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ㆍ16 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가 참사 당일 박근혜 대통령의 행적을 포함한 청와대 대응 전반을 조사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여당 추천 위원들이 월권행위라며 사퇴 의사를 거듭 밝히는 등 정부와 여권의 반발이 거세, 특조위가 조사 개시도 하기 전에 ‘반쪽 짜리’ 기구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세월호특조위는 23일 오전 서울 저동 특조위 사무실에서 제19차 전원위원회를 열어 ‘청와대 등의 참사대응 관련 업무적정성 등에 관한 건’에 대해 재석위원 13명 중 9명 찬성의견으로 조사개시 결정을 내렸다. 전원위 안건은 상임위 전체 정원(17명)의 과반 참석에 과반 이상이 찬성하면 의결되며, 이날 표결에 여당 추천위원 4명은 불참했다.
통과된 안건은 ▦사고 관련 대통령 및 청와대의 지시 대응사항 ▦지시사항에 따른 각 정부부처의 지시이행사항 등 5가지다. 전원위는 특히 첫 안건의 경우 원안에 없던 “관련성이 있는 경우 대통령을 조사대상에서 배제하지 않는다”는 단서 조항을 추가해 통과시켜 사실상 박 대통령의 7시간 행적을 조사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이날 회의는 시작부터 여당 추천 위원들의 반대로 막말이 오가는 등 파행을 거듭했다. 고영주(여당 추천) 위원은 “대통령의 7시간 행적은 조사와 상관이 없는 것으로 알고 (소위원회에서) 찬성했다. 그런데 대통령 행적을 꼼수로 끼워 넣는 것은 황당하다”며 안건 결의에 반대했다. 그러자 권영빈(야당 추천) 위원은 “분명히 (이헌) 부위원장이 ‘7시간 조사에 반대하지는 않지만 지금 안건을 올리는 건 문제가 있다’고 한 말을 기억한다”며 맞섰다. 회의장은 이내 여야로 갈려 고성을 주고받는 등 차갑게 얼어붙었다. “무슨 장관 자리라도 보장 받았느냐” “저런 게 무슨 위원이냐” 등 인신공격성 발언도 난무했다. 이후 차기환 위원 등 여당 추천 위원 4명은 ‘대통령의 참사 당일 행적을 제외하자’는 내용의 수정안을 제시한 뒤 부결되자, 개의 90분만에 회의장에서 퇴장했다.
결국 14명이 참여한 표결에는 이석태 위원장과 장완익(유가족 추천) 권영빈 김서중 류희인 김진 최일숙(야당) 신현호 박종운(대한변협)위원 등 9명이 찬성표를 던졌고, 김선혜 이상철(대법원) 이헌(여당) 이호중(유가족) 위원 등 4명은 반대했다. 특조위가 세월호 선체 침몰 조사와 관련된 안건은 여럿 의결했지만, 청와대 및 정부부처 대응의 적절성을 평가하는 안건을 통과시킨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로써 청와대에 대한 출석요구와 동행명령, 청문회 등 광범위한 진상규명을 위한 틀은 갖추어진 것으로 평가된다.
이처럼 우여곡절 끝에 안건은 통과됐지만 특조위가 제대로 된 조사를 수행할 지는 미지수다. 무엇보다 문제는 정부와 여당의 반발과 월권 논란이다. 이날 회의에서 퇴장한 위원들을 포함해 안건에 반대한 위원은 모두 8명으로 전체 17명의 절반에 가깝다. 여당 추천 위원들은 앞서 19일에도 공개적으로 대통령 행적 조사가 의결되면 위원직 사퇴 방침을 밝힌 바 있다. 황전원 위원은 “세월호 사고 당시 청와대의 대응을 조사하는 것에 대해선 이견이 없지만, 진상규명과 아무 관련이 없는 대통령의 행적을 조사한다는 것은 정치적인 의도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며 사퇴 의사를 분명히 했고, 차기환 위원 역시 “정쟁 수단으로 전락해가는 과정에 있고 싶지 않아 공식 사퇴서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 조사에 대한 실효성 논란도 불거진 상태다. 여당 추천 위원들은 헌법 제84조에 의거해 ‘대통령은 재직 중 형사 소추를 받을 수 없고 수사 대상도 되지 않는다’며 법리 공세를 펴고 있다. 고영주 위원은 “특조위가 행적을 조사하겠다는 것은 헌법을 무시한 초헌법적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황승흠 국민대 법대 교수는 “대통령이 형사상 기소가 안 되는 것은 맞지만 조사 자체가 배제되는 건 아니다”며 “특조위가 사법기관이 아닌 점을 감안하면 사실관계 파악은 가능하다”고 말했다.
일단 특조위 측은 여론의 추이를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특조위 관계자는 “의결 안건에 대해 언제 어떤 식으로 조사를 진행할지 지금 논할 단계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김현빈기자 hb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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