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소득 상위 10%가 전체 부(富)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한 것으로 조사됐다. 세계 주요국 중 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수준으로, 특히 상위층에 소득이 쏠리는 속도는 세계에서 가장 빠른 것으로 나타났다.
4일 국회입법조사처가 국제통화기금(IMF)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 한국의 상위 10% 소득 집중도(2012년 기준)는 44.9%로 나타났다. 주요국 중 미국(47.8%)에 이어 두 번째, 아시아에서는 가장 높은 수치다. 소득집중도는 소득 상위권 구간의 사람들의 소득이 전체 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으로, 소득불평등 정도를 판단할 수 있는 지표 중 하나다.
우리나라는 외환위기 이전인 1995년만 해도 상위 10%의 소득집중도가 29.2%에 불과했으나, 이후 빠르게 상승해 2000년 35.8%, 2008년 43.4%, 2012년 44.9%까지 치솟았다. 이 기간(1995~2012년) 상위 10%의 소득집중도 상승폭은 15.7%포인트에 달한다. 싱가포르(11.7%포인트), 미국(7.3%포인트), 일본(6.5%포인트), 호주(1.9%포인트) 등을 크게 앞질렀다. 우리나라가 가장 빠른 속도로 소득불평등이 심화되고 있다는 얘기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외환위기 이후 경제성장의 과실 대부분이 상위 10%에 집중적으로 배분됐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변태섭기자 liberta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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