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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진하 기자

등록 : 2017.04.08 04:40
수정 : 2017.06.30 14:19

[나를 키운 8할은] “개성 살아있는 20세기 초 베토벤 연주 들어보세요”

김대진이 꼽은 베토벤 대표작과 추천 연주자

등록 : 2017.04.08 04:40
수정 : 2017.06.30 14:19

베토벤은 20대부터 시작된 청력 저하로 나중엔 귀가 전혀 들리지 않게 됐지만 이에 굴하지 않고 작곡을 이어갔다. 고전주의에서 낭만주의 시대로의 문을 활짝 열어놓은 그의 음악은 현재까지도 연주자들이 도전을 멈추지 않는 곡이다.

‘운명의 문은 이렇게 두드린다.’ 베토벤 교향곡 5번은 정말 그렇게 들린다. ‘운명’이라는 이름으로 더 잘 알려진 이 곡의 표제는 베토벤이 붙인 것이 아니다.

하지만 ‘어려움 끝에 승리가 있다’는 그의 음악적 메시지를 가장 대표적으로 보여주는 곡이다. 베토벤은 한 번에 절정으로 도달하는 경우가 없다. 절정을 향한 여러 번의 시도는 음악의 긴장감을 조성한다. 3악장의 끝 부분, 이를 통한 4악장 도입부에선 음악을 모르는 사람조차도 승리감을 느낄 수 있다.

피아노 협주곡 5번 ‘황제’도 작곡가 자신이 붙인 이름은 아니다. 하지만 황제에 버금가는 위엄을 느낄 수 있다. 이만큼 당당하고 에너지가 넘치는 곡은 드물다. 주제가 가진 리듬을 통해서부터 ‘우리와 같은 사람이 아닌 신적인 존재’를 보여주는 듯하다.

잘 알려지지 않은 베토벤의 소품 중 ‘바가텔’이 있다. 특히 6개의 간단한 소품으로 이뤄진 작품번호 126번을 좋아한다. 126번은 베토벤의 말년 작품에 해당한다. 짧은 음으로 촘촘히 쓴 악보가 아니라 긴 음가들을 사용해 악보에 공간이 많다. 처음 들으면 베토벤 작품이 맞는지 되물을 정도로 안정적이고 초월적인 느낌을 받는다. 그 동안의 역경과 고난을 초월한 위치에서 내려다보는 느낌이랄까. 우리가 세상 위에 서 있는 느낌을 경험하기에 적합한 곡이다. 그래서 나 역시 나이가 조금 더 든 후에 연주해 볼 생각이다.

요즘 연주자들은 독창성이 이전보다 부족하다는 느낌을 받는다. 인터넷 이전은 말할 것도 없이 음반 자체가 존재하지 않던 예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너무나 독창적이라서 흉내 낼 수도 없는’ 연주자들을 만날 수 있다. 다른 사람들의 연주를 들을 기회가 없었기 때문에 이들은 개성이 살아있는 연주를 선보인 건 아닐까. 아르투르 슈나벨(1882~1951), 빌헬름 박하우스(1884~1969)의 연주는 말년에 남겨진 음반으로 들어볼 수 있다. 혹자는 이질감이 느껴진다고 말 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이들의 연주는 한 번만 들어도 기억에 남을 정도로 개성이 넘친다. 베토벤이 작곡한 의미를 파악해내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자신만의 그릇에 담을 줄 아는 것도 중요하기에 이들의 연주를 추천하고 싶다.

<김대진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ㆍ수원시립교향악단 상임지휘자의 말을 1인칭 시점으로 재구성했습니다.>

정리=양진하 기자 realh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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