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가 어제 기자회견을 갖고 논란을 빚은 자신의 역사인식에 대해 해명했다. 지난 주말 자신의 발언이 왜곡돼 보도됐다며 일부 언론사에 대한 법적 대응을 예고하고 국무총리실 인터넷 홈페이지에 관련 동영상과 전문을 공개하는 등 ‘정면 돌파’ 태세의 확인인 셈이다.
그러나 관련 동영상을 훑어보고 해명에 귀를 기울였어도 그의 부적절한 역사인식에 대한 의문이 좀처럼 풀리지 않는다. 특히 어제 기자회견은 국민에게 직접 자신의 진심을 밝힐 요량으로 마련했을 터인데도 형식과 내용 모두가 부실하고 군색했다. 자신의 일을 해명하는 자리인데도 처음부터 끝까지 준비해 온 회견문을 읽어내려 간 게 전부였다. 책임총리로서의 소신은커녕 평범한 자연인의 ‘육성 해명’에도 미치지 못했다. 그리고는 기자들의 질문을 물리치고 급히 자리를 떠났다. 박근혜 대통령의 ‘불통’이미지를 상징하는 대표적 행태와 닮았다.
내용 면에서도 그의 해명은 충분하지 않았다. 그는 “조선 민족이 게으르다는 말은 제 이야기가 아니라 1894년 영국 왕립지리학회 회원인 비숍 여사의 ‘조선과 그 이웃나라’에 나온다”고 밝혔다. 친일파로 변절해 일제의 귀족원 의원까지 지낸 친일파 윤치호의 말이 아니라 비숍의 말이라고 해도, 스스로의 강한 인식이 덧붙은 ‘게으른 DNA’라는 발언의 해명에는 이를 수 없다. 누구 말이든 인용할 때는 자신의 논지를 강화하기 위한 것이고, 윤치호나 비숍 당시에는 DNA는 개념조차 없었다.
아울러 일제의 식민지배와 분단이 하나님의 뜻이라는 발언에 대한 해명도 아리송하다. 그는 “일반 역사인식이 아니라 교회 안에서 같은 믿음을 가진 사람들과 나눈 종교적 역사 인식”이라며 “우리 민족에게는 시련과 함께 늘 기회가 있었다는 취지의 강연”이라고 밝혔다. 그런 역사적 비극이 극복을 예정한 시련이라는 말이지만, 그가 밝힌‘공산주의화를 막은 분단’은 그의 종교적 역사인식에 비추는 한 시련이 아니라 축복으로 해석될 듯하다.
구렁이 담 넘어가듯 시간을 끌며 버티는 것도 한계가 있다. 보다 분명하고 구체적인 해명을 요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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