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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옹졸한 청와대 vs 부패 언론

입력
2016.08.25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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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우병 사태와 천안함 사건, 세월호 참사 등 굵직한 사건에서 해명되지 않는 의문점이 있을 때마다 음모론이 고개를 든다. 공적인 절차가 무력화되고 민주주의가 훼손된 상태에서 음모론은 더욱 자극받는다. 무기력하고 소외된 약자의 분노 표출을 ‘저항 음모론’이라고 한다면 권력자의 필요에 의해 제기된 것이‘통치 음모론’이다 (‘음모론의 시대’, 전상진). 정당성이 도전받을 때 통치자가 자신의 책임을 음모집단에 전가하는 게 통치 음모론의 요체다. 그 자체가 정치 전략이자 정치적 자원인 셈이다.

▦ 청와대가 21일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에 대한 의혹 제기를 ‘부패 기득권 세력’과 ‘좌파세력’의 ‘식물정부 만들기’ 음모로 규정했다. 특정 언론이 내년 대선 정국과 관련해 친박 진영의 힘 빼기가 필요하다고 보고 우 수석 사퇴 공세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애초 특정 보수 언론이 우 수석 처가 땅 거래 문제를 제기할 때부터 정치적 복선이 깔려 있다고 의심했는데 이번에 이 언론과 이석수 특별감찰관의 통화 내용이 공개되면서 확신을 가졌다고 한다. 우병우 사태로 곤경에 처한 권력이 음모론을 제기해 프레임을 바꾸려는 의도가 역력해 보인다.

▦ 특히 미묘한 대목은 ‘부패’라는 표현이다. 거대 보수 언론을 ‘기득권 세력’으로 규정한 것은 관습적 용어 구사라 해도 굳이 부패라는 수식어를 붙인 게 예사롭지 않다. 공교롭게도 대우조선해양 비리와 관련해 수사 불똥이 이 언론사 고위간부에까지 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이 건뿐 아니라 해당 언론사의 직ㆍ간접적인 약점을 청와대가 인지하고 있다는 얘기도 있다. 청와대가 약점을 쥔 채 언론사를 협박하며 기 싸움을 벌이는 모양새가 볼썽사납다.

▦ 더 이해하기 어려운 것은 해당 언론사의 태도다. 부패 언론으로 낙인 찍히는 모욕을 당했는데도 이렇다 할 대응이 없다. 청와대 발언 이후의 지면은 그 전에 비해 소극적이고 가라앉았다. 특별감찰관과의 통화 내용도 다른 언론을 인용해 보도했을 정도다. 특정 언론의 부패 여부를 우 수석 방탄용으로 삼으려는 청와대 행태도 한심하지만 부패 딱지를 받고도 대거리를 못하는 언론사 처지도 딱하다. 이 언론은 3년 전 채동욱 검찰총장을 찍어낼 때는 청와대와 동지적 관계였다. 권력과 언론은 각자의 길이 있다는 당연한 사실을 새삼 일깨운다. 이충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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