갔다.

제55회 한국출판문화상의 저술-교양 부문 공동수상작인 ‘우주의 끝을 찾아서’(현암사 발행)는 우주 가속 팽창을 발견하는 과정을 흥미진진하게 소개하는 책이다. 이 책으로 5일 저녁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교육회관에서 열린 북콘서트는 ‘우주의 끝을 찾아나서는 모험’을 주제로 2시간 동안 뜨겁게 펼쳐졌다. 제55회 수상작 6종으로 펼치는 릴레이 북콘서트의 첫 번째인 이날 행사는 저자인 이강환 국립과천과학관 연구관과 과학 팟캐스트 ‘파토의 과학하고 앉아 있네’의 진행자 원종우씨의 대담으로 진행됐다. ‘우주 가속 팽창’이라는 낯설고 어려운 주제를 다루는데도 80여 명의 청중석에서 자주 웃음이 터진 것은 두 사람의 재치있고 유머러스한 입담 덕분이다.

우주는 처음 70억년 동안은 감속 팽창을 하다가 어느 순간부터 가속 팽창을 계속하고 있다. 그래프의 모양이 두 번 휘어진 것은 바로 그 때문이다.
우주는 처음 70억년 동안은 감속 팽창을 하다가 어느 순간부터 가속 팽창을 계속하고 있다. 그래프의 모양이 두 번 휘어진 것은 바로 그 때문이다.

공간 자체가 늘어나는 것

팽창한다는 것을 어떻게 알 수 있을까. “가까운 점은 느린 속도로, 멀리 있는 점은 빠른 속도로 멀어집니다. 거리가 멀어질수록 후퇴 속도가 빨라지죠. 즉 멀리 있는 은하일수록 더 빠른 속도로 멀어집니다. 거리에 비례하는 거죠. ‘도플러 효과’라는 게 있어요. 내가 있는 데서 멀어지면 빛의 파장이 길어지는 게 도플러 효과죠. 이걸 관측하면 후퇴 속도를 쉽게 측정할 수 있어요. 그런데 은하까지의 거리를 재는 일이 문제에요. 얼마만큼 멀리 있는 게 멀어지는지 알기 힘들거든요. 천문학의 역사는 바로 그 거리를 재는 일, 곧 우주가 얼마나 큰지 알아가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

여기서 이야기는 천문학의 역사로 넘어갔다. 아낙사고라스, 아리스타르쿠스 등의 고대 그리스 천문학부터 코페르니쿠스 혁명을 거쳐 갈릴레이, 케플러, 뉴턴으로 이어지는 동안 도드라지는 것은 천문학자들의 수난이다.

?“아낙사고라스는 태양이 펠레폰네소스반도보다 크고 달은 지구에서 떨어져나가 생겼다고 주장했다가 터무니없는 소리라고 아테네에서 추방당했죠. 그 100년 뒤 아리스타르쿠스는 태양중심설을 주장했고, 월식을 이용해 지구에서 달까지의 거리를 거의 정확하게 측정했어요. 지구가 둥글다는 것은 고대 그리스에서 상식이었는데, 중세에는 그게 통하지 않았죠. 그렇게 1500년이 지나고 코페르니쿠스 혁명이 일어납니다. 하지만 지동설은 코페르니쿠스 사후 100년, 그러니까 갈릴레이가 죽을 때까지 인정받지 못하다가 케플러에 와서야 당연하게 받아들여집니다. 뉴턴에 오면 왜 그런가 설명도 가능해졌고요. 오랜 세월이 걸린 거죠.”

우주의 역사는 끌어당기는 암흑물질과 밀어내는 암흑에너지의 줄다리기다. 우주 초기에는 암흑물질이 대부분을 차지했지만 암흑에너지의 힘이 점점 커져 결국 승리했다. 미래의 우주는 암흑에너지가 거의 전부를 차지함으로써 영원히 가속 팽창할 것이다.
우주의 역사는 끌어당기는 암흑물질과 밀어내는 암흑에너지의 줄다리기다. 우주 초기에는 암흑물질이 대부분을 차지했지만 암흑에너지의 힘이 점점 커져 결국 승리했다. 미래의 우주는 암흑에너지가 거의 전부를 차지함으로써 영원히 가속 팽창할 것이다.

우주 크기 측정이 천문학의 역사

별까지의 거리를 어떻게 측정할 수 있을까. “촛불 밝기가 같다면 먼 것은 어둡게, 가까운 것은 밝게 보이는 원리를 이용하는 거죠. 절대 밝기가 일정한 천체를 골라서 거리를 재면 됩니다. 변광성이 바로 그런 표준 광원이에요. 변광성의 밝기가 변하는 주기를 알아내면 원래 밝기를 알아낼 수 있으니까요. 소마젤란성운에서 발견된 16개의 변광성(세페이드 변광성)의 변광 주기가 1908년 밝혀지면서 이를 이용해 우주의 거리를 잴 수 있게 됐죠. 그런데 아주 먼 우주는 세페이드 변광성으로 거리를 잴 수 없기 때문에 다른 측정 도구가 필요해요. 그게 바로 초신성입니다. 초신성은 터질 때 밝기가 그것이 속한 은하 전체 밝기와 맞먹을 정도로 크기 때문에 이를 이용하면 아주 먼 은하의 거리를 잴 수 있습니다.”

