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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상ㆍ성추행에 떠는 물리치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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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상ㆍ성추행에 떠는 물리치료사

입력
2017.03.17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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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70%가 여성... “함부로 대해”

아가씨 호칭은 차라리 애교수준

물리치료사 서모(28·여)씨는 매일 아침 출근을 하면서 속으로 ‘오늘도 무사히’라고 외친다. ‘진상’ 환자를 만나지 않길 바라서다. 상당수 환자들이 “사는 곳은 어디냐”는 답하기 곤란한 질문부터 “남자친구 있냐”는 사적인 질문까지 서슴지 않는 것은 물론, 급기야 얼마 전엔 물리치료실에서 겨드랑이 근처를 더듬거리는 추행을 당했다. 그는 “애써 침착한 척 하며 자리를 피했지만 지금도 소름이 돋는다”며 “우리를 막 대해도 된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 기분 나쁠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고 토로했다.

환자 치료에 전념해야 할 물리치료사들이 몰지각한 환자로 인한 정신적 고통을 앓고 있다. ‘치료사’같은 호칭을 두고 굳이 ‘아가씨’라 부르는 탓에 기분이 상하는 건 차라리 애교 수준. 옷을 걸어주는 ‘대접’을 당연하다는 듯 입고 있던 겉옷을 ‘툭’ 집어 던지는 ‘갑(甲)질’에다, 치료실이 다소 은폐된 공간인지라 성추행 대상까지 되고 있다는 게 이들의 하소연이다.

무엇보다 피해는 여성 치료사들에게 집중되고 있다. 현재 활동 중인 물리치료사 3만2,000명의 70%가 여성이긴 하지만, “여성이라 얕잡아보고 함부로 대하고 있다”는 게 여성 치료사들 얘기다. 업계 관계자는 “특히 커튼이 처진 침대 등 폐쇄적인 장소에서 치료가 이뤄진다는 점을 악용한 환자들이 성추행이나 성희롱을 일삼고 있다”고 전했다.

일부 병원이 자체 공지사항을 만들어 불미스런 일을 막으려 노력하지만 별반 효과는 없다. 공지사항은 ‘사적인 질문은 삼가시라’ ‘반말을 사용하지 말아달라’는 당부부터 ‘바지는 살짝 내려달라’는 정중한(?) 요청을 담은 경우도 있다.

그럼에도 정작 불편한 상황에 처했을 때는 마땅히 도움을 청하기가 쉽지 않다. 물리치료사 이모(30·여)씨는 “‘자기가 해주니까 좋다’며 음흉한 미소를 짓는 환자에게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난감하다”고 털어놨다. 병원 측이 환자와의 마찰을 꺼리는 데다, 환자와 갈등이 발생하면 ‘물리치료사를 해고하는 게 낫다’고 판단하는 것도 치료사들이 속앓이만 하는 이유다. 대한물리치료사협회 관계자는 “안 좋은 일을 당해도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하는 게 현실”이라고 푸념했다.

근무 환경 개선에 적극 나서야 할 협회도 대책 마련에 미흡하다. 성희롱이나 성추행 등을 예방하기 위한 방안을 교육하기는 하나 주로 ‘환자에게 부적절한 행위를 하지 말라’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 더구나 피해 실태조사도 제대로 이뤄진 적이 없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김진 변호사는 “법률에 따라 고용주인 병원 측에서 우선적으로 조치를 취해야 하고 이에 대한 제재 등을 강구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은별 기자 ebsh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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