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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탄 될 줄 뻔히 알았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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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탄 될 줄 뻔히 알았으면서…

입력
2015.01.20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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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 중산층 증세 지적 일관되게 외면…야 '국정 발목' 우려 소극적 반대만

서영교(오른쪽)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원내대책회의에서 정부의 세제정책을 비판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영교(오른쪽)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원내대책회의에서 정부의 세제정책을 비판하고 있다. 연합뉴스

여야가 ‘세금폭탄’ 대책을 마련한다며 부산을 떠는 데 대해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지적이 많다. 2013년 세법 개정안 논의 당시 여야 모두 중산층 세 부담 증가를 뻔히 예상하고도 별다른 손질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2013년 12월 당시 국회 속기록 등을 살펴보면 여야가 세법 개정안을 얼마나 졸속으로 처리했는지 드러난다. 새누리당은 중산층 세 부담 증가 가능성을 지적하는 목소리를 시종일관 외면했고, 민주당(현 새정치민주연합)은 “국정을 발목잡는다”는 비판을 의식해 소극적인 대응으로 일관했다.

국회 기획재정위 조세소위는 그 해 12월 9일부터 세법 개정안 논의를 위한 회의를 15차례 집중 개최했다. 특히 연말정산 관련법 개정 논의가 집중적으로 이뤄진 24일 조세소위 속기록에 따르면 새누리당은 과세불평등 해소와 세수 증대 기여라는 정부 주장을 앵무새처럼 반복했고, 중산층 세 부담 증가 우려에는 귀를 막았다.

실제 나성린 의원은 중산층 세 부담이 늘어날 것이라는 야당 의원들의 지적이 계속되자 “중산층 부담 안 늘어나도록 다 조정했다”면서 “그때 세금폭탄이라고 난리쳐서 다 고쳐온 거잖아”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만우 의원은 “의료비ㆍ교육비를 세액공제로 바꿀 경우 연봉 8,000만원까지도 (세금이) 43만원 늘어난다”(박원석 정의당 의원)는 지적에 대해 “그러니까 얼마 안 늘어나요”라고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였다.

나성린(왼쪽) 새누리당 의원이 원내대책회의에서 2013년 세법 개정안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오대근기자 inliner@hk.co.kr
나성린(왼쪽) 새누리당 의원이 원내대책회의에서 2013년 세법 개정안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오대근기자 inliner@hk.co.kr

현재 청와대 경제수석을 맡고 있는 안종범 의원은 세액공제로의 전환을 점진적으로 추진하자는 야당 의원들의 주장에 대해 “세액공제로 전환하는 근본적인 취지가 과세 형평성 제고이고, 고소득 계층에게 더 늘어나는 세 부담은 (소득세 최고세율) 과표구간을 ‘1억 5000만원 이상’으로 낮추었을 때보다 훨씬 더 크다”고 주장했다.

야당은 세액공제로의 전환이 과세불평등 개선에 도움이 된다는 데 대해 공감하면서도 중산층 세금폭탄 가능성을 우려했다. 홍종학 당시 민주당 의원은 “중산층이 아주 정말 등골이 부러지는데 거기에 더 큰 부담을 지우는 것”이라고 비판했고, 이용섭 의원도 “이대로 가면 중산층까지 세금이 늘어나니 우선 고소득자와 진짜 슈퍼부자들만 적용하고 그래도 (세수가) 부족하면 점진적으로 늘리자”고 주장했다.

하지만 야당은 이 같은 입장을 관철시키는 데 소극적이었다. 당시 기재위 소속이었던 한 의원은 “세법 개정안이 예산부수법안이어서 이를 적극 반대할 경우 ‘국정 발목잡기’라는 비판이 나올 수 있는 상황이라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고 해명했다.

결국 ‘13월의 세금폭탄’을 불러온 세법 개정안은 2013년 12월 31일 하루에 기재위 조세소위와 전체회의, 법사위 전체회의, 국회 본회의를 일사천리로 통과했다. 기재위에선 홍종학ㆍ박원석 의원만이 반대 의사를 표명했고, 본회의에서는 반대토론조차 없이 재적 286명 중 찬성 245명, 반대 6명, 기권 35명으로 처리됐다.

강윤주기자 kk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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