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정민승 기자

등록 : 2017.06.14 17:00
수정 : 2017.07.04 15:11

[짜오! 베트남] “아직은 시장 자체가 작아… 무작정 진출은 위험”

이인호 LG 비나 코스메틱스 법인장 인터뷰

등록 : 2017.06.14 17:00
수정 : 2017.07.04 15:11

이인호 LG 비나 코스메틱스 법인장이 호찌민 시내 본사에서 회사 현황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베트남 내 지점 10개, 정규 직원 680명, 방문판매 사원 2,500명을 이끌고 있는 그는 한국 화장품에 대해 ‘안 될 일도 되게끔 만드는, 묘약 같은 선물’이라고 설명했다.

"시장 확대는 쉽지 않지만, 베트남 시장이 매력적인 것은 분명하다.” 지난 1997년 베트남에 진출, 베트남 고급 화장품 시장점유율 1위(15%)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LG 비나 코스메틱스.

이인호(49) 법인장은 최근 많은 한국 화장품 기업들이 베트남으로 진출하고 있는 것과 관련, 결코 만만한 시장이 아니라며 단단한 정신무장을 조언했다. 인구는 1억명에 육박하지만 소득 수준이 뒷받침 되지 않고 있는 탓에 소비시장으로서 매력은 그다지 크지 않기 때문이다.

그는 그 근거로 “베트남이 싱가포르보다 인구는 15배 많지만 시장 규모는 싱가포르의 60%에 그친다”고 말했다. 또 인구 6,800만명의 태국 시장 규모는 30억달러에 육박하지만. 베트남 시장 규모는 4억8,000만달러에 불과하다. 베트남이 인구가 많고 화장품 시장이 연 14%씩 성장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기본적으로 시장이 너무 작다는 것이다. 여기에 중국 진출을 염두에 두고 사업을 키우던 업체들이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배치 불똥으로 베트남으로 기수를 튼 것으로 알려지면서 출혈 경쟁도 예고된 상황이다.

그는 또 “1998년 법인 설립 때도, 2008년 첫 부임 때도, 지난해 두 번째 부임 때도 ‘베트남’ 앞에 수식어 ‘포스트 차이나’가 모두 붙어 기대에 부풀었다”며 “하지만 성장 속도는 생각보다 느렸고, 각종 예상도 비켜갔다”고 돌아봤다. 그 어디 만만한 데가 있겠느냐만은 한국에 대한 베트남의 우호적인 감정에 기대서는 결코 성공할 수 없다는 게 그가 8년간 베트남 근무에서 얻은 결론이다. 지난해 1월 부임한 이 법인장은 앞서 2008~2014년 공장장과 법인장을 지낸 바 있다.

단적이 예가 선크림이다. 남부 호찌민에서는 햇빛이 강해 높은 판매고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현실은 그와 달랐다. 그는 “2년 만에 다시 베트남에 왔더니 여성들이 전에 하지 않던 ‘오토바이 앞치마’를 둘렀더라”며 “베트남에서 선크림에서 큰 매출을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선크림 구매력이 있는 이들의 태양 노출 시간은 오토바이 이동 시간과 일치하는데, 여기에 신규 보호장구가 복병으로 등장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매출은 생각지도 못했던 곳에서 늘었다. 머리결 정리에 도움을 주는 스프레이 타입의 ‘밸런싱워터’가 그것. 우연한 기회에 시험 삼아 갖다 놓은 것인데 오토바이 운전자들이 헬멧을 벗은 뒤 너도나도 트렁크에서 꺼내 뿌리면서 대박이 터졌다. 서울에서는 큰 인기를 끌지 못하던 제품이 베트남에서 거듭난 것이다.

이 법인장은 “날씨와 소비자 성향이 지역에 따라 달라 동일한 마케팅 전략을 쓰긴 힘든 곳”이라며 “진출 지역에 대한 깊은 연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호찌민=글ㆍ사진 정민승 특파원 msj@hankookilbo.com

호찌민 시내 다카시마야 백화점 내 후 매장. 최고급 브랜드로 자리매김한 덕에 다른 대중 브랜드처럼 손님들로 북적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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