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 시대 열겠다” 취임 4년
약속 깨지고 ‘국민 우울 시대’로
朴, 최순실 재판 TV로 봤을 수도
새누리당 기념 논평·언급 없어
2012년 12월19일 오후 10시40분. 대통령 선거 개표에서 박근혜 당시 새누리당 후보의 당선이 사실상 확정된 순간이었다. 박 대통령은 이날 밤 서울 광화문광장에 모인 지지자들 앞에서 “약속을 반드시 실천하는 민생 대통령이 돼 국민 행복 시대를 열겠다”고 약속했다.
4년이 흐른 2016년 12월 19일. 탄핵 유폐 상태 열흘째인 박 대통령은 청와대 관저에서 외롭고 적적한 대선 승리 4주년을 보냈다. 박 대통령이 ‘문고리 권력 3인방’인 이재만ㆍ정호성ㆍ안봉근 전 청와대 비서관 없이 대선 승리 기념일을 보낸 것은 처음이다. 박 대통령은 이날 초췌한 모습으로 수의를 입고 첫 재판에 출석한 비선실세 최순실(60ㆍ수감중)씨의 모습을 TV로 지켜보며 더 착잡해 했을 것이다.
박 대통령은 ‘마지막 우군’인 청와대 참모들도 거의 만나지 않고 관저에 그야말로 칩거했다고 한다. 청와대 관계자는 “박 대통령은 마음의 안정을 상당 부분 회복한 상태”라며 “당분간 조용하고 조심스럽게 지내려는 것 같다”고 전했다. 박 대통령은 요즘 국정 현안 챙기기에 힘을 쏟기보다는 막 시작된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과 특별검사 수사 준비에 집중하고 있다고 한다.
‘1987년 대통령 직선제 도입 이후 첫 과반 득표 대통령’, ‘대한민국 최초의 여성 대통령이자 부녀(父女 ) 대통령’ 등 박 대통령이 쓴 기록은 4년 만에 깡그리 퇴색했다. 4년 전 광화문광장을 가득 메웠던 박 대통령의 지지자들은 성난 촛불 시위대에 자리를 내주었다. 박 대통령은 ‘민생 대통령’이 아닌 ‘국정농단 대통령’이 됐고, 국민에겐 ‘행복 시대’가 아닌 ‘우울 시대’가 열렸다. 박 대통령이 내년 취임 5주년을 청와대에서 보내고 대통령 임기를 채울 수 있을지도 불투명해졌다.
4년 전 축제 분위기였던 새누리당에선 아무도 ‘대선 승리 4주년’을 입에 올리지 않았다. 당이 쪼개질 위기에 몰린 것은 물론이고, 보수 정치세력의 미래가 사라진 탓이다. 정우택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박 대통령에 대한 언급을 피했고, 대변인도 대선 승리 4주년에 대한 논평을 내지 않았다.
최문선 기자 moons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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