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 서열 '2인자 그룹' 인천 AG 폐막식 참석차 방문
'2차 고위급 접촉 재개' 호응 "김정은 건강 이상 없다"
북한의 권력서열 ‘2인자 그룹’이라 할 수 있는 최고위급 대표단의 4일 인천 방문은 그야말로 전격적이었다. 북한 권력 실세 3인방의 ‘깜짝 방문’은 아시안게임 폐막식 참석을 목적으로 내세웠지만 제2차 남북 고위급접촉 재개라는 성과까지 내면서 경색된 남북관계의 국면을 전환할 계기로 평가되고 있다. 더구나 북측이 10ㆍ4 남북공동선언 7주년에 맞춰 ‘깜짝 이벤트’로 먼저 화해의 제스처를 취함에 따라 향후 남북 정상회담 등 남북관계 급진전에 대한 기대도 높이고 있다.
아시안게임 폐회식 참석차 방문한 황병서 인민군 총정치국장과 최룡해 노동당 비서, 김양건 노동당 통일전선부장 등 북한 최고위급 권력 실세 3인방은 스스로 이번 방문의 성과를 높이 평가했다. 특히 황병서 총정치국장은 평양으로 돌아가기 직전 아시안게임 폐막식장에서 정홍원 국무총리 등 우리측 인사들과 작별인사를 나누면서 “우리는 사실 오늘 전격적으로 방문했다. 아침에 출발해 저녁에 돌아가는데 성과가 많다”며 “소통을 좀 더 잘하고, 이번에 좁은 오솔길을 냈는데 앞으로 대통로로 열어가자”고 제안했다.
앞서 북한 대표단은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류길재 통일부 장관 등 대북관계를 총괄하는 최고위급 당국자들과 오찬 회동에서 2차 고위급 접촉 재개에 합의했다. 북측은 우리 정부가 제안한 2차 남북 고위급 접촉을 수용하고 10월 말∼11월 초 우리측이 원하는 시기에 회의를 개최하자는 입장을 우리측에 전달했다. 이로써 올해 2월 열린 제1차 남북 고위급접촉에 이은 후속 고위급 접촉이 조만간 열릴 전망이다. 이날 회동은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처음 성사된 남북 최고위급 당국자들간 회담일 뿐 아니라 7년 만에 이뤄진 국무총리와 북한 고위급 인사 간 만남이다.
북측이 남측에서 열리는 대규모 국제행사에 최고위급 대표단을 파견한 것 자체가 이례적인 데다 그 동안 거부하던 2차 고위급접촉에 호응함으로써 남북관계는 극적으로 대화 국면으로 돌아서게 됐다. 특히 폐막식이 끝나기 직전 북측 대표단이 A4용지 1장을 돌려보는 장면과 황병서 총정치국장과 귀엣말을 나누던 김관진 국가안보실장이 정 총리에게 무언가를 전달하는 장면이 포착돼 남북 정상회담 추진설이 돌기도 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북한 김정은이 당과 군부의 최고 실세들을 파견한 것은 극도로 경색된 남북관계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한 특단의 카드를 내민 것”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북측 대표단이 김정은의 친서도 없이 박근혜 대통령의 예방까지 거부해 극적인 남북관계 개선에 아쉬움을 남겼다. 다만 북측 대표단은 연쇄 회동에서 김정은 제1위원장이 박 대통령에게 전하는 따뜻한 인사말을 전달했다. 김양건 통전부장은 김정은의 건강에 아무 이상이 없다는 말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남북관계가 2차 고위급접촉 등으로 순조롭게 이어질지 현재로서는 불투명하다. 특히 북측이 여전히 조건 없는 5ㆍ24조치 해제와 금강산 관광 재개 등을 요구하고 있어 고위급접촉 재개되더라도 난항이 예상된다. 정승임기자 chon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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