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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MI 수치가 뭐길래…애먼 사람을 뚱보로 만든다

입력
2016.06.14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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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5cmㆍ65kg 男도 ‘비만’…과체중ㆍ비만 기준 현실괴리

체질량지수(BMI)로 비만을 재는 것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많다. 국민 체형이 서구화 됐지만 이를 반영하지 못해 과체중ㆍ비만인을 남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게티이미지뱅크
체질량지수(BMI)로 비만을 재는 것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많다. 국민 체형이 서구화 됐지만 이를 반영하지 못해 과체중ㆍ비만인을 남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게티이미지뱅크

# “비만이라고?” 1년 전 88㎏였던 몸무게를 65㎏으로 줄인 직장인 K(45)씨는 최근 비만 여부를 판정하는 체질량지수(BMIㆍBody Mass Index)’를 계산하다 화들짝 놀랐다. 체중을 23㎏이나 감량했지만 BMI로는 비만이었기 때문이다. BMI는 체중(㎏)을 키(m)의 제곱으로 나눈 값(㎏/㎡)으로 비만도를 재는 지수다. 165㎝인 K씨의 BMI는 25로 비만에 해당한다. 이에 K씨는 최종 체중감량 목표를 60㎏로 재설정했다. “BMI가 뭐라고. 이러다 사람 잡겠네. 과체중이라고 살을 더 뺀다는데 뭐라고 할 수도 없고…” 아내의 걱정에도 불구하고 K씨는 지금도 다이어트 중이다.

비만 기준의 영원한 ‘골드 스탠더드(gold standard)’로 여겨진 BMI가 흔들리고 있다. 서구화된 식습관 등으로 우리 국민 체형이 급속히 서구화되고 있지만 이를 반영하지 못해 뚱뚱하지 않은 과체중ㆍ비만자를 양산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최근 사회적 파장을 일으킨 육군 간부 BMI조사다. 계명ㆍ대구대 간호대학 연구팀이 육군 간부 1,026명의 BMI를 분석한 결과, 34.9%가 비만, 25.9%가 과체중이었다. 하지만 전문의들은 “군인들의 비만 여부를 BMI 잣대만 가지고 판정 내린 것 자체가 무리”라고 지적한다. BMI는 비만을 측정하는 다양한 지표의 하나일 뿐 절대적 지표가 아니라는 것이다. 전문의들은 “현재 BMI 23부터 과체중으로 돼 있는데 현실적 적당하지 않다”면서 “세계 비만기준으로 조사했으면 결과가 달리 나타났을 것”이라고 했다. 유순집 부천성모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대한비만학회 이사장)는 “BMI만으로 비만 여부를 가리려는 사회풍토가 문제”라면서 “BMI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는 비만 관련 지표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수경 서울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BMI가 높으면 당뇨병, 고혈압 등 대사질환과 암에 걸릴 가능성이 높지만 상대 지표이기 때문에 맹신해서는 곤란하다”고 했다. 조정진 한림대동탄성심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BMI는 체지방을 완전히 반영하지 못하고, 체지방의 체내분포도 반영하지 못하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키와 몸무게를 이용해 비만여부를 판정하는 ‘겉보기 비만지수’이라는 것이다.

비만기준, 체형변화 따라가지 못해

전문의들은 세계보건기구(WHO)가 정한 세계 비만기준보다 엄격한 국내 비만지수를 재조정할 필요가 있다는 데 공감한다. 우리나라는 세계 비만기준이 아닌 아시아태평양 지역 비만기준을 채택했는데 이에 따르면 BMI 25부터 비만이다. 세계 비만기준으로는 BMI 30이 비만이다. 과체중 기준도 야박하다. 과체중은 세계 비만기준으로는 BMI 25~29.9이지만 우리는 BMI 23~24.9다.

[세계보건기구 BMI 기준]

[아시아태평양지역 BMI 기준]

우리가 아ㆍ태 비만기준을 채택한 것은 동ㆍ서양의 체형 차이에 주목했기 때문이다. 서양인과 달리 동양인은 체중이 급증하면 당뇨병 등 대사질환과 암에 걸릴 가능성이 높아 비만지수를 엄격히 적용한 아ㆍ태 비만지수를 따랐다. 여기에 동양인은 서양인보다 육류 섭취가 적어 고기를 더 많이 먹게 되면 과잉지방에 취약해 비만기준을 BMI 25로 정했다. 오상우 동국대일산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1998년 당시 국내에서 BMI 25 인구가 빠르게 증가해 아ㆍ태 비만기준을 채택한 것”이라면서 “하지만 우리도 미국처럼 BMI 25 인구가 정체되고, BMI 30 이상 비만인구가 급증해 비만지수를 개선할 다각적 연구가 필요하다”고 했다.

BMI에 의해 과체중이나 비만으로 판정 받으면 우리는 어떻게 행동할까. 여성은 다이어트를, 남성은 운동에 매달린다. 복부지방 내장지방 콜레스테롤 등 비만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등한시하고 살 빼는 데만 온 힘을 기울인다. ‘BMI 패러독스’인 셈이다. 박 교수는 “이마저 잘못된 상식”이라면서 “피하지방이 많은 여성이 운동해야 하고, 내장지방이 많은 남성은 식단을 조절해야 하는데 거꾸로 가고 있다”고 말했다.

BMI 조정하면 비만치료 비용 절감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BMI는 비만기준이 아닌 그저 살 빼는 기준으로 변질됐다. BMI를 상향 조정하면 지방흡입술 등 비만 치료시장이 침체될 수 있어 BMI 조정을 하지 못한다는 지적도 있다. 조 교수는 “BMI를 국제 수준으로 상향 조정하면 사망률과 발병 위험도 낮은 BMI 25~27 그룹이 불필요하게 갖는 체형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나 스트레스를 받지 않을 것”이라며 “대중이 몸무게에 대한 집착과 비만치료비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관상동맥질환 심부전 뇌졸중 고혈압 당뇨병 환자의 경우 BMI 25~27은 사망률이 낮고, 오히려 저체중군 사망률이 높다는 연구결과가 속속 발표되고 있다”면서 “2014년 일본검진학회에서 남성은 27.7, 여성은 26.1 이상을 비만으로 제시한 것처럼 비만지수를 조정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박 교수는 “BMI 30 이상 고도비만도 뿐만 아니라 18.5 미만인 저체중도 문제”라면서 “마르면 건강하다는 잘못된 인식부터 개선해야 한다”고 했다.

비만의 병리 메커니즘이 달라져 비만기준을 새로 정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오 교수는 “10~30대는 40대 이상과 달리 어려서부터 기름진 음식을 많이 먹어 지방세포를 저장하고 늘리는 능력이 좋아 현 비만기준으로 과체중, 비만으로 진단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그는 “비만기준을 바꾸는 데는 공감하지만 사망률 등 통계적 접근만으로 이를 바꿔야 한다는 데에는 동의하지 않는다”며 “객관적이고 체계적인 연구접근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유 교수는 “BMI 24라 해도 근육보다 지방이 많으면 건강에 문제될 수 있다”면서 “무조건 살 빼려 하지 말고 영양 근육 허리둘레 중성지방 등 비만과 관련된 요인을 점검해야 건강한 삶을 유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치중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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