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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들과 다르게 살 권리에 대하여

입력
2014.07.31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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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소설가 배명훈 ‘가마틀 스타일’ 싸움 거부하는 전투로봇 자아 찾기

로봇이 자아를 찾아가는 내용을 그린 '가마틀 스타일'의 저자인 소설가 배명훈. 그는 자아와 신체의 괴리를 겪는 아이들의 이야기를 구상하다가 '가마틀 스타일'을 썼다고 밝혔다. 은행나무 제공
로봇이 자아를 찾아가는 내용을 그린 '가마틀 스타일'의 저자인 소설가 배명훈. 그는 자아와 신체의 괴리를 겪는 아이들의 이야기를 구상하다가 '가마틀 스타일'을 썼다고 밝혔다. 은행나무 제공

승진에서 탈락한 진취적인 여성과 나이에 떠밀려 부장이 되고만 야망 없는 남성 중 동정 받아야 할 쪽은 누구일까. 큰 사람이 될 권리와 작은 사람이 될 권리 중, 짓밟혔을 때 더 아픈 쪽은 어디일까.

소설가 배명훈의 ‘가마틀 스타일’(은행나무 발행)은 잘할 수 있는 것과 잘해야 하는 것이 일치하지 않을 때 일어나는 눈부신 스파크에 관한 이야기다. 가마틀 스타일이 과학소설이라는 점을 먼저 이야기해야겠다. 천문학, 물리학, 군사학 등을 접목한 소설로 과학소설가라는 수식이 붙은 배명훈 작가는, 그러나 (다행히도) 과학을 말하기 위해 인간을 끌어 쓰기보다 인간을 이야기하기 위해 과학을 동원하는 소설가다.

소설은 세계 정복을 꿈꾸는 미친 과학자가 540대의 전투로봇을 만들어 도시를 초토화하며 시작한다. 모든 로봇이 프로그램의 명을 따라 장렬히 전사했으나, 그 중 단 한 대의 로봇 가마틀만은 전투가 시작한 지 15분만에 전장을 이탈한다. 40층짜리 건물을 무 자르듯 자를 수 있는 초강력 레이저포를 장착한 가마틀을 잡기 위해 그를 추적하던 수사관 민소는 한 가지 확신에 도달한다. 가마틀에게 공격 의지가 없다는 사실이다. 가마틀에게 당했다는 피해자들이 속출하지만 그들이 당한 피해는 얼굴이 잠시 지져지는 듯한 고통을 느꼈고 이후 한동안 불그스레한 낯으로 다녀야 했다는 것뿐이다. 입력된 공격 프로그램을 거부하는 로봇. 기술자문위원인 은수가 설명하는 로봇의 삶은 자못 의미심장하다. “기계로 된 몸에, 기계적인 작동방식. 그 둘이 함께 작동하는 순간 기계가 되는 거지. 그러니까, 몸에 압도 당하는 거야. 가마틀한테는 그런 유혹이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클 거야. 조금만 방심하면 규칙이 발생하는 거지. 그 규칙이 모여서 질서가 되고, 그 질서가 행동 하나하나를 전부 규정할 만큼 통일적인 체계로 자라나면 그것 자체가 자아를 대체하는 거야.”

입력된 프로그램이 로봇에 한정되지 않는다는 사실에 생각이 가 닿는 순간, 소설은 장르를 이탈한다. 우리 안에 입력된 수많은 프로그램이 규칙을 형성해 자아를 대체하려 들 때마다 우리는 방심의 끈을 놓치지 않고 부여 잡았을까.

반전이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소설이라 결말을 공개할 수는 없지만 작가와 주고받은 질문과 답변에서 약간의 힌트를 얻을 수는 있겠다. 신체적 차이로 인해 다른 삶을 살게 됐다는 점에서 성소수자의 이야기인 것 같다는 말에 작가는 이렇게 답했다. “성소수자를 비롯해 많은 사람들이 포함될 거예요. 자기 재능과 직업이 전혀 다른 사람들. 어른들은 재능과 상관 없이 그냥 공부하기를 원하잖아요. 옆길로 새는 게 좋은데, 세상은 그러지 말라고 해요. 앞만 보고 가라고. 그래서 작가의 말에 그렇게 썼어요. 성장해야 할 것은 자아가 아니라 세계일지도 모른다고.”

황수현기자 sooh@hk.co.kr

중편 싱글? 단편 싱글? 새로운 형식의 필요성

‘가마틀 스타일’은 은행나무의 중편소설 프로젝트 ‘노벨라’의 첫 책이다. 배명훈 작가는 단편집이나 중편집이 장편소설보다 더 많은 공이 들어가는데도 불구하고 시장 반응이 저조한 것 때문에 이 시리즈를 제안했다고 밝혔다. “장편 분량에 억지로 맞추지 않은 소설도 그 자체로 인정 받을 수 있으면 했어요. 가수들이 싱글앨범 발표하듯 중편 싱글, 단편 싱글을 내는 거죠.” 노벨라 시리즈는 원고지 300매 내외의 작고 가벼운 책들이다. 앞으로 김이설, 이기호, 윤이형, 이영훈 등의 소설이 출간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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