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해양조선으로부터 ‘초호화 외유’ 접대를 받은 것으로 알려진 조선일보 송희영 주필이 29일 회사에 사의를 표명했다. 지난주 대우해양조선 간부 등과 유력 언론인의 호화 전세기 유럽여행을 폭로한 새누리당 김진태 의원이 이날 그 유력 언론인이 송 주필이라고 실명을 공개하면서 추가 의혹을 제기한 직후다. 유수 언론의 고위간부가 기업으로부터 과도한 접대와 향응을 제공받은 의혹으로 사의를 표명한 자체가 충격이다. 제기된 의혹들이 어디까지 사실인지 모르지만 일부라도 맞는다면 심각한 문제다. 내달 김영란법 시행을 앞두고 언론인도 부조리한 취재관행을 타파하고 청렴의식을 한층 벼리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김 의원의 추가 폭로에 따르면 호화 전세기 이용 외에 송 주필이 대우조선해양으로부터 받은 향응에는 호화 요트, 골프 관광, 유럽 왕복 일등석 항공권 등이 포함 된다. 김 의원은 호화 요트 1일 대여비용이 한화 3,340만원이며, 유럽 왕복 일등석 항공권 1,250만원 등 8박 9일의 유럽 여행기간 경비를 모두 합치면 2억원 대에 이른다고 주장했다. 만약 사실이라면 김 의원 말마따나 언론인으로서 심각한 모럴해저드가 아닐 수 없다.
게다가 대우조선해양이 옥포 조선소에서 건조한 컨테이너선 명명식에 송 주필(당시 논설실장)의 아내가 참석해 밧줄 자르는 의식을 거행했다니 그와 대우조선해양 간 과도한 유착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대우조선해양 남상태 전 사장의 연임 로비 혐의로 구속된 홍보대행사 뉴스커뮤니케이션 박수환 대표와의 송 주필의 친분도 논란이 되고 있다. 이런 이유로 송 주필도 남 전 사장의 연임 로비에 개입했는지 여부가 검찰의 수사선상에 올라 있기도 하다. 비리 혐의에 대해서는 어떠한 외적 고려도 없이 진실이 규명되어야 마땅하다.
하지만 강성 친박계인 김 의원이 잇따라 송 주필 의혹을 폭로하고 나선 배경에 청와대의 작용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을 떨칠 수 없다. 청와대는‘우병우 의혹’을 맨 처음 보도한 조선일보 등에 대해 ‘부패 기득권과 좌파 세력의 정권 흔들기’라고 강력히 비난한 바 있다. 우 민정수석 의혹 보도에 앞장서고 있는 조선일보에 대해 송 주필 등의 비리 의혹으로 맞불을 놓으며 언론재갈 물리기나 국면 반전에 나섰다고 볼 여지가 충분하다. 우 수석 문제를 둘러싼 청와대와 조선일보의 공방은 시중의 비상한 관심사로 떠올랐다. 송 주필의 사의 표명으로 이 공방이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지만 국민들이 주시하고 있는 우 수석 의혹이 희석되거나 가려져서는 결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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