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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우 대립 극복 과정서 확립된 합의제 민주주의가 연정의 토대"

입력
2015.01.20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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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헌법위원단 개헌작업 "다수 국민이 논의 동참해야 성공"

베르너 아몬 의원
베르너 아몬 의원

오스트리아에서는 ‘좌ㆍ우 연정’이 일반화해 있다. 현재도 중도좌파 성향인 사민당과 중도우파 성향인 국민당이 연정 파트너다. 우리나라로 치면 현실적으로 거의 불가능해 보이는 새정치민주연합과 새누리당의 ‘대연정’인 셈이다.

하지만 6선의 국민당 소속 베르너 아몬 의원은 “1920년대 극심한 좌우 이념대립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확립된 합의제 민주주의의 전통에 비춰 좌우 연정은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한-오스트리아 의원친선협회장으로 한국 정치상황에 대한 이해도가 비교적 높은 아몬 의원을 지난달 16일 빈 의회 집무실에서 만났다.

_한국에선 선거 과정에서 국민 분열이 심화하는 경우가 많은데.

“오스트리아도 공장 밀집 지역에서는 사민당 지지가 높고, 화이트칼라 회사들이 많은 곳에서는 국민당이 강세다. 최근엔 다양한 이해관계에 얽힌 유권자들이 수시로 지지정당을 바꾸거나 신생정당이 바람을 일으키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연정이라는 합의제 성격의 의사 구조가 여전히 힘을 발휘하고 있어 극단적으로 의견이 갈리는 일은 많지 않다.”

_이념과 지향이 다른 세력이라면 연정을 유지하는 것 자체가 어렵지 않을까.

“1999년 총선 결과 의석 수가 사민당-자유당-국민당 순이었는데, 당시 사민당이 우리와 연정 협상에 실패한 뒤 보수색채가 짙은 자유당과 연정을 추진했을 때 정치권 안팎에서 우려가 컸다. 그런데 결론이 난 뒤엔 모두가 안심했다. 극우성향의 자유당 의원 2명을 연정 명부에서 제외한 것이다. 이는 합의적 민주주의의 실현이 연정의 전제임을 보여준다.”

_한국에서도 개헌을 통해 오스트리아처럼 의회 기능을 강화하자는 요구가 있다.

“특정국가의 일면만 떼어내서 권력구조를 평가하는 건 무리다. 대신 논의가 본격적으로 진행된다면 의회ㆍ대통령ㆍ내각의 삼각축이 견제와 균형의 원리에 맞게 어떻게 권한을 나눌지에 대한 공감대를 우선 형성해야 한다. 오스트리아 헌법위원단 논의도 견제와 균형의 원리를 우선시했다.”

(오스트리아는 2003년 정부와 정당 관계자, 학계 전문가 등 70여명으로 ‘오스트리아 헌법위원단’을 구성, 2년여 논의 끝에 1920년 제정헌법에 대한 전면개정안을 마련했다.)

_오스트리아의 전례에 비춰 개헌 논의가 성공하기 위한 조건을 꼽는다면.

“국가 권력구조 등 근본적인 문제를 다뤄야 한다면 국민투표를 거쳐야 한다. 이 경우 정치인들이 국민들을 설득해야 하는데, 이 과정이 매끄럽게 진행되려면 개헌 논의 자체에 다수의 국민들이 직간접적으로 동참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드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_한국에서는 국회의원 수를 늘리는 데 대한 반대여론이 높은데 오스트리아는 어떤가.

“우리는 1980년대에 국회의원 수를 늘렸다. 당시 사민당과 자유당의 연정 조건이었고, 사실상 정당간 거래를 통해 증원이 이뤄졌다. 그런데 이는 국민들이 국회의원을 특권집단으로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에 가능했다. 의회가 정치적 갈등과 대립의 장이 아니라 사회적 합의주의의 실현 통로라는 신뢰가 형성돼 있는 것이다.”

_한국에서는 공천 방식을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도 많다.

“이 곳에선 특정인이나 특정 세력이 과도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오히려 법에 규정이 없더라도 각 정당이 자율적으로 여성 비율 할당제나 특정 직업군 포함 규칙 등을 만들어 이를 충실하게 반영한다. 다수당이 되기 위해선 그만큼 유권자들의 요구를 적극 수용해야 한다는 점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빈= 김성환기자 bluebir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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