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김창훈 기자

등록 : 2017.11.15 04:40

[방전포비아] 배터리가 인간의 삶을 바꾼다

등록 : 2017.11.15 04:40

1991년 상용화 리튬이온 배터리

‘모바일 라이프’의 서막 열어

전기차ㆍ전기버스 이어 전기트럭에 전기항공기까지

사물인터넷도 배터리 없이는 불가능

“4차 산업혁명 움직이는 동력

배터리 중요성은 반도체에 버금”

올해 초 미국 캘리포니아에 구축된 세계 최대 규모 ESS. 24개의 컨테이너에 삼성SDI의 배터리 약 40만개가 들어갔다. 삼성SDI 제공

손목에 찬 스마트워치에 “서울 광화문까지 차량 부탁해”라고 말하면 인공지능(AI)이 차량공유 시스템에 접속해 자율주행 전기자동차가 현관 앞에 대기한다.

도로에는 매연을 내뿜지 않는 초소형 이동장치들이 오가고 자율주행 드론은 하늘 위에서 부지런히 택배를 배송한다. 모든 과정은 도시 곳곳에 설치된 사물인터넷(IoT) 센서를 통해 조율되며 클라우드 시스템에 빅데이터로 저장된다.

네트워크로 사람과 사물, 사물과 사물이 연결되는 사회는 영화 속 상상이 아니다. 이르면 2020년 현실에서 만나게 되고 배터리는 이 같은 삶을 가능하게 하는 에너지를 제공한다. 반도체를 흔히 ‘산업의 쌀’에 비유하는데 배터리 역시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4차 산업혁명의 주역이다.

스마트폰 보급으로 현대인 대부분은 적어도 배터리 하나씩은 늘 몸에 지니고 다닌다. 태블릿과 노트북, 스마트워치, 디지털카메라, 스피커 헤드셋 프로젝터 같은 블루투스 기기 등을 고려하면 개인별로 갖고 다니는 배터리 개수는 셀 수 없이 늘어난다.

겨를 박스) 하이브리드차량 4세대 프리우스에 탑재된 니켈수소 배터리. 토요타 제공

이처럼 현대인의 삶을 지배하는 배터리의 역사는 2000년이 넘는다. 1932년 이라크 수도 바그다드 남서쪽 호야트럽퍼 유적에서 발굴된 항아리가 발견된 최고(最古) 배터리다. 제작연대가 기원전 150년경으로 알려진 이 항아리는 높이 14㎝에 지름이 8㎝이고, 내부에 원통형 구리판과 철 막대를 갖췄다. 구리판 안에 전해질 역할을 하는 포도 식초의 흔적이 발견돼 배터리였던 것으로 추정된다. 이탈리아 물리학자 볼타가 1차전지(건전지)의 원형 ‘볼타전지’를 개발한 것도 200여 년 전인 180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하지만 충전이 가능한 2차 전지가 배터리의 주류로 부상한 건 30여 년밖에 되지 않았다.

1932년 이라크 바그다드 인근에서 발견된 최초의 배터리 구조. 삼성SDI 제공

일본 소니가 1985년 시제품에 이어 1991년 최초로 상용화한 원통형 리튬이온 배터리는 부피가 작고 가벼운 데다 에너지 밀도까지 높아 현대인이 누리는 ‘모바일 라이프’의 서막을 열었다. 이후 기술은 급속히 발전해 보다 안전하고 에너지를 많이 담을 수 있는 리튬폴리머ㆍ나트륨이온ㆍ리튬공기 배터리 등이 개발됐거나 개발 중이다.

배터리는 빠르게 자신의 영역을 넓혔다. 전 세계에서 굴러다니는 전기차와 전기버스에 이어 미국 테슬라는 대형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 트럭을 오는 16일 공개할 예정이다. 지구 궤도를 도는 모든 인공위성에도 태양광발전으로 만든 에너지를 저장하는 배터리가 필수적으로 탑재된다. 발전 효율이 들쭉날쭉한 신재생에너지의 단점을 극복하는 에너지저장장치(ESS) 역시 거대한 배터리다.

배터리 분류. 한국전기연구원 제공

지난 12일 중국 광저우(廣州)의 조선소에서는 100% 전기로 가동하는 세계 최초의 2,000톤급 전기 선박이 진수됐다. 유럽에서는 연료 소모가 어마어마한 항공기를 10년 이내 전기로 날리기 위한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다. 인간이 만들어낸 모든 탈것과 운송장비를 전기로 움직이는 것은 이제 시간문제다.

4차 산업혁명 시대 주목받는 IoT에도 통신 모듈과 함께 전력 소모를 최소화한 저전력 배터리가 반드시 들어간다. 소의 위에 스마트 캡슐을 투입해 건강을 관리하는 SK텔레콤의 ‘라이브케어’ 서비스의 경우 배터리를 7년간 사용할 수 있다. LG유플러스가 IoT 기술로 추진 중인 도시가스 배관망 관리와 원격검침 등에도 수년간 가동하는 저전력 배터리가 활용된다.

철도 레일의 온도 변화를 사전에 감지해 대형사고를 막는 안전 관제 IoT 설비에도 배터리가 들어갔다. SK텔레콤 제공

최근 급속 충전용 고용량 전기차 배터리 기술을 개발한 울산과학기술원(UNIST) 에너지 및 화학공학부 조재필 교수는 “처음 리튬이온 배터리가 나왔을 때 지금처럼 일상생활에 폭넓게 사용될지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며 “무인화, 스마트화가 가속되고 있어 배터리의 중요성은 반도체 이상으로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창훈 기자 ch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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