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수년 전만해도 '짝퉁', '밀수품' 취급을 받던 병행수입(독점 수입자 외 제3자의 다른 유통채널 수입) 제품이 최근 날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2014년부터 정부가 수입 물가 인하 차원에서 병행수입 장려에 나선데다 병행수입 제품에 대한 사후관리 서비스(A/S) 제도도 개선됐기 때문이다. 공식 수입품보다 가격이 싸고, 해외 직구(직접구매)와 비교해도 복잡한 주문과 배송지 설정, 까다로운 반품·환불, 원화 약세에 따른 부담에서 자유롭다는 점이 병행수입의 매력을 키우고 있다.
22일 온라인쇼핑사이트 티몬(www.tmon.co.kr)에 따르면 지난해 티몬의 병행수입 상품 매출은 2014년의 약 3.9배(286%)로 뛰었고, 올해 1~3월만 따져도 작년 같은 기간보다 40% 이상 불었다.11번가(www.11st.co.kr)에서도 올해 들어 3월까지 패션·잡화 상품군 내 병행수입 상품의 거래액은 작년 동기보다 33%나 늘었다.
현효경 SK플래닛 11번가 병행수입 담당 MD(상품기획자)는 "과거에는 코치나 마이클코어스 등 중저가 명품 브랜드가 주로 병행수입 매출 성장을 이끌었지만, 최근에는 프라다·몽블랑·페레가모 등 전통 명품 브랜드의 핸드백·지갑류와 20~30대층이 선호하는 골든구스·톰브라운·생로랑 등이 인기를 얻고 있다"고 전했다.
병행수입품 시장이 계속 커지는 첫번째 이유는 무엇보다 해외 브랜드와 정식 계약을 통해 수입·판매되는 상품과 달리 로열티나 중간 유통비, 마케팅비 등 여러 비용이 들지 않아 값이 상대적으로 저렴하기 때문이다.
가격 측면에서만 보자면 일반적으로 병행수입품이 직구 보다는 비싸지만, 직구의 경우 소비자가 해외사이트를 직접 찾아 제품을 검색하고 배송대행업체를 선정해야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이에 비해 병행수입 제품의 경우 국내 사이트를 통해 간단히 주문하면 별도의 절차가 없어도 일반 국내 물품과 똑같이 배송받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더구나 요즈음처럼 원·달러 환율이 오르는(원화 가치가 떨어지는) 시기에는 병행수입의 메리트가 더 커진다. G마켓 관계자는 "환율이 오름세일 때 병행수입품이 해외직구보다 더 저렴한 사례가 실제로 종종 나타난다"고 전했다.
과거 병행수입품 구매를 꺼리는 첫 번째 이유로 꼽혔던 불안한 품질 보장, 사후관리 서비스(A/S) 문제도 상당 부분 해결됐다. 병행수입 제품 가운데 '월드워런티'가 적용되는 상품은 당연히 국내 정식센터에서 A/S를 받을 수 있고, 병행수입제품 판매처에서 별도의 보증기간을 둔 상품의 경우 판매처를 통한 A/S도 가능하다.
둘 다 없는 병행수입품이라도 TIPA(무역관련지식재산권보호협회)가 정한 병행수입제품 A/S 협력업체를 통해 사후 관리를 받으면 된다. TIPA는 관세청과 함께 면밀한 심사를 거쳐 병행수입제품 A/S 협력업체를 선정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강봉진 티몬 패션브랜드본부장은 "병행수입제품의 가격경쟁력과 고객 편의가 크기 때문에 수요가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며 "앞으로 병행수입 상품의 종류를 늘리고 가격 경쟁력도 더 키울 것"이라고 밝혔다.
권영은기자 you@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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