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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명분 없는 백남기 부검 집행 중단하고 특검법 처리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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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명분 없는 백남기 부검 집행 중단하고 특검법 처리해야

입력
2016.10.23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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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 23일 고 백남기 농민의 시신 부검영장 집행을 시도했으나 유족 측 반대로 철수했다. 경찰의 집행 시도는 법원이 ‘조건부 영장’을 발부한 지 26일 만에 이뤄진 것으로 영장 유효기간을 이틀 앞둔 시점이다. 하지만 경찰은 부검영장 집행 재시도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어 충돌이 벌어질 우려는 여전히 남아있다.

경찰이 강제 집행을 시도한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주변은 하루 종일 긴장이 감돌았다. 경찰은 인근에 경비경력 800여명을 대기시켰고, 이에 맞서 유족과 대책본부측은 수백 명이 스크럼을 짜고 경찰 진입을 막았다. 영안실로 가는 길목에는 바리케이드를 설치하기도 했다. 경찰은 유족 측의 반발이 거세자 결국 불상사를 우려해 진입을 중단하고 철수했다.

경찰의 부검 집행 방침은 이미 명분을 잃었다. 법원이 발부한 부검영장은 유족과의 협의 등의 조건이 달려있어 유족이 반대하면 효력이 없다는 게 일반적 해석이다. 서울중앙지법원장도 국감에서 “특정한 제안이 들어 있기 때문에 그 범위를 벗어나는 영장 집행은 기각이라는 취지”라고 밝혔다. 경찰이 6차례에 걸쳐 유족들에게 협의 요청 공문을 보냈으나 거부당한 것은 법원이 제시한 조건이 충족되지 않는 상황이 됐음을 의미한다.

백씨 사인과 관련해 경찰이 진상을 은폐하고 왜곡한 사실도 부검의 정당성을 의심케 한다. 최근 공개된 지난해 11월13일 사고 당시의 경찰 상황속보를 보면 “물(대)포에 맞아 부상을 당해 후송” “뇌출혈 증세로 산소호흡기 부착”등 경찰도 당시 상황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었다는 사실이 드러난다. 그런데도 경찰은 “상황속보를 파기해서 없다”며 거짓말을 해왔다. 경찰이 부검 집행 이유로 든 ‘빨간 우의 가격설’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당사자를 지목해 조사했지만 ‘가격설’등에 대해서는 아예 묻지도 않았다. 경찰 스스로도 믿지 않았다는 얘긴데 뒤늦게 버젓이 부검 이유로 내세웠으니 저의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백씨가 경찰의 시위 진압 도중 물대포를 맞아 숨진 것은 명백한 사실이다. 그런데도 검찰과 경찰은 책임자 수사는 뒷전이고 사인을 규명하겠다며 부검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 현재 백씨 시신이 있는 장례식장에는 유족과 시민 등이 몰려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다. 경찰이 물리력을 사용해 집행할 경우 또 다른 불상사가 벌어질지도 모르는 상황이다. 명분도, 실익도 없는 부검집행 시도는 중단해야 옳다. 그보다는 야 3당이 공동 제출해 국회에 계류 중인 ‘백남기 진상규명 특검법’을 하루빨리 처리하는 게 당연하고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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