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체육관광부가 2일 바르토메우 마리(49ㆍ사진) 전 바르셀로나현대미술관(MACBA) 관장을 신임 국립현대미술관장에 임명했다. 국립현대미술관을 포함해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문화예술기관의 수장 중 최초의 외국인이다. 그러나 전시 검열 의혹으로 MACBA 관장직에서 불명예 사퇴했던 전력과 관련, 검열 논란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마리 관장은 스페인 바르셀로나대에서 철학과 교육학을 전공하고 네덜란드 비테 데 비트 현대미술센터 예술감독과 2005년 베니스비엔날레 스페인관 큐레이터를 거쳤으며 현재 국제근현대미술관위원회(CIMAM) 회장으로 재직 중이다. 문체부는 “마리 관장의 현대미술에 대한 전문성과 폭넓은 세계적 관계망이 미술관 운영의 선진화에 기여할 것”이라고 선임 배경을 밝혔다. 니콜라스 세로타 영국 테이트미술관 총관장, 베르나르 블리스텐 프랑스 퐁피두센터 관장, 후미오 난조 일본 모리미술관장 등 해외 미술계 인사들이 그를 관장 적임자로 추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써 정형민 전 관장이 지난해 10월 학예연구사 부당 채용 파문으로 직위해제된 후 1년 넘도록 공석이었던 국립현대미술관장이 공모와 재공모 끝에 임명됐다.
그러나 마리 관장이 3월 MACBA에서 후안 카를로스 1세 스페인 전 국왕을 희화화한 작품을 “미술관이 추구하는 방향과 맞지 않는다”며 전시 취소시켜 논란 끝에 자진 사퇴한 전력은 그가 넘어서야 할 장애물로 남아있다. 지난달 12일 500여명의 미술인들은 전시 검열을 우려하는 내용의 ‘국립현대미술관장 선임에 즈음한 우리의 입장’을 발표했고, 이후 ‘국선즈’라는 이름으로 릴레이 1인 시위 등 반대운동을 벌여왔다. 성명서 초안 작성에 참여한 영상작가 박찬경은 “검열 반대가 주목적이므로 국선즈의 활동은 지속될 것”이라며 “마리 관장이 ‘검열 반대 윤리 선언’과 같은 분명한 입장을 밝혀 문체부의 검열 압력에 대응하기로 약속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마리 관장은 앞서 “미술인들의 검열 우려를 주의 깊게 살펴볼 것”이라고 원론적 답변만 내놨다. 문체부 측은 “면접에서 미술관을 보호하기 위한 관장으로서 선택이었다는 본인의 소명을 검토해 관장 임명을 결정했다”며 “국내 미술계와의 적극적 소통을 위해 작가, 기획자, 평론가 등과의 적극적인 면담과 대화를 추진할 계획”이라 밝혔다.
정준모 미술평론가는 “마리 관장이 CIMAM 회장으로서 경험이 있기에 국립현대미술관에도 선진국형 시스템을 도입하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며 “관장 공석 상태에서 지지부진했던 법인화 문제를 해결하고 국립현대미술관을 전문화ㆍ세분화해 근대미술관, 공예미술관, 사진미술관 등을 설립하는 데 힘써야 한다”고 말했다.
신임 관장은 이르면 14일 임명장을 받고 업무를 시작할 예정이며 임기는 2018년까지 3년이다. 문체부는 “8개 국어에 능통한 신임 관장이 한국말을 배우겠다는 의지를 표명했으나 우선 미술 분야 지식을 가진 전담 통역사를 배치하겠다”고 덧붙였다.
인현우기자 inhyw@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