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D 세액공제 연장에도 부정적
업무용 승용차 과세 강화 방안엔
"과세 회피 가능… 비현실적" 지적
中企 청년 채용 1인 500만원 공제
"인건비 더 부담" "신규 인력 충원"
엇갈린 전망 속 부정적 평가 우세
개별소비세 완화·폐지엔 기대감
한국일보와 한국세무학회가 국회 심의를 앞두고 실시한 공동 설문조사에서 올해 세법개정안에 대한 조세전문가들의 평가는 그리 후하지 않았다. 청년고용증대세제와 체크카드 소득공제 확대 방안은 고용 증대와 경제활성화에 큰 효과가 없다는 냉정한 평가를 내렸다. 정부가 제시한 업무용 승용차 과세 합리화 방안 역시 세수와 과세 형평성 측면 모두에서 높은 점수를 받지 못했다.
‘올해 세법개정안이 경제활성화에 어떤 영향을 줄 것으로 보는가’라는 질문에 ‘도움이 될 것’(53명ㆍ49.5%)이라는 답변과 ‘도움이 안 될 것’(49명ㆍ45.8%)이라는 응답이 팽팽히 맞섰다. 긍정적인 답이 다소 많긴 했지만, 절반 가까운 전문가들은 세법개정안의 효과가 미미할 거라는 진단을 내리고 있다는 얘기다.
무엇보다 세법개정안의 세수확충 효과에 대해 부정적이었다. 응답자 105명 중 42명(40.0%)은 ‘대체로 충분하지 않다’고 답했고, 26명(24.8%)은 ‘매우 불충분하다’고 답했다. 부정적 응답자가 64.8%에 달한다. 반면 ‘대체로 충분하다’는 응답은 30명(28.6%), ‘매우 충분하다’는 답은 1명(1.0%)에 그쳤다.
기획재정부는 지난달 초 세법개정안을 발표하면서 연간 세수 효과를 1조900억원으로 추산했는데, 이는 2011~2014년 평균 세수 효과인 1조8,100억원에 크게 못 미치는 규모다. 상당수 조세전문가들이 이 정도 세수 효과로는 재정보강이 충분히 이뤄지기 어렵다고 평가한 것이다.
세부 항목별로 보면 가장 부정적인 평가를 받은 것이 체크카드 등 사용액 증가분에 대한 소득공제율 확대 정책이다. ‘경제활성화에 크게 효과가 없을 것으로 보이는 것을 2개까지 골라달라’고 하자 42명(40.8%)의 전문가가 이를 꼽았다. “신용카드를 체크카드로 대체하는 효과가 있을 뿐”, “소비 여유자금이 부족한 상황에서 체크카드 사용이 전체 소비 증가로 이어지지 않을 것”등의 이유였다. 신성장동력 및 연구개발(R&D) 세액공제 연장(35.0%)과 기업구조조정 지원(32.0%)이 뒤를 이었다. 이들 3개 항목은 경제활성화에 효과가 있는 방안을 묻는 질문에서도 하위권을 기록했다.
논란이 끊이질 않고 있는 업무용 승용차 과세 강화 방안 역시 높은 점수를 받지 못했다. 고가 수입차를 업무용으로 구매한 뒤 사적으로 이용하면서 탈세를 해 오던 ‘무늬만 회사차’ 관행에 제동을 걸어 한해 5,500억원 가량의 추가 세금을 거둘 것이라는 게 정부의 계산. 그러나 응답자(106명) 중 과반인 54명(51.0%)은 “세수 확보에 효과가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 응답자는 “운행일지를 매번 과세관청이 확인한다는 것이 비현실적”이라고 했고, 또다른 응답자는 “형식적인 서류 작성으로도 과세 회피가 충분히 가능하다”고 답했다. “이런 제재 자체가 기업 활동을 위축시킬 것”이라는 답변도 있었다.
청년 정규직 근로자 수를 늘린 중소기업에 채용인원 1인당 500만원(대기업 250만원)의 세액을 공제해 주는 청년고용증대세제 역시 ‘청년 고용에 효과가 없을 것’이라는 답변(105명 중 56명ㆍ53.3%)이 긍정적 답변(48명ㆍ45.8%)보다 많았다. “받는 지원금보다 4대보험 등 고용에 들어가는 돈이 더 많을 것”이라는 부정적 평가와 “인건비 부담 절감이 신규 인력 충원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가 엇갈렸다. “고용은 미래성장 잠재력, 경기전망, 노동시장 탄력성에 의존하지만 정부의 일회성 지원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었다.
반면 정부가 경제활성화와 소비 진작을 위해 귀금속 등 고가 상품에 붙는 개별소비세 부과기준을 완화(200만원→500만원)하고, 대용량 가전제품 등 일부 제품 개소세를 폐지하는 것에는 조세전문가들이 기대감을 나타냈다. ‘세법개정안 내용 중 경제활성화에 크게 도움이 될 것을 2개까지 골라달라’는 질문에, 56명(54.4%)이 개소세 인하를 꼽았다. “세금 완화로 소비가 촉진되면서 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이유가 가장 많았다. “고가 물품은 가격 탄력성이 낮아 소비 증가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부정적 의견도 있었다.
세종=남상욱기자 thot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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