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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준 기자

등록 : 2017.03.18 04:43
수정 : 2017.06.30 14:27

[나를 키운 8할은] 악동뮤지션을 키운 ‘열꽃’과 ‘오페라의 유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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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7.03.18 04:43
수정 : 2017.06.30 14:27

※누구에게나 삶을 바꾸는 순간이 있습니다. 유명 문화계 인사도 예외는 아닙니다. 그들의 인생에 ‘날카로운 첫 키스의 추억’을 남긴 작품 또는 예술인을 소개합니다.

소나무처럼 푸른 음악을 만들고 부르는 남매 듀오 악동뮤지션의 이수현(사진 왼쪽ㆍ18)과 이찬혁(21). 한 번도 떨어져 지내본 적 없는 남매이지만, 음악 활동의 밑거름이 된 자양분은 서로 달랐다. 오빠인 이찬혁은 래퍼 타블로의 음악을 들으며 작사에 대한 고민을 거듭했고, 동생인 이수현은 ‘오페라의 유령’을 부르며 가수의 꿈을 키웠다. 김종진 인턴기자

악동뮤지션 이찬혁 “17세에 타블로 ‘열꽃’ 듣고 작사 고민”

두 번째 사춘기는 2012년 SBS ‘K팝스타2’에 지원 했을 때였다. 정말 불안하고 예민했으니까.

이어폰을 꼽고 타블로 선배의 앨범 ‘열꽃’(2011)을 수 없이 들으며 잠을 청했다. 내 우울함보다 더 큰 슬픔을 접하며 위로를 받았다고 할까. ‘밑바닥에서’를 듣는 데 눈물이 나더라. 인생의 밑바닥에서 아이를 새로 얻은 아버지의 심정을 담은 노래였는데, 절절했다. ‘내 꿈이 그대 안에서 다이브(Dive), 익사해’라니. 가사(‘밀물’)가 너무 가슴이 아팠다. 래퍼인 타블로 선배가 학력 위조설에 휘말린 뒤 낸 앨범이었는데, 개인의 슬픔을 이렇게 시적으로 표현할 수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17세였던 내겐 충격이었다. 가사를 어떻게 써야 하는지를 고민하게 해 준 큰 계기가 됐다.

타블로 선배의 노랫말을 좋아한다. 지적인데 어렵지 않고, 게임을 하듯 호기심을 자아낸다. 여기서 잠깐. ‘K팝스타2’에서 악동뮤지션이 에픽하이의 ‘돈 헤이트 미’를 편곡해 부른 것 기억나나? 타블로 선배를 좋아해서 꾸민 이벤트다. 한 때는 ‘날 힘들게 하는 게 무엇일까’란 생각까지 했다. 타블로 선배처럼 큰 일(?)을 겪고 싶다는 건 아니고, 새로운 경험을 통해 또 다른 가사의 세계가 열리지 않을까란 막연한 기대였다. 군대 다녀오고 서른 살이 되면 그런 노래가 나오지 않을까. 타블로 선배랑 작업하고 싶은데, 그 분이 너무 바쁘다.

많은 분들이 의외라고 생각하겠지만, 내겐 어두운 세계도 있다. 1집 수록 곡 ‘얼음들’이 악동뮤지션의 어두운 곡 중 하나다. 고입 검정고시 합격하고 기타를 배운 뒤 두 번째로 만든 자작곡 제목도 ‘우울하니?’였다. 밝은 노래를 주로 부르지만, 내가 즐겨 듣는 음악은 어두운 노래가 적지 않다.

취향과 별개로 밝은 노래를 주로 만드는 이유는 따로 있다. 노래로 밝은 세상을 짓고 싶은 게 꿈이다. 계기가 있다. 몽골에서 밴드 퀸의 ‘보헤미안 랩소디’를 듣고 나서다. 처음엔 노래가 짜릿했는데 ‘엄마 내가 사람을 죽였어요’란 가사를 보곤 서늘하더라. 도발적인 가사는 멋스럽게 들리는 데, 왜 선한 메시지가 담긴 노래는 동요처럼 유치해 보이는 걸까. 그때 착하면서도 재미있는 노래를 쓰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 같다. 아버지가 욕설 등을 이유로 가요를 듣지 못하게 해 일탈을 꿈꾸기도 했지만 말이다. 내가 좀 엉뚱하다. 초등학교 5학년 때였나. 선생님이 ‘선입견’이란 단어를 칠판에 적고 뜻을 물었는데 ‘개의 종류’라고 답해 엄청 혼났다. ‘다리 꼬지마’ 같은 가사를 쓴 게 다 그 덕분(?)이 아닐까?

최근 앨범인 ‘사춘기 상ㆍ하’ 작업을 하면서 ‘음악적 사춘기’를 치렀다. 음악을 왜 해야 하나란 의문이 들었다. 새 앨범에 대한 스트레스가 너무 커 온 슬럼프다. YG엔터테인먼트 연습실에는 ‘노력하지 않는 사람은 나가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그걸 보면서 지금도 건강하면서도 독특한 노랫말 쓰는 일을 고민한다.

