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의 재미있는 특징 중에 하나는 글자를 뒤집어도 다른 글자가 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심지어 글자뿐 아니라 단어를 뒤집어도 다른 단어가 되는 경우도 있다.
먼저 한글의 자음 중에 뒤집으면 다른 자음이 되는 것으로 ‘ㄱ, ㄴ, ㄹ, ㅁ, ㅇ’ 등이 있다. ‘ㄱ’을 뒤집으면 ‘ㄴ’이 되고, ‘ㄴ’을 뒤집으면 ‘ㄱ’이 된다. ‘ㄹ, ㅁ, ㅇ’은 뒤집으면 똑같은 ‘ㄹ, ㅁ, ㅇ’이 된다.
한글의 모음 중에 뒤집으면 다른 모음이 되는 것으로 ‘ㅗ, ㅛ, ㅜ, ㅠ, ㅡ’ 등이 있다. ‘ㅗ’를 뒤집으면 ‘ㅜ’가 되고, ‘ㅛ’를 뒤집으면 ‘ㅠ’가 된다. ‘ㅡ’는 뒤집으면 똑같은 ‘ㅡ’가 된다.
또한 자음과 모음이 결합한 글자를 뒤집었을 때 다른 글자가 되는 것으로 ‘공, 농, 롱, 몽, 옹’, ‘굥, 뇽, 룡, 묭, 용’을 비롯해 총 125개 글자가 있는데, 예를 들어 ‘공’을 뒤집으면 ‘운’이 되고 ‘룡’을 뒤집으면 ‘율’이 된다. 그래서 ‘공룡’이라는 단어를 함께 뒤집으면 ‘율운’이 되고 ‘공군’이라는 단어를 뒤집으면 ‘곤운’이 된다.
이처럼 한글이 글자를 뒤집어도 다른 글자가 되는 이유는 한글의 위대한 창제 원리 때문이다. 한글의 모음은 하늘과 땅과 사람을 형상화한 ‘ㆍ’, ‘ㅡ’, ‘ㅣ’를 기본으로 만들어졌는데, 땅 위에 하늘을 둔 모양으로 ‘ㅗ’를 만들고, 땅 아래에 하늘을 둔 모양으로 ‘ㅜ’를 만들었으며 땅 위에 하늘을 두 번 합성해 ‘ㅛ’를 만들고, 땅 아래에 하늘을 두 번 합성해 ‘ㅠ’를 만들었다. 이처럼 땅을 기준으로 해서 그 위아래로 하늘을 합성해 모음을 만들었기 때문에 모음을 뒤집어도 다른 모음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유지철 KBS 아나운서실 한국어연구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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