초신성 관측은 1980년대에 시작됐다. 우주 가속 팽창은 초신성을 관측하다가 나온 뜻밖의 발견이다. 초신성 관측을 둘러싸고 미국의 두 대학, 버클리와 하버드 팀이 1990년대에 벌인 치열한 경쟁은 현대 천문학에서 가장 극적이고 스릴 넘치는 장면이다. 따로 출발한 두 팀은 1998년 같은 결론으로 공동 발표를 한다. 중력 때문에 감속 팽창해야 할 우주가 거꾸로 가속 팽창 중임을 밝혀낸 것이다. 이 업적으로 두 팀의 세 학자가 2011년 노벨물리학상을 공동 수상함으로써 경쟁은 해피엔딩으로 끝났다.

우주가 팽창하고 있다는 사실은 가속 팽창이 발견되기 훨씬 전인 1929년 천문학자 허블의 관측으로 확인됐다. 아인슈타인은 1931년까지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우주는 수축하지도 팽창하지도 않는다고 확신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아인슈타인이 1915년 발표한 일반상대성이론에 따르면 우주는 결국 중력 때문에 수축할 수밖에 없다. 고민 끝에 고안해낸 것이 수축을 막는 힘, ‘우주상수’다. 우주상수는 아무 것도 없는 빈 공간에서 나오는 보이지 않는 힘으로 물질을 밀어내는 역할을 한다. 훗날 허블의 발견으로 우주 팽창이 명확해지자 아인슈타인은 우주상수를 ‘일생일대 실수’라고 말했다.

아인슈타인이 포기했던 우주상수는 70년 뒤 극적으로 부활한다. 1998년 우주 가속 팽창이 발견되면서 가속 팽창을 일으키는 암흑에너지를 설명하기 위해 우주상수가 다시 주목을 받게 된 것이다.

우주, 인류의 위대한 질문들

“우주를 구성하는 성분 중에서 우리가 정체를 아는 것은 5%도 안 됩니다. 25%는 중력으로만 존재를 알 수 있는 암흑물질이고, 나머지 70%는 정체를 전혀 알 수 없는 암흑에너지로 이뤄져 있죠. 암흑물질은 끌어당기고 암흑에너지는 밀어냅니다. 우주의 역사는 곧 암흑물질과 암흑에너지의 줄다리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암흑에너지는 빈 공간에서 나오기 때문에 빈 공간이 커질수록 점점 더 커져요. 우주 초기, 다시 말해 우주가 작았을 때는 암흑에너지도 작아서 역할이 미미했지만, 우주가 팽창하면서 빈 공간이 점점 커지자 결국 암흑물질을 이겼죠. 실제로 우주는 처음 70억년 동안 감속 팽창을 하다가 그 뒤로 가속 팽창을 하고 있어요. 시간이 흐를수록 암흑에너지 비율은 점점 더 커져서 우주는 영원히 가속 팽창할 것입니다.”

영원히 가속 팽창하는 우주라니, 우주의 미래가 궁금해진다. 가속 팽창을 계속하면 우주는 어떻게 될까. 천문학은 1990년대 이후 이 질문을 탐구하기 시작했다.

“어떻게 되냐고요? 무진장 커져요. 지금은 1,000만 광년 이상의 스케일에서만 커지지만, 아주 큰 상태에서는 작은 스케일에서도 국부적으로 커질 거에요. 그리고 더 커지면 태양도 흩어지고 지구도 흩어지고 우리 몸도 흩어지고 결국 우주에는 아무 것도 안 남을 거에요. 우주의 죽음이죠. 걱정하진 마세요. 몇 백억 년 있으면 올 테니까. 50억년만 있으면 태양이 죽어요. 그때 여러분도 죽을 거니까. 하나의 무한히 작은 점이었던 우주는 138억년 전 대폭발로 탄생했어요. 우리는 빅뱅의 원인을 모르지만 빅뱅 직후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는 압니다. 우주의 가속 팽창을 발견함으로써 우리는 이제 우주의 미래까지 예측할 수 있게 됐습니다. 노벨상 받을 만하죠?”

우주의 끝을 찾아나선 2시간의 모험은 쏟아지는 질문으로 끝났다. 우리 은하의 중심과 크기를 어떻게 알 수 있나, 블랙홀이 주변의 모든 것을 빨아들이면 암흑에너지조차 없는 공간이 된다는 말인가, 행성과 별은 어떻게 다른가, 가속 팽창하는 우주의 미래는 결국 열역학적 죽음인가, 등등. 그 중에 이런 질문이 있었다. “우주의 미래를 걱정할 필요가 없다면서 우주는 왜 연구하나.”

저자는 책에 쓴 구절을 인용해 대답했다.

“우주는 어떻게 태어났고 어떻게 변해왔으며 우주의 미래는 어떻게 될 것인가. 이런 질문은 먹고 사는 것과는 무관합니다. 하지만 인류 역사에는 늘 그런 것을 생각하는 사람이 있었고, 그들이 위대한 사람으로 남아 있지요.” 오미환 선임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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