소나무처럼 푸른 음악을 만들고 부르는 남매 듀오 악동뮤지션의 이수현(사진 왼쪽ㆍ18)과 이찬혁(21). 한 번도 떨어져 지내본 적 없는 남매이지만, 음악 활동의 밑거름이 된 자양분은 서로 달랐다. 오빠인 이찬혁은 래퍼 타블로의 음악을 들으며 작사에 대한 고민을 거듭했고, 동생인 이수현은 ‘오페라의 유령’을 부르며 가수의 꿈을 키웠다. 김종진 인턴기자

악동뮤지션 이수현 “CCM만 듣다 ’오페라의 유령’ 듣고 가수 꿈 키워”

열한 살 때까진 CCM(가요 형식의 찬송가)밖에 몰랐다. 아빠가 선정적인 춤 등을 이유로 TV 가요프로그램을 보는 걸 허락하지 않았다. 그룹 빅뱅의 ‘라라라’ 등을 몰래 듣긴 했지만, 그때까지 내 애창곡은 CCM 가수 소향 선배의 ‘나비’였다.

음악의 신세계를 접한 건 초등학교 5학년 때(2011)였다. 아빠 몰래 SBS 예능프로그램 ‘스타킹’을 컴퓨터로 다운 받아 보다, 이젠 가수가 된 샤넌 언니와 미국 유명 뮤지컬 배우 브래드 리틀이 부른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의 동명 주제곡을 듣고 전율했다. 그런 (뮤지컬)음악이 있다는 걸 처음 알았으니까. 샤넌 언니가 “아~”하며 후렴부에 고음을 쌓아 가는 걸 보고 “나도 저렇게 노래하고 싶다”며 바랐다. ‘허밍과 가성으로 저렇게 노래할 수 있구나’란 걸 처음 알았고, 그런 발성이 신기했다. 매혹적이고 강렬한 노래에 빠져 유튜브를 뒤져 ‘오페라의 유령’ 관련 영상을 이것저것 찾아봤다.

웃지 마시라. 사실, 몽골에서 살 때 잠시 뮤지컬 발성을 배웠다. 그것도 미국 버클리음대를 나온 선생님에게서. 목소리가 예쁘다는 소리를 주위에서 종종 들어 가수를 꿈꾸던 내가 책상에 ‘버클리 음대 가자’란 문구를 적어 붙여 놨을 때였다. 선생님이 나를 테스트한 뒤 ‘(뮤지컬 배우로)가능성 있다’고 ‘이걸로 대학가자’란 말까지 해 기대가 부풀었다. 나도 내가 그런 고음을 낼 수 있다는 걸 처음 알았다. 뮤지컬 배우를 꿈꾸기도 했다. 한동안 뮤지컬 배우처럼 살기도 했다. 방음이 전혀 안 되는 울란바토르의 낡은 아파트에서 “아~”하며 하도 ‘오페라의 유령’을 불러 엄마한테 시끄럽다며 엄청 구박 받았다. ‘오페라의 유령’은 가수가 되고 싶다는 꿈을 키워준 노래였다. 뮤지컬 배우에 대한 꿈은 한국으로 건너와 ‘K팝스타2’를 준비하며 접었다.

오빠는 내 가성의 매력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물론 환경 탓이 크다. 몽골의 겨울은 10월초부터 다음해 3월까지 이어진다. 영하 30도까지 기온이 떨어질 정도로 추위가 매서웠다. 둘이 집에 붙어 있을 수 밖에 없어 누구보다 서로에 대해 잘 알 수 밖에 없었다. 몽골에서 일년 내내 푸른 초원을 뛰어 놀았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집에서 내 뮤지컬 발성을 질리게 들었던 오빠는 1집 ‘플레이’ 수록곡 ‘200%’ 후렴에 가성 파트를 부각했고, 2집 ‘사춘기 상’에 실린 ‘리 바이’ 도입 부분을 “리이이바이”라며 허밍으로 시작할 수 있게 작곡했다. “조용히 좀 해”라고 하던 오빠가 내 소리의 매력을 밖으로 끌어줬다.

이번 악동뮤지션 공연(23일~내달 2일ㆍ서강대 메리홀)에서 내 목소리의 다양함을 관객들에 확실히 보여줄 수 있을 것 같다. ‘찬혁 일기’와 ‘수현 일기’로 공연을 꾸려 악동뮤지션 음악에서 들려주지 못한 새로운 무대를 기획하고 있다. 아, 기회가 된다면 뮤지컬에도 출연하고 싶다. 꿈은 이루어지는 것이니까!

<악동뮤지션 이찬혁, 이수현의 말을 1인칭 시점으로 재구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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