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취업을 미끼로 수억원을 가로챈 계약직 구청 공무원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노원경찰서는 취직 알선 명목으로 피해자 10명에게서 2억6,700만원을 받아 챙긴 혐의(사기)로 서울 A구청 공무원 박모(54)씨를 구속했다고 21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무기계약직 공무원인 박씨는 지난해 5월 지인을 통해 소개 받은 한모(62)씨가 아들이 서른이 넘은 나이에도 취업이 안돼 고민하고 있다는 걸 알고 접근했다. 그는 “구청장 비서에게 부탁해 자리를 하나 마련해주겠다”고 한씨를 꼬드겨 취업 알선 대가로 3,000만원을 뜯어 냈다. 박씨는 이런 수법으로 2012년부터 13차례에 걸쳐 1인당 적게는 3,000만원에서 많게는 8,000만원을 가로챘다.
조사 결과 박씨는 피해자들에게 믿음을 주려 계약직 신분을 감추고 정규직 공무원인 것처럼 행세했다. 그는 2010년 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사회서비스 노조 서울지역 간부를 맡았던 경력을 부풀리고 A구청 공무원 노조위원장도 사칭했다. 돈을 건넨 뒤 취업이 되지 않은 피해자들이 항의하면 “윗선에 특별히 부탁했다” “구의원이 뒤를 봐주고 있으니 조금만 기다리라”고 말하는 등 가짜 인맥을 동원해 안심시키기도 했다. 경찰 관계자는 “경제적으로 어려운 사회적 빈곤층의 약점을 이용한 취업사기 범죄”라며 “피의자가 다른 구청 공무원과 범행을 모의했는지 확인하기 위해 수사를 확대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신혜정 기자 arete@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