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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대 4400명 증원… 대학 구조조정 본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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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대 4400명 증원… 대학 구조조정 본격화

입력
2016.05.03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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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간 9개교에 연 150억원, 12개교에 50억원 지원

인문사회ㆍ자연과학 → 공대로 대대적 정원 이동

“산업구조 급변… 공대 위주 구조조정 위험” 지적도

교육부와 한국연구재단이 산업연계 교육활성화선도대학(프라임) 사업에 참여할 21개 대학을 선정 발표한 3일 오후 서울 광진구 건국대학교 문과대학에서 학생들이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2017학년도부터 건국대를 포함한 전국 21개 대학에서 학과개편 등으로 인문사회, 자연, 예체능계 정원이 줄고 공학계열 정원이 대폭 늘어난다. 연합뉴스
교육부와 한국연구재단이 산업연계 교육활성화선도대학(프라임) 사업에 참여할 21개 대학을 선정 발표한 3일 오후 서울 광진구 건국대학교 문과대학에서 학생들이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2017학년도부터 건국대를 포함한 전국 21개 대학에서 학과개편 등으로 인문사회, 자연, 예체능계 정원이 줄고 공학계열 정원이 대폭 늘어난다. 연합뉴스

대학 구조조정 촉진을 위한 역대 최대 재정지원 사업인 산업연계 교육활성화 선도대학(PRIMEㆍ이하 프라임) 사업에 참여할 21개 대학이 선정됐다. 교육부가 올해부터 3년 동안 모두 6,000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이들 대학 입학정원의 10%를 넘는 5,300여 명을 전공 간 재배정하는 것이 사업의 골자다. 이에 따라 이들 대학의 공대 정원은 4,429명 늘어나고, 인문사회ㆍ자연과학대에선 3,650명 줄어든다. 대학과 노동시장의 인력수급 불일치를 줄이기 위한 대학 구조조정이 본격화됐다는 분석 한편으로, 공대 정원 늘리기에 치중된 정부의 정책 방향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대학 정원 5,300명 재편

교육부와 한국연구재단은 3일 프라임사업 참여대학 선정 결과를 발표하고 사회수요 선도대학(이하 대형 유형) 9곳과 창조기반 선도대학(소형 유형) 12곳을 각각 발표했다. 지난달 말 사업계획서를 제출한 75개교(대형 27개교, 소형 48개교)를 대상으로 서면평가-대면평가-최종심의 등 3단계 평가를 거친 결과다. 백성기 프라임평가위원장은 “대학 계열 간 정원 이동 계획, 산업수요를 반영한 교육과정 운영 계획, 학과 개편에 따른 학교 인프라 개편, 구성원 합의 등을 평가 주안점으로 삼았다”고 밝혔다.

매년 150억원 안팎의 예산이 지원되는 대형 유형에는 건국대, 숙명여대, 원광대 등이 선정됐고, 연 50억원 안팎이 지원되는 소형 유형에는 이화여대, 성신여대, 경북대, 상명대 등 5개 권역별로 2~3개 대학이 선정됐다. 교육부는 당초 대형 유형 선정 대학 중 한 곳엔 연 300억원의 파격적인 지원계획을 밝혔지만 적격 대학이 없어 선정하지 않았다. 대신 소형 유형 선정 대학이 당초 계획됐던 10곳에서 12곳으로 늘었다. 21개 선정 대학에는 올해부터 3년 동안 연 2,012억원의 예산이 지원된다.

정원 증원 90%가 공대 배정

21개 선정 대학은 2017학년도부터 현행 입학 정원의 10.96%인 5,351명을 다른 학과에 배정하게 된다. 각 대학은 정원 이동 내용이 포함된 2017학년도 입학전형 계획을 이달 중 대학교육협의회에 수정 제출할 예정이다.

정원 이동은 공대 정원을 증원하는 방향으로 진행된다. 프라임사업에 따라 정원 조정이 가능한 전공 계열(인문사회ㆍ자연과학ㆍ공학ㆍ예체능) 가운데 공학 계열에 이동 정원의 90.7%인 4,856명이 배정되고, 나머지는 자연과학(329명), 인문사회(126명), 예체능(40명)에 배정된다. 정원이 축소되는 계열을 보면 인문사회가 2,626명(이동 정원의 40.2%)으로 가장 많고 자연과학(1,479명), 예체능(819명), 공학(427명) 순이다. 사실상 인문사회 및 자연과학 관련 학과 정원을 줄여 공대를 키우는 모양새다. 각 대학 사업계획서를 보면 특히 정보통신기술(ICT), 소프트웨어, 에너지, 자동차 관련 학과의 정원이 대폭 늘어날 전망이다. 선정 대학들은 사업이 마무리되는 2018년까지 취업률을 지난해 대비 평균 3.1%포인트, 2023년까지 7.7%포인트 높이겠다고 밝혔다.

공대 중심의 대학 구조조정은 정부가 의도했던 바다. 교육부 관계자는 “고용노동부, 미래창조과학부 등 관련 부처나 전문가들이 예측하는 사회발전 방향과 그에 따른 인력 수요에 비춰볼 때 공학계열, 특히 정보통신기술(ICT)이나 소프트웨어 분야의 인력 공급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교육부가 프라임사업 신청대학 심사에 있어 준거로 삼은 것으로 알려진 ‘2014-2024 대학 전공별 인력수급전망’(한국고용정보원)에 따르면 4년제 대학의 경우 공학·의약계열을 제외한 모든 계열에서 인력 초과공급이 발생하며 특히 특히 사회·사범계열에서 초과공급이 심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산업구조가 급변하는 상황에 비춰볼 때 공대 확대에 쏠린 대학 구조조정은 부작용이 클 것이란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성병창 부산교대 교수는 “공대에 대한 투자가 이미 인문대, 사회대 등을 압도하는 수준으로 진행되고 있어 프라임사업은 전공이나 대학 간 ‘부익부 빈익빈’만 키울 수 있다”며 “더구나 인기학과의 미래 수요는 현재와 다르게 전개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공대 중심 대학 구조조정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중위권 대학 판도 바뀌나

프라임사업 선정 결과에 따라 중위권 대학을 중심으로 대학 서열 판도가 대대적으로 재편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특히 숙명여대, 이화여대, 성신여대 등 사업 참여를 신청한 여대 3곳이 모두 선정되면서 여대의 약진이 예상된다. 애초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등 상위권 대형 대학이 학과 간 정원 증감에 따른 내분을 우려해 사업 불참을 결정하면서 프라임사업은 중위권 대학의 각축장이 됐다. 한 수도권 대학 관계자는 “(교육부가 당초 최고 지원액으로 제시했던) 300억원이면 수준급 공과대학을 신설할 수 있는 규모의 금액”이라며 “프라임사업 참여 여부에 따라 대학 간 위상에 상당한 변화가 생길 것”이라고 예상했다.

선정 대학의 입학정원 조정 계획이 당장 2017학년도부터 적용되면서 올해 입시에도 적잖은 영향을 줄 전망이다.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는 “문과생 비율이 이과생보다 높은 중위권 대학 및 여대들이 프라임사업 참여로 인문사회 계열 학과 정원을 줄이면서 이들 학과의 경쟁률이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훈성 기자 hs0213@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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