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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권주자들도 속속 사드 현실론으로 선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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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권주자들도 속속 사드 현실론으로 선회

입력
2017.01.16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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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외교적 부담감 작용

국가 합의 뒤집을 경우 파장 거세

“조기대선 전략에 불리” 계산 깔려

2. 반기문 효과도 의식

潘, 사드 등 안보 보수 색채 뚜렷

주도권 뺏길 우려 수위조절 나서

고고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배치 반대 내지 재검토를 주장하던 야권 대선주자들이 이를 뒤집기 어렵다는 현실론으로 속속 선회하고 있다. 사드 배치 결정을 사실상 인정하며 시한부 배치나 중국과 러시아 설득 쪽으로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이다. 사드 배치 반대가 한미동맹을 흔드는 모습으로 비춰지는 데 따른 부담 때문으로 보인다. 안보 이슈가 부각될 경우 중도층 표심에 악영향을 미치는 등 선거 전략에 유리하지 않다는 계산도 깔려 있다.

전문가들은 유력 주자들이 대체적으로 한미 양국의 합의 사항을 인정하겠다고 밝힌 만큼 불필요한 논쟁 대신 국내 여론 수렴 및 중국의 반발을 완화할 후속조치를 함께 마련하는 데 힘을 모아야 한다고 주문했다.

야권 주자들은 지난해 7월 정부의 사드 배치 발표 당시 일제히 재검토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으나, 박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 이후에는 톤 조절에 나서는 분위기다. 특히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귀국 이후 이 같은 입장 변화가 더욱 두드러지는 흐름이다.

지난해 “국익의 관점에서 득보다 실이 더 많다”며 재검토 입장을 촉구했던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15일 언론 인터뷰에서 “한미간 이미 합의가 이뤄진 것은 취소하기 쉽지 않다”며 입장을 바꾼 게 단적인 예다. “차기 정부에 넘기고 공론화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입장은 유지하긴 했으나, 사실상 사드 배치 자체를 번복할 수 없다고 인정한 셈이다. 이에 대해 이재명 성남시장은 이날 저녁 자신의 SNS에 글을 올려 문 전 대표가 충분한 설명 없이 오락가락하고 있다며 비판했다.

그러나 이 시장 역시 사드 배치 반대 집회에 직접 나가서 무조건 막아내자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던 것과 달리 지난 연말에는 “단기적으로 필요 시에만 이동 배치하고, 한국형 미사일 방어체계가 완성되면 철수시키자”는 시한부 배치라는 절충안으로 돌아섰다.

안희정 충남지사 역시 ‘사드 반대’라는 개인적 소신에도 불구하고 국가 차원의 합의를 뒤집을 경우 파장이 상당하다는 현실적 이유를 들어, 한미 간 협상 결과를 존중해야 한다는 입장을 강하게 피력하고 있다. 사드 발표 직후 국민투표 실시 및 국회 비준 등을 밀어붙였던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 역시 일단 차기 정부로 공을 넘기며 한발 물러서는 모습이다.

이처럼 야권 주자들이 수위 조절에 나선 데는 20일 출범하는 트럼프 미 행정부 인사들이 “사드는 한미동맹의 굳건한 상징”이라고 못 박고 있는 상황이 외교적 부담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사드 배치 철회를 밀어붙일 경우 주한미군 철수 등의 후폭풍을 감당할 자신이 있느냐는 현실적 벽에 직면한 것이다.

‘반기문 효과’도 의식했다는 분석이다. 반 전 총장이 이날 경기 평택 2함대를 방문해 “준전시 상황에서 사드 배치는 마땅한 조치”라며 안보에서 보수적 색채를 뚜렷이 하는 상황에서 안보 이슈가 부각될 경우 반 전 총장에게 주도권을 뺏길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사드 찬반 논란이 격해질 경우 보수층이 결집할 명분을 얻는 반면 야권의 취약점인 안보 불안 이미지는 더욱 심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더군다나 사드 배치에 대해 처음부터 찬성 입장을 일관되게 유지해온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과 남경필 경기지사도 유리해질 수 있는 구도다. 당장 유승민 의원은 “문재인 대표의 안보관이 불안하다”고 날을 세우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 정국으로 차기 대권 고지에 바짝 다가가 있는 야권으로선 ‘안보 전선’이 형성되면 이래저래 수세적 입장에 서게 돼 득 볼게 없는 상황이다.

강윤주기자 kkang@hankookilbo.com

고 신영복 선생 1주기를 맞은 15일 오후 서울 구로구 항동 성공회대 미가엘성당에서 열린 추도식에서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안희정 충남지사와 이야기하고 있다. 오대근기자 inliner@hankookilbo.com
고 신영복 선생 1주기를 맞은 15일 오후 서울 구로구 항동 성공회대 미가엘성당에서 열린 추도식에서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안희정 충남지사와 이야기하고 있다. 오대근기자 inline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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