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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자의 난’ 롯데 190점 깎고 한화 240점 더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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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자의 난’ 롯데 190점 깎고 한화 240점 더 줬다

입력
2017.07.11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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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7월 1차 선정

한화ㆍ롯데 매장 면적 수치 조작

심사위원들 잘못된 팩트로 평가

2차 후속 선정

기부금 비율 롯데 불리하게 해석

총점 순위 뒤바뀌어 두산 승리

2016년 3차 신규 특허

“서울 면세점 1곳만 추가”

외부 용역 결과까지 왜곡

박찬석 감사원 재정·경제 감사국장이 11일 면세점 사업자 선정 추진실태 브리핑 후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시스
박찬석 감사원 재정·경제 감사국장이 11일 면세점 사업자 선정 추진실태 브리핑 후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시스

감사원 감사로 드러난 면세점 사업자 선정 과정의 민낯은 매우 충격적이다. 관세청은 특정 업체에 유리하도록 객관적 사실을 조작하거나 수치를 멋대로 골라 쓰는 위법을 서슴지 않았다. 이렇게 정부기관이 기초 수치와 자료에 손을 대자, 외부인사로 이뤄진 심사위원들은 왜곡된 팩트로 심사할 수 밖에 없었다. 떨어졌어야 할 업체가 붙고, 붙어야 할 업체가 떨어지는 결과가 초래됐다.

11일 면세점 사업자 선정 과정 감사 결과에 따르면 서울세관은 2015년 7월 신규 면세점 심사(면세점 1차 대전) 중 신청업체의 매장면적과 공용면적(화장실, 계단 등)을 계산하면서 한화갤러리아의 공용면적만 매장 면적에 포함시켰다. 나머지 업체는 매장면적과 공용면적을 구분했다. 이에 따라 한화갤러리아 면적만 상대적으로 넓어졌고 결국 한화갤러리아는 면적 평가에서 순위가 7위에서 6위로 상승하며 점수를 90점이나 더 받았다.

특정업체 점수를 깎아 내리는 손장난도 이뤄졌다. 관세청은 업체별 중소기업제품 매장 설치 비율을 평가하면서, 원래는 전체 면적 중 중기제품을 판매하는 ‘매장면적’을 산정해야 하는데도 호텔롯데에 대해서만 ‘매장면적’보다 적은 ‘영업면적’(통로를 제외한 면적)을 적용했다. 이 때문에 호텔롯데의 중기제품 매장 설치 비율은 35.68%에서 19.98%로 줄었다.

이처럼 심사에서 광범위한 수치 조작이 이뤄지며 한화갤러리아는 정당한 점수보다 240점을 더 받게 됐고, 롯데는 받아야 할 점수보다 190점을 덜 받게 됐다. 평가가 정당했다면 롯데가 한화갤러리아를 총점에서 271점 앞서야 했지만, 실제 취합된 점수에서는 한화갤러리아(8,060점)가 롯데(7,901점)를 제친 것으로 나왔다.

당시 관세청이 작성한 계량항목 평가점수는 별도 검증 없이 반영하도록 돼 있어, 외부인사 위주로 구성된 심사위원들은 사전 조작에 전혀 대응할 수 없었다. 면세점 강자인 롯데의 탈락으로 주식 시장도 크게 요동쳤다.

면세점 2ㆍ3차 대전도 조작과 수치 끼워맞추기가 횡행했다. 2015년 후속 면세점 사업자 심사(2차대전) 당시 관세청은 영업이익 대비 기부금 비율을 호텔롯데에 불리하게 일방적으로 해석해 점수를 120점이나 깎았다. 이 차이가 두산과 호텔롯데의 총점 순위를 바꿨고, 두산은 신규 사업자가 됐다. 롯데는 당시 신동주ㆍ동빈 형제의 갈등 탓에 여론이 매우 악화된 상태였다. 이러한 상황을 고려한 윗선의 지시로 조작이 이뤄졌을 개연성이 크다.

관세청은 지난해 신규 면세점 특허 발급(3차대전)에선 외부용역 결과까지 왜곡했다. 용역상 서울 면세점은 1곳만 늘려야 했지만, 청와대 및 기획재정부가 4개를 요청하자 관세청은 매장당 필요한 적정 외국인 수를 줄이는 방법을 동원해 추가 발급 특허를 4개로 늘렸다.

공무원들이 왜 이렇게 무리한 방법을 동원하면서까지 특정업체를 살리고 죽이고자 했는지는 감사에서 밝혀지지 않았다. 그러나 감사원이 수사를 의뢰한 만큼 검찰 수사에사 추가 의혹이 규명될 지 주목된다. ▦관련 공무원들이 기업들로부터 모종의 특혜를 받았는지 ▦대기업 정치자금 제공과 관련한 박근혜 전 대통령의 지시가 있었는지 ▦이 과정에서 비선실세 최순실씨가 개입했는지를 밝히는 게 수사의 핵심이 될 것으로 보인다.

광범위한 조작을 벌인 관세청을 향후 특허 심사 과정에서 배제해야 한다는 주장도 힘을 얻게 됐다. 이미 관세청은 일부 직원들이 면세점 1차 대전 당시 관련 기업 주식을 사들인 사실이 드러나 신뢰를 잃었고, 최근엔 천홍욱 청장이 취임 직후 최씨를 만나 ‘충성맹세’를 했다는 의혹에도 휘말렸다. 세종=이영창 기자 anti09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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