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국제시장 김윤진 “아줌마에 할머니까지 첫경험”
알림

국제시장 김윤진 “아줌마에 할머니까지 첫경험”

입력
2014.12.25 15:24
0 0
배우 김윤진 (영화 '국제시장') / 삼청동=김지곤기자 photo@hksp.kr
배우 김윤진 (영화 '국제시장') / 삼청동=김지곤기자 photo@hksp.kr

영화 국제시장(감독 윤제균)이 200만 관객을 돌파했다. 성탄절을 앞두고 흥행 1위를 지킨 국제시장은 남성 감독에, 남성 배우에, 아버지의 이야기를 1950~2000년대까지 대한민국 역사에 녹여내고 있다. 메가폰을 잡은 윤제균 감독조차 가족을 위해 희생한 아버지의 이야기를 그렸다고 얘기했지만, 영화를 위해 묵묵히 자신을 내세우지 않은 여배우들의 공이 크다. 김윤진, 장영남, 라미란, 김슬기의 사중주는 국제시장이라는 요리를 만들 수 있게 한 육수나 다름없다. 특히 영화에서 비중이 큰 김윤진은 황정민의 유행어 ‘밥상에 숟가락을 얹었다’는 표현에 밥상의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이현아기자 lalala?사진=김지곤기자 photo@hksp.kr

김윤진은 주인공 덕수(황정민)의 첫사랑이자 검은 머리 파뿌리 되도록 사랑을 변치 않은 아내 오영자를 연기했다. 특히 이 영화에서 20대부터 70대까지 분장부터 파독 간호사, 억척스러운 시장 아낙까지 다양한 표현을 넘나들었다.

“배우로서 20대부터 70대까지 연기하는 게 좋은 경험이었어요. 대가족 며느리 역 같은 역할의 제안은 없었어요. 해결사, 변호사, 미래에서 온 여전사 등이었죠. 남편에게 기대는 여성 역할을 해 본 적이 없어요. 또 첫사랑 연기를 해본 적도 없거든요. 처음이라서 즐겼던 것 같아요.”

김윤진은 윤 감독의 제안에 고개를 갸우뚱했다. 그 자신 또한 이미 고정된 캐릭터를 알고 있기에 너무나도 한국적인 여성상인 영자는 치수가 맞지 않는 옷 같은 느낌이 컸다. 더욱이 미국드라마 미스트리스 시즌2의 일정으로 제안을 받아들이지 못했다. 그럼에도 윤 감독은 ‘너 아니면 안돼’라는 끈질긴 러브콜을 보냈고, 김윤진은 삼고초려 끝에 ‘오케이’했다. 그러한 뒷이야기가 있었음에도 영화에서의 분량은 아쉬움이 남는 부분이다.

“김윤진이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시대극에, 첫사랑, 맏며느리인 영자 그 자체만으로도 정말 좋았어요. 비중은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했거든요. 진심으로요. 꽃분이네라는 대가족의 일원인 소중한 기회를 얻었잖아요. 포스터 보셨나요? 저는 15년 넘게 연기하면서 처음으로 애를 안고 가족사진을 찍은 적도 없었어요.”

국제시장에서 영자가 돋보이는 장면은 의외로 가족이 없던 장면이다. 20대 시절 돈을 벌고자 독일로 떠나 간호사로 일하며 시체를 닦는 등 궂은일을 마다하지 않거나 황정민과 사랑에 빠지는 풋풋한 처녀의 연기는 김윤진의 표현처럼 ‘오글거릴 정도’로 훌륭하다. 능숙한 독일어 회화 구사나 외국인 배우들과의 호흡도 막힘 없이 넘어간다.

“파독 간호사를 연기하며 엄마 생각을 많이 했어요. 열 살에 미국으로 이민 가서 굉장히 고생했어요. 처음 간호복을 입었을 땐 우리 엄마 생각이 많이 났어요. 영자처럼 양로원에서 노인들을 간호했거든요. 저 역시 1달러를 벌기 위해 장사를 해봤던 경험도 있고요. 독일 간부의 인종차별 역시 미국에서 실제로 제가 경험한 서러움과 유사했죠. 어린 나이에 이민, 이국에 사는 서러움 등 실제의 감정들이 연기에 많은 도움이 됐어요.”

20대부터 70대까지의 특수분장도 눈에 띈다. 20대의 젊음은 황정민, 오달수보다 덜 분장이 됐지만 70대의 얼굴은 네 배의 시간이 걸리는 어려운 작업이었다. 여배우라면 노인 분장을 다소 꺼리기 마련인데 두려움은 없었을까.

“미국에서는 여배우가 예쁜 게 우선이 아니에요. 외국 생활의 영향일 수 있겠지만 단점을 고스란히 드러내는 외적 표현에 익숙한 편이라 부담이 없었어요. 20대를 연기할 때는 파트너 황정민 선배가 가발을 썼기에 되도록 저는 자연스럽게 분장했어요. 어려 보이게 앞머리도 자르고, 억지스럽지만 헤어밴드도 예쁘게 착용했죠(웃음). 반면 할머니 분장 때는 오히려 저보다 스태프들에게 긴 싸움과도 같았죠. 스웨덴 특수분장팀이 맡았는데 감독님이 표정까지 움직일 수 있는 분장을 원해서 4시간씩 걸렸어요.”

삼청동=김지곤기자 photo@hksp.kr
삼청동=김지곤기자 photo@hksp.kr

영화를 이끄는 덕수와 영자는 윤 감독의 부모를 모티브로 했다. 윤 감독은 특히 영자가 실은 자신의 어머니이기에 예쁘게 나이 든 할머니로 그려지길 바랐다. 어쩌면 미화일 수도 있겠다. 김윤진에 따르면 ‘꽃분이네’ 장사를 해오면서 많은 고생을 했을 테니. 할머니답게 좀 더 걸걸한 목소리로 연기하고 싶기도 했고, 억센 부분도 담고 싶었다. 하지만 윤제균 감독님이 늘 ‘영자는 고와야 한다’를 강조했다.

영화 밖의 주부 김윤진은 여느 마누라, 며느리와 다르지 않다. 주부습진으로 고생하는 열 개 손가락을 펴보이며 “설거지 얼마했다고 이래요. 배우 생활을 이해해주는 남편과 시부모님 덕에 트러블이 없어 다행이죠. 아버님은 제가 아직도 며느리인 제 모습이 어색한지 앉아있어라 하시며 본인께서 과일도 주세요. 제 직업을 이해해주는 시부모님을 만나 감사해요.”

김윤진은 새해 2월부터 미드 ‘미스트리스’ 시즌 3의 촬영에 들어갈 예정이다. 여전히 한국과 미국을 오가는 스케줄을 소화할 계획이다. “저는 분량, 작품을 가리지 않아요. 역할 변신에도 욕심도 없고요. 나도 재미있는 작품이 있다면 평생 연기하고 싶어요.”

배우 김윤진 (영화 '국제시장') 삼청동=김지곤기자 photo@hksp.kr
배우 김윤진 (영화 '국제시장') 삼청동=김지곤기자 photo@hksp.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