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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교과서 심사 기준 강화해 ‘무늬만 검정’ 만들려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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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교과서 심사 기준 강화해 ‘무늬만 검정’ 만들려는가

입력
2017.01.10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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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가 새해 업무보고에서 검정교과서 집필 기준과 심사 기준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새 집필 기준은 “국정교과서의 편찬 기준을 따른다는 게 기본 원칙”이라고 설명했다. 심사 기준 역시 이런 틀을 따를 것으로 보인다. 이준식 교육부 장관은 “학생들이 올바른 국가관과 역사인식을 함양하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교육부는 역사 국정교과서 도입 강행으로 1년 넘게 나라를 혼란에 빠뜨렸다. 국정교과서는 많은 역사학자와 대다수 교사, 학생ㆍ학부모들의 반대에 부딪쳐 목표로 했던 2018년도 전면 도입 계획을 수정했다. 하지만 1년 연구 기간을 거쳐 검정과 혼용하기로 한 것이므로 국정교과서 자체를 포기한 것은 아니다.

이번 검정 집필ㆍ심사 기준 강화에도 우려의 시선을 보낼 수밖에 없다. 국정 도입 유예로 국민적 저항을 피해 보려는 교육부가 이런 기준 강화를 통해 검정교과서를 사실상 국정처럼 만들려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떨칠 수 없기 때문이다.

검정교과서 집필 기준은 국정의 편찬 기준에 해당한다. 최근 공개된 역사 국정교과서만 놓고 보더라도 편찬 기준이 문제라는 지적이 적지 않았다. 1948년 정부 수립을 건국으로 표현하도록 유도하고 산업화를 강조하며 북한을 극도로 적대시하도록 만든다는 점이 거론됐다. 이런 기준을 검정 기준으로 그대로 가져갈 경우 이 교과서들은 ‘무늬만 검정’으로 전락할 수 있다.

국정 도입으로 검정 개발 고시가 이미 늦어진 상황인데 이처럼 기준마저 바꾸면 교과서 개편 작업은 또 이중 삼중의 부담을 안게 된다. 통상 개발 기간의 절반에 불과한 1년간 쫓기듯 만들어진 교과서의 부실과 오류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학생과 교사 몫이 된다.

검정 기준 강화의 무엇보다 큰 문제점은 그 발상이 국정교과서 도입과 매한가지라는 점이다. 이 장관은 기자 설명회에서 “검정 심사가 치밀하지 못해 편향성 문제가 제기됐다는 의견이 많아 심사를 강화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역사 국정교과서 도입 때의 문제의식도 같은 것이었다. 하지만 이는 결국 교육을 통제하려는 독재적 발상이라는 거센 비판에 직면했고 결과물도 편향적이라는 지적을 받았다.

교육부가 국정 도입 방침을 발표했을 때 쏟아진 “후진국 몇몇 나라나 쓰는 제도”라는 조롱이 새삼스럽다. 교과서는 국정은 물론이고 검정마저 벗어나 궁극적으로는 자유발행제로 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여러 전문가들이 지적한다. 교육부는 교육을 후퇴시킬 가능성이 있는 어떤 꼼수 정책도 중단해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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